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춘 목사(시인, 신학박사, 천광교회 담임)

메타포의 유형에서 중요한 것은 물화론적 은유로 생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에 생명력을 불어넣음으로써, 사물에 활기를 주어 역동성을 느낄 수 있게 하는 은유로 동사은유와 함께 상상력의 폭을 무한대로 늘릴 수 있는 중요한 요소이다.

휠라이트는 “A=B”의 형식을 통일성의 양식으로 치환은유라고 하고 ‘A=B’의 형식을 병치은유하고 한다. 치환은유는 은유의 가장 오래된 형식이며 치환은유가 될 때 매우 모호하고 다양한 문제를 제기한다고 하였다. 치환은유는 한 사물에다 다른 사물의 이름을 전이하여 생기는 전통적인 은유이다. 두 사물 사이의 유사성에 근거하여서 불확실한 미지의 사물(원관념)을 이미 잘 알고 있는 구체적인 사물(보조관념)로 전이하여 의미의 변용 혹은 확대를 가져오는 방법이다. 우리가 지금까지 흔하게 볼 수 있었던 은유의 예들이 이 치환 은유들이라고 할 수 있다.

반면, 원관념과 이질적인 여러 개의 보조관념으로 전이되는 은유를 병치은유라고 한다. 예를 들어, 유치환의 <깃발>에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저 푸른 해원을 향하여 흔드는 영원한 노스탤지어의 손수건” 여기서 원관념 ‘깃발’이라는 사물이 ‘이것’으로 놓인 채 ‘아우성’, ‘노스탤지어의 손수건’이 병치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깃발은 소리 없는 아우성, 손수건은 그리움의 이미지로 ‘깃발’과는 어떠한 유사성도 갖지 않은 채 병치되어 있음을 보게 된다. 그러나 돌연한 결합으로 인하여 깃발의 이미지는 가시적인 것에서 내적인 마음의 상태를 보여주는 것으로 새로운 의미를 지니게 된다. 즉, ‘깃발’이 단순한 사물로써가 아니라 인간 자신이 독립적으로 병렬되어서 존재한다. 병치은유는 서로 이질적인 사물, 경험들을 병렬시키고 내적인 의미로 종합하여 새로운 의미를 생성하는 비유인 것이다.

또한 환유와 제유가 있다. 이들은 은유의 한 유형이다. 환유는 예컨대 갈비뼈가 뼈의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갈비뼈가 뼈를 대신할 수 있는 것은 상관성 때문이 아니라 그것이 뼈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제유는 돛이 배의 전체를, 빵이 식량의 전부를, 약주가 술의 전부를, 왼팔이나 애꾸눈이 불구자의 전부를 나타내는 비유들이 이 제유에 속하는 것이다. 김준태는 이 사실을 <콩알 하나>에서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누가 흘렸을까

막내딸을 찾아가는

다 쭈그러진 시골 할머니의

구멍 난 보따리에서

빠져 떨어졌을까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파아란 콩알 하나

나는 그 엄청난 생명을 집어 들어

도회지 밖으로 나가

강 건너 밭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었다

그때 사방팔방에서

저녁노을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시인 김준태는 문명의 이기를 상징하는 “역전 광장 아스팔트 위에” “밟히며 뒹구는 콩알 하나”가 엄청난 생명 전체를 가리킨다고 보았고, 그 고귀한 생명을 “강 건너 밭이랑에 깊숙이 깊숙이 심어 주는” 생명의 존귀함을 실천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때 이 콩알 하나는 도회지 안에 있는 죽음의 문화를 거부하는 엄청난 생명을 대신하고 있다고 볼 때 이를 가리켜 제유라고 하고, 환유는 사물의 한 부분이 그 사물과 관계가 깊은 다른 어떠한 것을 나타내는 것이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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