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을 몬트만 휘하에서 배운 독국어로 부르는 것을 들은 익정 신촌거사는 원장이 방언으로 기도를 하는 줄 알고 매우 흐뭇했다.석송거사의 살생보검이 울고, 심장이 터질 것 같이 분노가 치밀어도 원철 수사의 털끝 하나 건들지 못하고 혼자 끙끙댈 수 밖에 없는 이유가 무엇일까? 원철 수사의 장형이 원성 거사이고, 원성 거사는 삼설제일교당 당주임과 동시에 옛날 성골교당의 총무원장을 지낸 임영감의 사위였기 때문이다.
원성 거사는 지금 한참 뜨고 있는 성골교당의 대표적인 행동대장으로 익정 신촌거사의 총애를 한몸에 받고 있었다. 이런 경우를 두고 날개를 달았다 라고 한다.원성거사는 멜기세덱과 같이 언제 어떻게 컸는지 모를 정도로 급성장한 신진 처사이다. 주로 먹는 음식이 능구렁이로 능구렁이 요리를 신촌의 손노인에게 배웠고, 처세술을 상도동의 영삼슈퍼 옆 황영감에게서 배웠으니 아무것도 안배우고 이것만 배워도 성골교당에서 입신양명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한마디로 쓸데없는 것 빼고 필수과목만 속성으로 끝내고 한길만 판 땅꾼이라 할 수 있다. 원철 윤수사는 더 이상 학원의 보직을 맡아서는 안된다는 게 학원과 성골교당의 중론이었다. 그 이유는 이미 앞서 얘기한 기획사고부장으로서 무능함이 첫째고, 둘째는 최근에 불거진 후임 교사 선출과 관계된 불미스런 일 때문이다.
원철 수사가 주로 읽었던 글이 신약인데 신약을 크게 읽어서 목소리 하나 가지고 졸업을 했다는 말이 있는데, 그에게 특별히 아끼는 제자 하나가 있었으니 이름하여 복끈이었다. 태어날 때부터 아이의 복근이 심상치 않아서 그랬는지, 아니면 사람을 들들 볶아서 그랬는지 모르지만 복끈이는 비범하고 명석한 두뇌의 소유자였다.
신신학원에서 이번 여름 반사들을 뽑기로 했는데, 구약반사는 정년으로 뽑고, 신약반사는 비정년으로 뽑기로 결정한 것이 수상했다. 구약은 왜 정년이고, 신약은 왜 비정년인가? 그런데 알고보니 뽑기가 어렵지, 일단 뽑기만 하면 비정년을 정년으로 돌리는 것은 쉽다는 20년간 내려온 비밀이 있었다. 문제는 왜 비정년으로 뽑아야 하는가? 정년으로 뽑지 미리서부터 뽑기도 전에 비정년으로 결정했을까?
간단하다. 신신학원 제도중에 정년 교사들은 반드시 단독으로 뭐라도 해야하는 단독목회가 필수 요건이다. 단독목회를 2년이상 해야만 교사 자격이 있다. 그런데 복근이는 단독이 없었던 것이다. 원철이는 어떻게 해서든지 복끈이를 넣고 싶었다. 원철이는 복끈이와 형인 원성 윤당주를 찾아갔다. 형한테 말하면 익정 거사가 거둘테고, 또 사돈 어른 임영감이 힘을 쓰고, 그러면 안되는게 어딨겠어? 원철 윤수사는 복끈이에게 걱정말라고 안심시키며 보무도 당당하게 형에게 찾아갔다.
복끈 : 큰형님 제가 학원에 있어야 장차 원철 윤수사를 크게 도울 수 있지 않겠소?
원성 윤당주: 야 내 동생도 지금 짤리게 생겼다. 작년부터 걔 때문에 내가 얼마나 학원에 왔다갔다 했는지 아냐? 교인들이 물어보더라 박사학위 또 하냐고. 이런 시빌 동생 잘 못 둬서 내가 아주 제명에 못살겠다.
내가 아무리 익정 신촌거사의 뒷배가 든든해도 석송 원장에게 할 수 있는 한계가 있다. 작년부터 교당 똥문회 파워를 한번 써먹었지, 이번에는 백주년 만세연가지고 써먹었지, 종무원장 순대 거사 팔아서 한 번 써먹었지, 나도 사람이다. 죽겠다. 이러다 석송 원장 얼굴 볼 낯이 없을뿐더러 저녁에 비명횡사 할지도 모르겠다.
복끈: 아이고 당주님 내가 지금 이 나이에 보따리 장사를 얼마나 더해야 합니까? 내가 이번에 원서를 넣은 얘들은 적당히 구워 삶아서 정리할테니까 이번 한번만 도와주시오...내 그러면 평생에 이 은혜를 잊지 않으리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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