신 영 춘  목사
(총회 역사편찬위원장)

1891년 2월 2일 무안군 암태면 수곡리 문천영 씨의 3남4녀 중 3녀로 출생하신 고우신 문전도사님,
17세 되던 해인 1908년 3월 18일 지도면 증동리 정회운 씨의 삼남 정근택 씨와 결혼하시고 25세까지 시아버지의 가르침으로 학문을 배우시다가 1918년 무오년 11월 15일 시아버지께서 별세하시니, 시가에 남아 3년 상방을 지키며 3년 동안 상복을 입고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생시와 똑같이 상식을 차리되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초하루나 보름에 삭망제와 소상과 대상에 마을 어른들과 내객들을 대접하고 탈상제를 지내기까지 3년 세월 동안 꼼짝없이 상방을 지키시니,
아, 당시의 인륜의 아름답고 의로우신 인간애를 보이셨도다,
거룩하도다. 아름답도다. 정씨 문중의 효부로 인정받은 문준경 백합화여.
그러나 백합 같은 당신에게도 깊은 슬픔이 있었으니, 그가 자식이 없으므로 위로 받기를 거절 하였도다 함과 같은 고통이었도다.
이 아픔과 슬픔과 자식을 잉태치 못함은 당대의 설움이요 여성성의 고통이거늘 이 아픔을 뉘게 아뢸 수 있었으리요.
남편은 1919년 매형 조병헌의 중매로 진도에서 23세의 소복진을 소실로 맞이하였으되 문준경, 당신께서 주선하여 이루어졌도다.
1922년 9월 경 당신은 소실의 어린애 문심이를 받기 위해 본가에서 등선리 부락으로 돌아와 22일에 아기를 받고 소실의 수발을 들어주는, 아이를 낳지 못하는 여인으로서의 비애를 넘어 따스한 인간애를 보여주었으니, 당신의 남편 정근택 씨는 소실에게서 낳은 아이의 이름을 문준경의 마음을 본받아 살라는 뜻으로 문심(文心)이라 하였도다.
가정을 살리기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본을 보여 주어 한을 넘어선 인간의 지정을 세워준 여인으로 당연히 기억되어야 할 그 이름 문준경, 당신의 후손들은 비록 친어머니는 아닐지언정 큰어머니로 존경하고 있었으니, 아, 그 인간문화에서도 모정을 이루는 거룩한 사랑이 드러났도다. 그 향이 남도의 짙은 황토빛 삼백리를 넘어 삼천리 반도에 길이길이 퍼져나갈 이름이여!
아이를 낳은 소실로 인해 시기나 질투의 화신으로 변한 것이 아니오 여성 본성의 모진 감성을 뛰어 넘어, 품고, 안고 가는 가정의 큰 어머니의 모성을 드러낸 사랑 깊은 여인이여!
인생의 날카로운 가시를 세우지 않고 향기 가득한 영원한 모성을 지닌 여인이여!
훗날 후손들이 참 좋은 어머니로 기억하고 있으니 복음과 후덕한 인간애의 여인이여!
이 얼마나 사랑스러운 여인의 심성인가?
남편은 소실과 임자도로 이거하고 1927년 37세의 문준경은 목포 죽교동으로 이거하여 삯바느질을 시작하다가 4월에 북교동 교회에 입교하여 비로소 예수의 제자가 되었으니 당신의 지난한 생의 과정이 일단락 되고 새로운 의미로 충만한 생이 시작되었도다. 여성성의 죽음이 예수만나 부활의 영성으로 변화되었으니 아, 예수복음의 산 증인이여!
예수를 만난 당신의 삶은 그 자체가 소명의 시작이었고, 남도의 점점이 박힌 질박한 삶의 터전을 이룬 도서의 영혼을 구원하기 위하여, 사도행전의 발걸음이 시작되었으니, 임자진리, 증동리, 대초리, 방축리, 우전리, 사옥, 병풍으로 이어지는 여사도의 발걸음은 가는 곳마다 복음의 전당인 교회가 세워지고, 어둠의 영에 사로잡힌 민초들에게 생명의 밝은 빛을 비추었도다.
노도길을 건너는 당신은 끊임없이 우리의 편한 발을 부끄럽게 하고 있도다.
일년에도 수많은 고무신이 닳아 없어지도록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당신의 발이 얼마나 아름다운지요
당신이 가진 복음의 열정으로 인해 수많은 인물들이 어둠을 뚫고 광명의 세계로 나아왔으니 당신은 겨울을 밀어내는 봄바람 같은 따사로운 희망의 숨결이었습니다.
아,
일제의 학정으로부터 겨우 자유를 찾은 이 민족에게 다시 민족의 비극이 시작되었으니 6.25라는 민족상잔의 고통이로다. 미움과 증오의 칼날이 이 평화의 복음이 전해지는 땅에까지 뻗쳤으니 누가 막을 수 있었으리요.
순전한 복음의 전사를 찾아 나선 공산주의자들의 창끝은 문전도사님을 향하여 행진하고 있었으니 그 창끝을 누가 피할 수 있었으리요.
1950년 10월 4일 터진목 모래사장에 포승된 전도사님에게 새벽 3시에 죽창으로 찌르고 발길로 차며 총대로 후려쳤을 때 당신의 사랑의 마지막 애절한 언어는 살려달라는 목숨구걸의 말이 아니었으니, 그 언어는 우리의 언 가슴을 녹이고 녹이는도다.
“나는 죽더라도 백정희 전도사와 성도들은 죽이지 말라”
마지막 까지 성도사랑에 온 몸을 던지신 사랑의 여사도 문준경 전도사님,
“너는 씨암닭같은 존재이니 처형한다”며 창으로 찌르고, 숨통을 끊기 위하여 총구를 들이 대고 쏘는 악의 영에 사로잡힌 자들의 발악 끝에 사랑의 여사도 문준경 전도사님의 생명은 종말을 고했도다.
끝내 복음 들고 사랑했던 섬사람의 영혼을 대신하여 갯벌의 붉은 해당화처럼 피의 복음으로 꽃이 되었도다!
아, 스데반집사께서 돌에 맞아 순교하실 적에 하나님 보좌 우편에 앉아계시다가 벌떡 일어나셔서 스데반의 모습을 지켜보시던 주님, 주님은 희디흰 옷 입고 올라가시는 영혼, 사랑의 여사도의 영혼을 받아주시기 위하여 하나님의 보좌 우편에서 벌떡 일어나셔서 문전도사님을 지켜보시고 두 팔로 안아 주셨지요?
모든 이의 어머니, 산모의 산파, 한숨짓는 가정에서는 찬송으로 위로하셨던 사랑의 사도, 복음의 산증인.
당신의 피는 헛되지 않았습니다. 당신께서 개척하시고, 마지막 목회지였던 순교지 교회인 중동리 교회의 이인제 목사님과 성도님들이  그 흰 백사장에 피로 붉게 물들인 모래로 교회를 지어 봉헌하셨는데, 지금도 저 언덕에서 그 순교지를 내려다보며 그 날의 장렬했던 순교를 기억하고 기리고 있답니다.
전도사님, 우리는 지금 당신이 그립습니다. 무척 그립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기념관도 세우고 당신의 거룩한 뜻을 기리려고 합니다. 하지만 우리 속에 당신의 그 정신과 신앙이 사라져감을 느낍니다.
기도해 주세요, 우리가 당신께서 걸으셨던 그 숭고하고 거룩한 열정의 노도길을 뒤따르게 해 달라고 하나님께 중보해주세요.
복음을 따르는 많은 영혼들에게 한없는 영감을 불어넣는 기백과 복음의 열정을 뿜어내는 원천이신 전도사님, 지금 이 혼탁한 문화와 영계에 맑은 분천으로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복음의 물줄기를 다시 한 번 터뜨려 주세요.
그리고 당신께서 몸담아 충성하셨던 이 교단을 위해서 중보해 주세요. 복음의 이름으로 아귀다툼에 소진하여 가는 교단, 진영논리에 멍들어가면서 에너지가 고갈되어가는 교단이 되지 않게 중보해주세요.
당신께서 복음 때문에 목숨을 걸었던 그 기백이 사라지고 명예와 자리와 이권에 양심과 신앙을 담보하는 일이 없게 기도해 주세요.
오로지 예수, 오로지 복음, 오로지 교회를 위한 열정으로 불타는 순수성결복음으로 전국이 물들이도록 기도해 주세요.
전도사님, 사랑합니다.
전도사님, 존경합니다.
전도사님, 뒤따르렵니다
편히 주무세요.                   
주후2015년 3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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