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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 사모의 편지(169)강병대교회(强兵臺敎會)를 아시나요?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4.01.17 21:28
  • 호수 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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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영(본지 논설위원, ‘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생각해보니 가톨릭 성지를 많이도 가봤다. 공세리 성당의 오래된 나무들은 (그곳에는 특이하게 임신한 마리아상이 있다) 얼마나 매혹적이든지, 나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반하고야 말수밖에 없는 곳이다. 충청도 쪽으로 여행을 가면서 취향대로 장소를 고르다 보니 황새바위 성지와 요즈음 젊은이들의 핫플인 사진 명소인 신리 성지, 솔뫼 성지, 베티성지 베론성지들도 가보았다. 서울의 서소문 역사 성지 박물관의 건물과 내부는 정말 아름답고 그윽하다. 원주에 있는 이름도 어여쁜 풍수원 성당은 100년이 넘는 고딕 양식의 건축물이다. 자그마한 산을 끼고 있어서 바로 그 산에 십자가의 길이 펼쳐진다. 예수님 고난을 형상화한 주제로 성당마다 그 표현이 다른데 그림을 묵상하며 저절로 십자가와 함께 기도하게 된다. 개신교 신자면서 가톨릭이 가장 부러운 것은 그들의 성당이나 성지마다 꼭 만들어 놓아 묵상하게 하는 십자가의 길이다. 넓으면 넓은대로 좁으면 좁은 걸으면서 생각하고 생각할 때 기도하게 된다.

제주 여행에서 모슬포에 있던 <강병대 교회>를 갔다. 그것도 우연히 해변도로를 달리다가 만난 용수성지 때문이었다. 김대건 신부가 중국 상해에서 사제 서품을 받은 후, 8월31일 라파엘호를 타고 상해를 출발, 조선으로 향하던 중 풍랑을 만나 28일간의 표류 끝에 제주 용수리 해안에 표착한 것을 기념한 성지다. 인상적인 것은 김대건 신부가 타고 왔던 실물 대로 복원해 놓은 배 라파엘 호였다. 바다 위 풍랑 속에서 28일을 보낸 배치고는 얼마나 아담하던지, 저 작은 배는 얼마나 파도에 시달렸을까? 사람들은 또 얼마나 힘들었을까, 사람 그릇이 작아선지 원대한 어떤 것들보다 그런 사소한 일에 울컥할 때가 많다.

그런 생각을 하다가 제주도 어딘가 오래된 교회는 없을까? 폭풍 검색 후 강병대 교회를 만났다. 얼핏 사람 이름의 교회인가, 싶었는데 强兵臺敎會였다. 병사를 강하게 할 수 있는 교회, 서쪽 모슬포에 있었다. 강병대 교회는 볼매였다. 처음에는 아무런 멋도 없이 교회 형식 같은 앞 건물에 뒤가 기차처럼 길다란 특색없는 교회. 그러나 천천히 돌아다니면서 보니 어? 하게 된다. 우선 국가 등록 문화재였다. 건물의 중추를 이루고 있는 제주도산 현무암이 나처럼 늙어가는데(아 나보다는 언니네) 마치 오래된 길에서 만난 제주도 돌무덤처럼 깊고 그윽해 보인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건물을 건축가가 아닌 군인, 공병들이 지었다는 것, 제주도산 현무암을 사용하여 벽체를 쌓고 목조 트러스 위에 함석지붕을 씌운 단순한 건물이다. 6.25전쟁 후 모슬포에 육군 제1훈련소가 설치되고 1952년 훈련소장으로 취임한 장도영이 장병들의 정신적 양식과 종교적 생활을 통해 강인한 정신력을 불어넣어 주기 위해 세운 교회, 1953년 1월 21일 육군 제1훈련소가 ‘강병대(强兵臺)’로 명칭이 개정되면서 교회 이름도 자연스럽게 강병대 교회가 되었다. 군의 사적지 중 제주에서 유일하게 양호한 상태로 원형이 유지돼 역사적, 군사적 또는 국방기념물로서의 가치가 문화재로 인정된 것이다. 제주도 첫 유치원으로 교회 안에 샛별 유치원이 생겼고 교회 부설 신우고등공민학교(야간 중학과정)가 개설 도내 최초의 야간학교가 개설되었으니 교육과 함께 사회복지를 실천하는 교회였다. 모슬포로 피란 온 많은 신자들의 예배처소였으며 교회 근처에 있던 미군 고문단 1개 중대 병력도 이곳에 와서 예배를 드리곤 했다. 특별한 것은 초창기에 천주교인들의 미사도 함께 드렸다고 하니

참으로 귀한 교회가 아닌가.

바라건대 누군가가, 혹은 어느 교횐가가 제법 넓은 교회의 정원에 어여쁜 나무 좀 심고 사람들 앉을 벤치 몇 개 놓아주면 좋겠다. 그 사이사이에 공병대교회의 역사를 아름다운 글로 적어 성산포의 이생진시비 공원처럼 만들면 어떨까, 오래된 교회 건물을 바라보며 공병들이 지은 교회라니, 교회가 복지 교육을 담당했던 시절이네. 성당 사람들도 함께 예배를 드렸다니 지금보다 훨씬 여유롭지 않은가. 저 세월 깃든 현무암 좀 봐, 참 아름다운 교회야. 그런 생각을 하며 앉아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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