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희환 목사(기성 예수비전교회)

표적이라고 하는 것은 주님의 일을 하는데 매우 유용한 것입니다. 제 경우에도 집회를 인도할 때 의술로 고치지 못하던 질병들이 치유되곤 하고 그것 때문에 집회의 열기가 더 뜨거워지고 더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것을 경험하곤 합니다. 귀신을 쫓아내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것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고 표적이 눈앞에 나타나면 큰 반응을 보이게 됩니다.

예수님 역시 표적에 대해 말씀하셨습니다. “15. 믿는 자들에게는 이런 표적이 따르리니 곧 그들이 내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새 방언을 말하며 18. 뱀을 집어 올리며 무슨 독을 마실지라도 해를 받지 아니하며 병든 사람에게 손을 얹은즉 나으리라 하시더라(마가복음 16장).” 

예수님이 말씀하셨으니 되는 게 마땅합니다. 실제로 제자들이 나가서 말씀을 전할 때 표적이 나타납니다. “19. 주 예수께서 말씀을 마치신 후에 하늘로 올려지사 하나님 우편에 앉으시니라 20. 제자들이 나가 두루 전파할새 주께서 함께 역사하사 그 따르는 표적으로 말씀을 확실히 증언하시니라(마가복음 16장).”

초대교회 성도들의 합심 기도 가운데도 표적을 구하는 내용이 나타납니다. 베드로와 요한이 권력자들로부터 전도하면 그냥 두지 않겠다는 협박을 받고 그 내용을 성도들에게 전달했을 때 교회 공동체는 일심으로 기도합니다. “30. 손을 내밀어 병을 낫게 하시옵고 표적과 기사가 거룩한 종 예수의 이름으로 이루어지게 하옵소서 하더라(사도행전 4장).”

그런데 주의할 것이 있습니다. 표적이 본질이 아니라 말씀이 본질이라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된다는 점입니다. 앞에 인용한 구절에서도 “그 따르는 표적으로 말씀을 확실히 증언”했다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표적은 그 자체로 의미 있는 것이 아니라 말씀을 드러나게 할 때 의미가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말씀을 뒷전에 두고 표적만 추구하는 것은 잘못되고 왜곡된 신앙의 모습일 수밖에 없습니다.

또 하나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이 있습니다. 열매가 따르지 않는 표적은 우리에게 하등의 유익이 없다고 하는 점입니다. 예수님의 가르침의 엑기스인 산상수훈은 마태복음 5-7장에 나옵니다. 그중 마지막 장인 7장에서 예수님은 열매에 대한 이야기를 하십니다. 

“16.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지니 가시나무에서 포도를, 또는 엉겅퀴에서 무화과를 따겠느냐 17. 이와 같이 좋은 나무마다 아름다운 열매를 맺고 못된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나니 18. 좋은 나무가 나쁜 열매를 맺을 수 없고 못된 나무가 아름다운 열매를 맺을 수 없느니라 19. 아름다운 열매를 맺지 아니하는 나무마다 찍혀 불에 던져지느니라 20. 이러므로 그들의 열매로 그들을 알리라(마태복음 7장).” 그리고 이어서 나오는 내용이 천국에 들어가지 못할 자들에 대한 것입니다. “21. 나더러 주여 주여하는 자마다 다 천국에 들어갈 것이 아니요. 다만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의 뜻대로 행하는 자라야 들어가리라 22. 그날에 많은 사람이 나더러 이르되 주여 주여 우리가 주의 이름으로 선지자 노릇 하며 주의 이름으로 귀신을 쫓아내며 주의 이름으로 많은 권능을 행하지 아니하였나이까 하리니 23. 그 때에 내가 그들에게 밝히 말하되 내가 너희를 도무지 알지 못하니 불법을 행하는 자들아 내게서 떠나가라 하리라(마태복음 7장).”

귀신을 쫓아내며 많은 권능을 행했다는 말이 무엇입니까? 표적을 나타냈다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그토록 관심 갖는 표적, 사람들이 그토록 행하고 싶어 하는 표적을 나타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예수님은 표적을 행한 사람들에게 누군지 모른다고 하시니 충격적인 내용이 아닐 수 없습니다. 열매가 없는 표적이 얼마나 무익한 것인지를 잘 드러내고 있습니다.

표적은 분명히 가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표적 자체만을 구하면 안 됩니다. 표적 자체를 지상 목표로 두어서도 안 됩니다. 표적인 본질이 아니고 말씀이 본질이니 표적은 말씀을 드러내는 보조 수단인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또한 열매가 없는 표적이 무익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우리가 전력을 다해 추구해야 할 것은 표적이 아닌 열매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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