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임진각순례자의교회 담임)

‘문학과 지성사’에서 펴내고 ‘김열규’님이 쓴 「이젠 없는 것들1」에서 일부를 옮겨봅니다. 

한두 세대 전만 해도 밤은 소중한 먹을거리였다. 아이들 군것질거리로 밤은 여간 귀한 게 아니었다. 칼로 껍질에 흠집을 내고는 질화로의 숯불이나 아궁이의 잿불에다 묻어 구웠다. 노르스름하고도 까뭇하게 익은 밤 맛이라니! 구수하고도 달콤했다. 오돌오돌 씹히는 맛도 여간 아니었다. 형제나 친구끼리 두셋만 모이면, 그만 잔치판이 벌어지곤 했던 것이다. 그렇게 잿불에 구운밤은 아이들 입을 즐겁게 만들었다. 한데 잿불이나 숯불에 구워서 맛나기로는 밤뿐만이 아니었다. 군고구마며 구운 감자며 구운 콩은 아이들에게 여간한 군것질거리가 아니었다. 그런데, 그 모든 구운 먹을거리는 어디로 사라졌을까? 밤도 고구마도 감자도 콩도 있긴 하지만, 그것들을 먹는 방식은 아주 달라지고 말았다. 아무도 숯불이나 잿불에 직접 굽지 않는다. 그래서 불기운 가시듯 그것들의 입맛도 달라지고 말았다. 

그렇습니다. 어렸을 적 시골에 가면 할머니께서 구워주시던 맛있는 군밤이며, 부뚜막에 앉아  삼촌 고모들을 채근하며 먹었던 군고구마며 구운 감자가 지금도 기억납니다. 하지만 요즘 아이들은 이런 먹거리를 모를 것입니다. 패스트 푸드점에서 후라이드 된 감자를 먹고 고구마 칩이나 감자 칩으로 된 과자류를 먹습니다. 군밤은 나이든 아빠나 엄마가 늦은 겨울밤에 사들고 온 한봉지의 옛 추억에서나 먹을 수 있을 것입니다. 음식을 만드는 법과 맛도 세대가 흘러가며 완전히 바뀌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밤도 고구마도 그리고 감자도 콩도 그대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까까머리 1학년 여름 방학 때의 여름수련회가 생각납니다. 이제 갓 초등학생 티를 벗은 좌충우돌의 개구쟁이가 성령을 체험하고 인격적으로 주님을 만났던 너무나 소중했던 시간이었습니다. 형님 누님들이 눈물로 기도할 때 나도 모르게 그 기도를 흉내 냈습니다. 그리고 동갑내기였지만 라이벌 같았던 친구의 방언 기도를 듣고 “하나님! 나도 방언하고 싶어요.”라고 고백했던 그 간절함의 순간에 눈물 콧물이 쏟아졌습니다. 주님이 나를 위해 십자가에 죽으셨음이 실제로 믿어지고 고백되어지는 순간을 맞았습니다. 그 순간을 잊을 수 없고 지금도 신앙의 기초가 되어주고 있습니다. 그렇습니다. 그리스도인이라면 그 정도와 형태의 차이는 있지만 모두 이런 경험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성령을 체험하고 주님을 고백했던 경험이 모든 그리스도인의 공통점임에는 틀림없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지금의 젊은 세대들에게 우리와 똑같은 방식의 경험과 고백이 바른 신앙의 모습이라고 강요하고 있지는 않습니까? 그래서 젊은 세대들과의 간극은 더욱 커지고  또 그들이 교회를 떠나는 단초를 제공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가 먹었던 군밤과 고구마 같은 것들이 지금도 그대로 존재하지만 이미 그 먹는 방법이나 맛도 달라져 있는 이 세대들입니다. 동일한 성령님을 고백하는 방법이 우리와 조금 다를 뿐 여전히 성령님은 함께 하고 계십니다. 신앙의 본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면 조금은 다른 그 고백의 형태를 이해하며 오히려 다양한 신앙 훈련의 장을 만들어 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너희를 젖으로 먹이고 밥으로 아니하였노니(고전 3:2a)” 했던 바울의 고백이 생각납니다. 교회 교육의 현장에서 너무 지나치게 나와 같기를 강요하지는 않았는지 한번 살펴 볼 수 있기를 바라며 겸손히 우리 주님의 도우심을 구합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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