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주시하시던 하나님의 사랑 잊을 수 없어”

“구하라 그러면 너희에게 주실 것이요 찾으라 그러면 찾을 것이요 문을 두드리라 그러면 너희에게 열릴 것이니···”(마 7:7). 이 말씀은 초신자 때기도하지 못했던 내게 최초로 기도문을 열게 해 주신 말씀이다. 그때 우리구역을 맡은 구역장은 딸이 둘이었는데 겨우 걸음마를 하는 3살짜리와 돌이 막 지난 딸아이를 데리고 있었다. 구역예배 후 모든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갔으나 그날따라 구역장은 일어날 생각을 안 하고 교회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때 다니던 교회는 경기도 원당에 있는 모 개척교회로 한참 부흥이 되고 있는 때였다. 내용인즉 요사이 금요 철야때마다 은혜가 쏟아져 은사자들이 많이 나온다는 것이다.

 그 당시 CF모델로 활동을 하고 있던 터라 그날 모델료를 받으러 나가기 위해 시간 계산을 다 해 두고 있었는데, 얼굴이 상기되어 열변을 토하는 구역장을 외면할 수 없어 기회를 보다가 그만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그날 나는 결국 구역장을 돕기(?) 위해 두 아이를 하나씩 맡고 철야기도 때 쓸 큰 북을 사기 위해 종로에 있는 세운상가까지 함께 동행했다.

‘큰 북을 산다고 했으니 택시를 타고 가겠지?’그런데 내 예상은 빗나가고 말았다. 원당에서 버스를 탈 때는 다행히 앉아 왔지만 시내 중간에서 타려는 버스는 이미 만원이었다.

 버스를 보고 놀란 나와는 반대로 너무나 태연한 모습으로 다음 차를 기다리자는 말도 없이 두 아이를 데리고 성큼성큼 버스를 타는 구역장의 뒤를 따라 내 몸 크기만한 북을 안고 꾸역꾸역 겨우 차에 타야만 했다. 도대체 사람도 모자란 공간에 북을 어떻게 들고 있어야 될지 난감했다. 하는 수 없이 학교 복도에서 벌서는 학생처럼 그 큰 북을 머리위로 들고 흔들리는 버스에서 땀을 뻘뻘 흘리며 원치 않는 춤을 춰야했다.

 아~ 이럴 줄 알았으면 오늘 구역 예배전 은행에라도 다녀오면 좋았을 것을… 다행히 구역장과 아이들은 누군가 자리를 양보해줘 편히 앉아 갈 수 있었다. 도대체 그 은혜가 뭐길래… 북 하나를 사기 위해 한 아이도 아닌 두 아이를, 그것도 겨우 아장아장 걷는 정도의 아이랑 젖먹이 아이를 데리고 용감(?)하게 몸을 던지는 그녀의 모습이 한편으론 걱정되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뭔가 모를 감동으로 따라나서긴 했지만 한 여름, 땀을 삐질 삐질 흘리면서 북을 들고 서 있는 내 자신을 보면서 그녀의 무모한 행동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몰랐다.

 얼마간의 긴 시간이 흘러 차에서 내린 우리들은 아무 말 없이 교회에 도착했다.“ 휴~ 이제 끝났어.”유독 여름을 타는 내게 그날 차 안에서의 일은 정말 곤욕이었다. 그런데 서로 인사를 하고 뒤돌아선 네게 구역장은 또 이상한 말을 던졌다. “오늘 밤 철야기도회에 집사님이 나오면 하나님께서 큰 은혜를 주실거예요.”

 아무 말도 더 이상 귀에 들어오질 않았다. 저녁에 다시 올 생각이 전혀 없었으니까.. 그런데 그날 난 이미 내 것이 아니었다. “우리 중에 누구든지 자기를 위하여 사는 자도 없고 자기를 위하여 죽는 자도 없도다”(롬 14:7).

 저녁에 밥을 하기 위해 쌀을 씻는데 자꾸 그녀의 말이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었다.“ 한번 가볼까?”시간이 되자 주일 예배 때 입었던 식으로 정장 투피스를 곱게 차려입고 교회로 향했다. 교회에 가까이 오자 아까 낮에 사다놓은 그 큰북소리가 귀에 쟁쟁 울렸다.

 교회 문을 열자 아까 버스 안에서 날 괴롭혔던 그 후끈한 열기가 숨을 막히게 했다. 언제 시작되었는지 사람들은 찬양과 기도를 번갈아 하며 말없이 나를 맞아주었다. 그러나 왠지 낯선 나라에 온 듯했다. 침 튀기며 울며불며 기도하는 사람들이 생난리를 치는 모습(?)은 주일날 예배드리던 모습과는 너무 대조적이어서 충격 그 자체였다.

<다음호에 계속>

전도사오세영
샘이깊은교회
전 탤런트, CF모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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