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교회 제비뽑기 vs 중세로마가톨릭교회 선거

작은교회 진출하기 vs 일부 대형교회 불법 선거

근자에 교단 전체가 술렁이고 있다.

그 이유는 오는 25일부터 27일까지 전주 바울교회(원팔연 목사)에서 있을 제104년차 총회 중 26일, 임원 선거에 시선이 모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총회장은 당연히 제103년차 부총회장인 원팔연 목사가 투표 없이 당선된다. 그러나 목사 부총회장 선거는 3파전이라서 치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3파전의 주인공은 기호 1번 박현모 목사(서울강서지방회, 대신교회)와 기호 2번 주남석 목사(경기서지방회, 세한교회), 그리고 기호 3번 여성삼 목사(서울동지방회, 천호동교회)이다.

선관위의 엄포와

불법 고발

선거 운동 과열 방지를 위해 선거관리위원회(위원장 신익수 목사, 이하 선관위)는 지난 1월 28일에 공명선거 실천과 사전선거운동 금지 및 위반 시 엄격한 처벌을 공포했다.

그 내용은 2월 정기 지방회부터 예비후보자들과 운동원들이 타 지방회에 참석해 인사하거나 사람들을 접촉하는 사전 선거운동을 금지한다는 것과 교단 내 모임에 참석하여 향응을 제공하고, 기부금을 내는 행위 등을 금지한다는 내용이었다. 또한 선관위는 불법 선거운동이 적발될 경우 법대로 처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그런데 Y후보가 지난 2월 25일, 번호판 ‘70누 5XXX’가 적힌 스타렉스를 타고 전남 목포시 죽교동 440-4 신안비치호텔로 가서 전남서지방회 대의원 일부 장로들을 만나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 건으로 김명기 목사(전남서지방회장)가 지난 3월 8일, 선관위에 고소 및 고발장을 문서로 접수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3월 11일, 선관위는 세 후보를 소환했고, Y후보가 나머지 두 후보에게 사과했다. 또 다른 P후보가 선관위와 적발된 Y후보에게 강력 항의했으며, 타 지방회 접촉 및 금품 살포 중지를 요청했다.

이에 따라 지난 3월 26일, 선관위는 고발자 조사 위원회를 조직하여 고소당한 Y 후보를 조사키로 결의했고 조사위원으로는 임창희, 김현식, 이동기 위원이 선정됐다. 또한 선관위는 지난 3월 26일 샹제리제 뷔페에서 입후보자 상견례를 가지면서 부정 선거 운동 중지를 재차 요청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 3월 29일에 선관위는 고발자인 김명기 목사에게 공문 ‘사무 제421호’를 보내 지난 4월 6일 서울로 와서 고발자 조사를 받으라고 출석을 요청했다. 그런데 공문에 의하면 ‘방문시 인장과 신분증을 지참하라’고 했고, ‘불참 시는 더 이상 진술할 내용이 없는 것으로 간주한다’고 적혀 있어 김 목사에게 불쾌감을 줬다는 후문이다. 이에 대해 김 목사는 “피고소인이 된 기분이었다”며 “고발자에게 포상금을 주지는 못할망정 일방적이고 강압적으로 말했다”고 했다.

선거 과정 자체가 불법을 유도

교단 총회 임원에 입후보할 경우 등록비를 받는 것부터 문제가 발생할 소지를 안고 있다. 즉 총회장 입후보자 3,500만원, 목사와 장로 부총회장 2,500만원, 서기와 회계가 각각 300만원, 부서기와 부회계가 각각 200만원씩 후보 등록비를 내야 한다. 이것을 모두 합치면 1억 5,300만원에 이른다. 이들 등록비는 선거의 당락에 관계없이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말하자면 후보자들이 내놓는 돈으로 선거 비용을 지불하는 셈이 된다.

이런 선거 과정이 마치 세상 권력 집단의 선거와 비슷하다는 지적이 있다. 물질신 맘몬과 풍요의 신 바알에 대항해야 할 총회 임원 선거 과정에 초기부터 돈이 개입하게 만든 것이다. 또한 총회대의원들에게 금품을 살포하는 행위가 관례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 지론이다.

그렇다면 기독교에 선거라는 것이 왜 생겼을까? 에른스트 트뢸취는『기독교사회윤리』라는 저서에서 이에 대한 해답을 주고 있다.

초대교회의 제비뽑기

트뢸취의 전언에 의하면, 예수는 주로 ‘눌린 자들’과 ‘지극히 작은 자들’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부(富)를 영혼에 대한 위험물로 보았으며, 당시 지배적인 종교 세력을 대표했던 유대인 제사장 귀족층에 대항했다.

이러한 영향을 받아 초대교회는 ‘사회’ 문제에 관심을 두지 않고, 순수하게 종교적인 모습을 보였다. 즉 영혼의 구원, 유일신 신앙, 사후의 삶, 예배의 순결, 올바른 교회 회중 조직, 일상생활에서의 기독교적 이상의 적용, 그리고 개인의 성화를 위한 엄격한 자기 훈련의 필요성 등을 강조했다. 순수하게 내면적이었고, 윤리적이었으며, 영적인 것이어서 어떤 지위를 갖는 것을 중시하지 않았다.

하류 계층 사람들은 순수한 종교적 근거에 입각한 공동체들을 형성했다. 단순한 복종심과 흔들리지 않는 신앙심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초대교회는 사도와 성례전 중심의 교회이었다.

이처럼 외형적 종교 형식이나 법 보다는 성례전적 본질에 충실했기 때문에 세상적 출세를 위한 줄서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오히려 세상 권세로부터 핍박을 당해 순교자가 속출하여 숨어 다녔다. 그래서 소 공동체를 이뤘고, 교회의 대표가 되면 순교를 당했다. 아무리 믿음이 좋아도 죽음에 대한 공포가 없을 리 없다. 그래서 대표가 되기를 꺼려했을 것이다. 따라서 제비뽑기로 교회 대표를 뽑았다.

중세시대의 선거제도

그러나 중세기는 초대교회와는 달리 교회가 사회를 포괄하는 조직으로 발전하게 된다. 콘스탄티누스가 4세기에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로 공인한 것이 기점이 됐다. 중세시대로 접어들면서 기독교 대표는 돈과 권력을 가지고 있던 황제 주위에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세상 권력과의 타협 과정에서 초대교회에서는 불가능했던 세속적 성공의 길이 가능해지게 되었다. 이와 함께 일반 사회에서 원하는 종교 의식을 행하게 되었고, 교회는 국가로부터 많은 특전을 누리게 되었다.

사람들은 물질이 많은 쪽으로 모이게 된다. 그러므로 초대교회 소공동체의 형태는 사라지고, 중세기에는 수가 많아지면서 대형화되었다. 조직이 방대해지면 국가의 관리가 힘들어진다. 그래서 국가는 자기 이익을 위해서 교회법과 교리를 통일시키려고 했다.

국가의 배려로 말미암아 감독은 탐낼만한 권력 자리가 되었고 다툼이 심해지자 공정하게 선출하기 위하여 선거 제도가 생겼다. 선거에서 이기기 위하여 사조직들끼리 결속이 이루어졌으며, 경쟁이 너무 심해져 공정하게 중앙에 진출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선거법이 생겼다. 그리고 중앙에 진출하면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교회법을 강화했다. 결국 초대교회 소공동체가 중세엔 대규모로 변했고 세속화 됐다.

선출방식, 초대교회인가? 중세교회인가?

이처럼 초대교회 제비뽑기와 중세교회 선거제도는 너무나 다른 모습이었다. 중세교회 교황의 권력은 성경의 권위 보다 높았다. 그래서 서로 오르고 싶어 했던 자리가 됐다. 그래서 경쟁이 심했다. 이러한 중세로마교회의 변질을 개혁한 개신교는 권력형이 아니라 말씀 섬김 형을 추구했다.

작금의 혼탁한 금권 선거판의 모습은 교단 명예를 실추시킬 우려가 있다. 또한 대형교회 후보들의 각축 판이 된지 오래됐고, 초대교회 같이 작은 교회의 영향력은 작아졌다.

심지어 몇 지방회에서는 ‘작은교회 살리기 운동본부’를 설치하는 웃지 못할 사태가 벌어졌다. ‘살리기’라는 용어를 보면 작은교회는 ‘죽었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초대교회처럼 돈이 없고, 작은 공동체는 죽은 것인가? 중세교회처럼 황제에 버금가는 교황이 되어야 살아 있는 것인가?

마가의 다락방 교회에서 120명의 신자가 성령강림체험을 했다.

초대교회는 작았다. 그러나 중세로마가톨릭교회는 컸다. 그래서 종교개혁이 일어난 것이다. 교단 개혁이 되려면 초대교회 정신이 필요하다. 작은교회 출신들이 진출할 수 있는 길은 교단 총회 임원 선거를 비롯하여 항존부서와 의회부서의 위원장과 부장을 제비뽑기로 선출하는 길 밖에 없다.

‘맛디아’를 선출했던 제비뽑기야 말로 초대교회 소공동체의 역동성을 살릴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이 지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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