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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Life은혜로운 성도라는 말을 들고 있지만 영광의 자리에서 내려올 수 없는 상태가 되어버린 것은 아닌지요?”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12.27 23:09
  • 호수 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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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임진각순례자의교회 담임)

“허밍버드”에서 출판한 “한설희” 씨의 「나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를 읽고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지하철에서 요란한 색상의 모발에 회 무늬의 짧은 미니스커트, 망사 스타킹까지 야무지게 차려입은 여자를 봤다. 화려한 뒷모습을 보며 여러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아무리 개성 시대라지만 너무 과한 거 아닌가?’ 범상치 않은 모습에 나도 모르게 흘끔거리던 중, 휙 하고 돌아선 그녀는 놀랍게도 육십은 더 돼 보였다. 아무리 젊게 보려고 해도 말이다. 지하철 안의 사람들이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걸까. 그녀가 뒤를 돌아선 순간 당혹감에 술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잠시 후 그녀의 행동은 더욱 놀라웠다. “자기야, 나 보고 싶다고? 기다려~, 가고 있는 중이야~.” 다리를 배배 꼬다가 크게 웃어 대기를 반복했다. 사람들의 당혹감은 헛웃음으로 바뀌었고, 여기저기 키득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마냥 웃을 수만은 없었다. 엉뚱할지 몰라도 그 순간 문득 내가 좋아했던 브리지트 바르도라는 프랑스 여배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젊었을 때 아름다운 외모로 대중에게 사랑받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괴팍하게 늙어 가는 그녀를 보며 안타까워했던 마음이 내 눈앞 그녀에게 이입됐다. 아마도 그녀는 젊었을 때 무척이나 아름다운 여자가 아니었을까? 예뻐서 남자들한테 인기가 많았던, 그래서 예쁜 게 전부였던 여자……. 젊음의 아름다움이 다였던 그녀에게도 시간은 공평하게 흘렀을 테고, 어느새 가까이 다가온 나이 듦을 받아들이지 못한 게 아닐까.

사람들은 왜 이 여인을 보고 웃었을까요? 그녀에게는 나이에 맞는 원숙함이 드러난 아름다움이 없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모습이 신앙인인 우리에게는 없을까요? 하나님의 은혜를 받고 감격했던 때와 같은 푸른 시절, 그때만을 생각하며 오늘도 은혜 받기만을 간구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하나님 은혜에 감사하고 그 은혜에 보답하며 나눠주기보다는 더 크고 더 놀라운 은혜를 주시라고만 간구하고 있지는 않는지요? 뿐만 아니라 교우들에게도 섬김보다는 섬김 받기만을 요구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하나님께서 주신 귀한 일들을 통해 은혜로운 성도라는 말을 들고 있었지만 영광의 자리에서 이제는 결코 내려올 수 없는 상태가 되어 버리고 더 큰 자리 더 높은 자리를 원하고 있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지는 않는지요? 자신을 낮추며 겸손히 기도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들 곧 토색, 불의, 간음을 하는 자들과 같지 아니하고 세리와도 같지 아니함을 감사했던 바리새인과 같은 모습이 드러나고 있지는 않는지요? “청함을 받았을 때 높은 자리에 앉지 말라 그렇지 않으면 너보다 더 높은 사람이 청함을 받은 경우에 너와 그를 청한 자가 와서 너더러 이 사람에게 자리를 내주라 하리니 그때에 부끄러워 끝자리로 가게 되리라(눅 14:8b-9)” 말씀을 기억하십시다.

받은 은혜와 구원 받음의 감사가 원숙하고 성숙한 섬김과 헌신과 희생으로 만들어 질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성도들과 세상을 향해 빛과 소금과 같은 존재의 의미를 갖고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겸손함으로 신앙과 삶의 자리를 지키며 나보다는 다른 이가 드러나며 주님이 드러나는 삶을 살아야 합니다. 그것이 신앙 연륜이 쌓인 그리스도인의 아름다움입니다. 오늘 우리에게 이런 아름다움이 있는지 살필 수 있어야겠습니다. 마음을 주님께로 여십시오. 주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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