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 습관은 어린 시절에 만들어진다

부모가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아이도 책을 가까이 하기 어려워
아이들은 어른들이 자주 쓰는 말·책에서 본 문장을 흉내 낸다

 책은 아이를 현명하게 만든다. 어린 아이들에게 지나치게 많은 장난감을 사 주면 도리어 산만한 성향으로 자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나는 내 아이 승호가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도록 승호의 키가 닿는 곳에는 어린이 책으로만 채워 놓았다.

 어릴 때부터 신명기6장 말씀을 쉐마로 교육하고, 일평생 성경책을 읽고 암송하게 하는 것이 이스라엘의 교육법이다. 하나님의 은혜 안에서 세상의 육아법을 택하지 않고 성경 말씀을 택할 수 있다.“ 네 자녀에게 부지런히(성경을) 가르치며”(신명기 6:7) 자녀가 어떤 특정한 나이일 때, 어떤 특정한 상황일 때만 가르치는 것이 아니다. 승호가 한 살이 되자 어린이 그림 성경을 갖고 놀게 했는데, 이것은 22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돌아보아도 하나님의 특별한 축복이다. 세상 육아법을 택하지 않은 사람에게 주신 복이다.

 부모가 책을 좋아하지 않으면 영아에게 책을 갖고 놀게 하는 일이 아주 어려울 수있다. 모방의 천재인 아기들이 금방 흥미를 잃기 때문이다. 또한 아기들은 아주 짧은 시간만 집중한다. 그러므로 책을 가지고 노는 것을 재미있게 느끼게 하려면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책을 정말 좋아해야 한다.

 특히 부모가 성경을 읽지 않는데 아이가 스스로 성경에 재미를 느낄 수 없는 일이다. 나는 승호가 열 살이 되기 전까지는 그림 성경, 어린이 성경, 만화성경을 함께 읽었다. 카세트테이프가 딸린 성경 동화도 늘 함께 들었다.

 책 읽기도 놀이로 배울 수 있다. 승호는 성우가 녹음한 테이프가 딸린 동화를 들려주면 얼마지나지 않아 동화책의 대사대로 흉내내면서 말했다. 집에서 놀면서 성경이나 성경동화 테이프를 듣고 따라 한 것이 자연스럽게 감정을 살려서 구연동화를 한 셈이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성경의 인물들을 좋아하면서 믿음을 갖도록 해 준 좋은 환경이었다. 늘 책을 보면서 놀던 승호는 나중에는 통째로 문장 하나 틀리지 않고 동화내용을 다 외우고 그 말을 그대로 쓰는 일이 빈번해졌다.

 네 살 무렵, 어버이날을 맞아 승호를 데리고 시부모님 선물을 사러 백화점에 간 일이있다.

 큰 형님과 함께 갔는데, 우리가 구경을 하면서 마네킹에 붙은 가격표를 보고 원피스값이 너무 비싸다고 했다. 그 순간 옆에 섰던 백화점 아가씨가“이건 원단이 수입이라 그런거에요 . 비싼거 아니에요”하고 나섰는데, 그 말을 들은 승호가 갑자기“이런 철딱서니 없는 아가씨야”라고 했다. 점원의 얼굴이 벌개졌고, 지나가는 사람들까지 모두 놀랐다. 승호가 한 말은 늘 보는 동화에서 잠자리가 꿀벌 마야에게 하는 대사의 한 대목이었다. 내가 다급히“죄송해요, 예가 요즘 동화를 열심히 보거든요”라고 설명하자 어색한 분위기가 풀리면서 우리는 모두 폭소를 터뜨렸다. 자기가 외운 동화책의 문장들을 실생활에서 응용하는 일은 그 후에도 자주 일어났다.

 반복학습은 아이들에게 매우 중요하다. 아이들은 가정에서 어른들이 자주 쓰는 말이나, 책에서 읽은 문장들을 그대로 흉내 낸다. 그러면서 말을 배워가는 것이다. 내가 승호를 키운 경험으로 보면, 특히 독서는 지혜와 지식을 스스로 얻도록 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또한 생각하는 방법을 가르쳐준다. 이스라엘에서 성경의 쉐마를 자녀들에게 반복해서 소리내어 읽히고 외우게 하는 것처럼, 승호와 내가 함께 성경과 천자문을 소리 내서 운율을 작고 읽었던 것이 여러가지로 유익했다. 우리는 같은 책을 최소한 서너번에서 열 번 이상 반복해서 보았다. 어디를 가든 책을 꼭 한 권씩 들고 다녔다. 특별히 말로 아이에게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보라고 가르친 적은 없지만, 승호는 한 권의 책을 거의 외울 때까지 들고 다녔다. 어린 시절에 엄마를 따라나서면 재밌기도 하지만, 어른들과 계속 노는 게 아니므로 곧 무료해진다. 그러면 아이는 자기 책을 펼쳐 들고는 여유롭게 독서를 즐겼다.

 승호는 지금까지도 가장 중요한 외출 준비가 읽을 책을 들고 나가는 일이다. 대단한 독서가이셨던 친정아버지께 배운 나의 독서습관과 시아버님을 따라 배운 남편의 독서습관 때문에, 내 아들도 독서하는 습관을 갖게 된 것 같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무심히 행동했던 나의 책읽는 자세까지 대물림되었다는 것이다. 날마다 엎드려 책을 읽거나 편지를 쓰는 엄마를 보고 자란 승호는 어느 날부터 종이와 연필을 들고 똑같은 자세를 취했다. 내가 만일 그때 책상에 앉아서 편지를 썼더라면 내 아들도 책상에 앉는 습관을 들였을 텐데. 공부하는 자세가 불량한 것이 오래도록 나의 기도제목이 되기도 했다. 정말 심은 대로 거둔다는 성경 말씀은 자녀양육에 그대로 적용된다.

사모 장애영
하나교회
- <엄마의 기준이 아이의 수준을 만든다>의 저자
- 극동방송,CTS,CBS 강연
- 두란노 바이블 칼리지/두란노 어머니학교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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