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우리를 되돌아 보며
 매서운 추위가 물러가고 동토가 녹아들면서 새싹이 나올 준비를 하는 계절이 오고 있다. 매년 이때쯤 우리 그리스도인은 사순절을 맞이한다. 어찌 보면 기독교의 정신이 함축된 절기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절기를 지내는 한국교회 그리스도인들의 전반적인 경향은 너무나 일상적이다. 이 모습은 자기 결혼식 준비를 하는데 아무 관심 없이 무심하게 날짜를 기다리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물론 이럴 수 밖에 없는 경향성을 띠는 이유는 개신교가 중세 로마 카톨릭에 대항하여 종교개혁을 일으켜 형식적이고 제도적인 종교적 허위 의식 보다는 복음의 말씀의 내용 전달을 중시하고, 문자적 해석보다는 상징적인 해석을 하기에 예전과 절기도 상징적 의미에 비중을 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죽음을 통한 구원의 의미는 기독교에서 너무나 중요하기에 절기를 맞이하는 자세를 되돌아 봐야 한다.

2. 사순절 기간 유래
 사순절이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고난을 깊이 묵상하고, 회개와 경건의 삶을 살면서 부활절을 맞이하는 기간이다. 부활주일 전날부터 거꾸로 날짜를 계산해서 40일 기간이다. 그러나 2월 25일부터 계산해보면 46일이 되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사순절 기간 내의 여섯번의 주일은 사순절 40일에 포함되지 않는다. 여섯 번의 주일은 따로 구별되어 마지막 부활주일을 미리 예시하는 작은 부활주일의 의미를 지닌다. 초대교회 시대는 기한을 정하지 않고 2-3일간을 지키다가, 기원후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에서 40일의 기간을 정하게 되었다. 기원후 325년 니케아 종교회의는 춘분이 지나고 만월이 된 후 첫 주일을 부활주일로 지키도록 결정하게 됨으로. 역으로 계산하면 당연히 사순절은 항상 수요일에 시작하게 되었다.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을 회개를 시작하는 날로 정하여, 회개의 상징이 되는 "재(ash)"를 머리에 쓰고, 자루 옷을 입고 다녔으며, 이러한 전통은 9세기까지 계속되었다. 2009년 교회력으로 사순절 기간은 2월25일부터 4월 11일까지이다.

3. 사순절 기간의 전통적 자세
 이 기간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희생과 구속의 정신을 가슴 깊이 체험하여 하나님과의 새로운 만남을 준비해야 하며, 지금까지의 자신의 신앙과 삶을 돌아보았던 전통이 있다. 초대교회 교인들은 사순절기간, 그리스도께서 우리의 죄를 대속하기 위해 찢기신 살과 흘리신 피를 기념하여 금식을 행하고, 경건한 삶을 보냈다. 철저히 금욕적인 삶을 살았다. 사순절은 본래 부활주일 전에 세례 받을 사람들을 준비시키기 위한 기간으로 사용하였다. 이들은 6주간 동안의 집중적인 신앙 훈련과 기도, 회개를 통하여 세례 받을 준비를 하였다. 초대 교회에서는 세례 받을 사람들이 세례 집행 전에 품행을 조심한다거나 경우에 따라 금식을 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러한 금식은 하루나 이틀을 계속했다.

 이러한 습관은 시간이 지나면서 자연스럽게 부활과 연결되게 된다. 그 이유는 부활절에 세례를 베푸는 것이 초대교회에서는 일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함으로서 금욕이나 금식 등이 부활의 준비와 연결되면서,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고, 고난의 의미를 되새기는 기간이 되었다. 단 이때의 금식은 단순히 식사를 하지 않는 것이라는 좁은 의미가 아니라 마음가짐과 태도를 조심하고 음식물에서의 조심 또는 생활에서의 제한, 즉 오락이나 유회를 금하는 것 등을 의미했다. 이러한 전통이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히폴리투스 같은 교부들이 부활절 전 주간에 하루 혹은 이틀 정도 금식하는 것은 당연한 의무로 기록되어 있다.

 중세시대는 사순절기에 금식과 절식을 병행하면서 그리스도의 사랑을 이웃에게 실천하며 지냈다. 이 기간 중에 오락 행위를 중지하고, 화려한 옷과 좋은 음식을 절제하며 예배와 기도, 자선 등에 집중했다. 특히 사순절이 시작되는 첫 날인‘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에는 종려나무를 태운‘재’혹은‘숯’으로 이마에 십자가를 그리며, 흙으로 와서 흙으로 돌아가는 죽을 수밖에 없는 인생을 구원하신 그리스도의 십자가 앞에 참회의 기도를 드렸다. 70, 8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 교회들은 사순절의 이러한 의미를 알기에 이 기간 동안 특별기도회를 갖고 교인들로 하여금 근신하면서 신앙을 쇄신하는 기회가 되게 하기 위해 전심을 다했다.

4. 오늘 한국교회 그리스도인의 사순절기
 그러나 최근 우리 한국교회의 모습은 그렇지가 않은 것 같다. 사회가 발전하고 세속의 물결이 교회 안에 급격히 침투되면서 점점 사순절의 의미가 퇴색해 가고 있다. 사순절을 지키는 것은 둘째 치고, 그 말을 들어보지도 못한 교인들이 많이 있다. 그것은 교회와 목회자의 책임이 아닐 수 없다. 사회가 아무리 발전하고, 생활이 분주하고 삶이 고단하더라도 우리의 믿음의 근거와 힘은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있다. 십자가가 없었다면 우리는 하나님 앞에 나올 수가 없다.

오늘날 환경 파괴로 인한 지구 온난화와 자연에 거역한 결과 광우병, 사스, 조류독감 등 각종 질병들이 범람하고 있다. 최첨단 무기를 자랑하며 힘으로 모든 것의 우위를 점하려고 하고, 욕망에 따라 온몸을 던져 쾌락과 돈을 추구하며 경쟁하듯 파멸의 길을 달려가는 인간들에게 치유적 대안은 도무지 없어 보인다. 이런 세상을 살아가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의 수난을 기념하는 사순절에 시대의 십자가를 지고 가야 하는 사명을 갖고 있다.

 오늘날 많은 교회들이 십자가 후에 부활이 있다는 것을 잊어 가고 있다. 그 결과 희생이 있어야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데, 교인들이 희생을 하려고 하지 않는다. 섬김을 통해 영광의 자리에 오르게 되는데 섬김의 모습이 나타나지 않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혼란과 부패를 막아야 할 그리스도인들이 그 썩어짐에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빛이 빛의 사명을 잃고, 소금이 소금의 맛을 잃을 때 이 사회는 당연히 어두워지고, 썩어갈 수밖에 없다.

5. 제대로 지내야 할 사순절기
 사순절은 자기 근신과 금식의 기간이며 영적 훈련의 기간이다. 그래서 사순절에는 인내, 겸손, 고난을 나타내는 보라색을 예전 색깔로 사용한다. 예수와 함께 고난과 죽음으로 향해가는 순례이기에 자기 부인이 포함된다. 사순절에는 자신이 죽는 것을 배워야 한다. 매일 정해진 시간에 성경을 읽고, 매일 기도와 묵상의 시간을 갖고, 금식을 할 수도 있고, 기호식품을 절재해 봄으로 자신을 죽이는 훈련을 해야 한다. 이때 금식이나 절제를 통하여 모아진 금액을 이웃을 위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사순절은 부활절에 세례 받을 교인들을 준비시키는 기간으로 교육의 기회로 삼으며, 지역사회의 믿지 않는 자들에게 나아가서 전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만들어 복음전도 시간으로 삼을 수 있다. 특정 기간 자체보다 절기의 중심에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의 고난의 의미가 더 중요하다. 따라서 한국교회는 사순절기에 외형보다는 예수께 집중해야 하고, 섬김의 본을 받아 한민족 앞에 겸손히 회개를 선포하고 십자가를 지는 멋진 모습을 보여야 한다. 우리 성결교단이 먼저 사순절기에 성결의 본을 보여 한국교회를 선도해나가기를 바란다.

기자 양진우
본지 기자
숭실大에서 석사학위를 받고 숭실대 대학원
철학과 박사과정 수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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