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헌신, 비전 아프리카

지난 호에 이어서 필자가 어떻게 아프리카 부룬디 선교사가 되었는지 나누고자 한다.  전역을 6개월 남겨둔 상황에서 아프리카 단기선교에 대한 소식을 친구에게 듣고서 처음에는 나와 상관이 없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었다.

당시 군인의 신분이었기에 외출이 자유롭지 않아 준비모임도 참석할 수가 없었고, 단기선교 참가비 백만 원도 부담스러웠고, 전역날짜가 6월 30일이었는데 출발날짜도 7월 8일이어서 여권 발급이나 준비하는 것이 너무 촉박해 불가능해 보였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왠지 이번 기회에 가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 막연한 부담감과 초조함이 밀려오기 시작했다. 그래서 기도하기 시작했는데, 조금씩 가능성이 보이기 시작했다. 필자가 속한 부대가 GOP 최전방 임무를 마치고 후방으로 내려오게 되었고, 중대 선임 소대장이 되면서 주말 시간이 자유로워져서 준비모임에 참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당시만 해도 여권 발급이 한 달 이상이 걸렸는데, 구청에 연락해서 알아보니 장교는 전역 3개월 전에 여권신청이 가능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여권문제가 해결이 되었고, 회비 백만 원은 전역퇴직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여호와 이레의 하나님은 그렇게 필자의 아프리카 선교의 길을 빈틈없이 예비하고 계셨다. 그래서 군대 전역 일주일 후에 아프리카로 향하는 비행기에 몸을 싣게 되었다.

그렇게 어렵게 도착한 아프리카. 그러나 기대처럼 일정이 순조롭지는 않았다. 아프리카 선교회의 케냐 나이로비 베이스에서 오리엔테이션만 하고 목적지인 부룬디로 출발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당시 부룬디가 내전 중이라 항공편이 원활하지가 않았다. 그래도 어렵게 10개의 좌석은 구했으나 나머지 9개의 좌석을 구할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선발대 10명은 먼저 부룬디로 출발하고 필자를 포함한 나머지 9명은 케냐에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 가운데도 하나님의 섭리는 예비 되어 있었다.

케냐의 나이로비에서 유치원 교육사역, 수도 인근의 슬램가인 강게미에서의 고아원사역, 마사이 지역에서의 부족사역 등 부룬디 선발대가 경험할 수 없었던 선교지에서의 다양한 사역들을 잔류팀은 경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케냐의 대평원에서 맛사이 부족의 순수한 아이들과 축구했던 장면은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신발을 신지 않은 아이들은 축구하다가 가시나무에 떨어진 가시에 발바닥이 찔려도 아파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게 손으로 가시를 뽑아내는 것이었다. 이미 발바닥이 신발처럼 두꺼워져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영화에서나 보암직한 황홀한 석양과 보석처럼 빛나는 밤하늘의 별들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이런 시간들을 통해 아프리카가 필자의 가슴 속으로 천천히 한 걸음씩 다가오고 있었다. 

그리고 케냐에서 보름 정도가 지나자 어렵게 부룬디 입국허가를 받을 수 있었고, 50인승 UN기를 타고 나머지 9명도 부룬디로 들어가게 되었다. 부룬디의 수도 부줌부라에 도착하니 바리케이드가 쳐진 도로와 구걸하는 길거리의 아이들 그리고 곳곳의 무장군인의 모습이 내전 중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당시 필자는 사진과 비디오 담당이었는데, 곳곳을 다니며 팀들이 사역하는 모습과 부룬디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었다.부룬디에서 기억이 남는 일들은 의료사역을 위해서 임시진료소를 만들었는데,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려서 인원을 제한하고 나머지 사람들에게는 내일 다시 오도록 번호표를 나누어 주었다. 그런데 사람들이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임시 진료소 앞에 자리를 깔고 기다리는 것이었다. 아이가 울면 아이에게 젖을 물리면서 기다리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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