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 : 2024.2.23 금 16:59
상단여백
HOME 논단 젊은지성
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이사 가는데 가기 싫었습니다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10.18 17:40
  • 호수 596
  • 댓글 0
안희환 목사(기성 예수비전교회)

지하 개척교회를 시작하면서 구로동에 십몇 평하는 작은 집을 전세로 얻었습니다. 주차할 곳이 없어서 늘 전쟁이었습니다. 어떤 때는 하는 수 없이 멀리 떨어진 공영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다시 차를 타러 갈 때는 한참을 걸어야 했습니다. 집의 창문 곁에는 작은 공터가 있었는데 밤새워 놀면서 떠드는 10대들 때문에 제대로 잠을 자기 어려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보다 더 곤란한 것은 집 상태가 너무 안 좋아서 가족들이 다 모여 살 수가 없었다는 점이었습니다. 거실이 없고 방만 두 개가 있었는데 작은 방엔 책상과 냉장고가 들어가니 사람이 누어서 잘 수가 없었습니다. 안방이라고 해봐야 작은 방이었는데 그 방은 방바닥이 푹 꺼져 있었습니다. 덕분에 아이들을 모두 처갓집에 맡기고 우리 부부만 그 집에서 생활했습니다.

그래도 감사했습니다. 제가 어릴 때부터 결혼 전까지 살던 집은 안양천 옆의 판자촌이었고 그곳에서는 여러 집이 화장실 하나를 같이 사용했습니다. 화장실은 집에서 뚝 떨어져 있었는데 달이나 별이 뜨지 않는 밤이면 화장실 가는 골목길이 제대로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름에는 구더기가 들끓었고 겨울에는 사정없이 추웠습니다. 그런데 작은 전세집이나마 화장실이 집 안에 있으니 얼마나 감사한 일입니까?

교회를 건축하면서 5층에 사택을 마련했습니다. 그제야 온 가족이 함께 살 수 있었습니다. 먼저 살던 전셋집의 전세금은 꼭 필요한 것을 산 후 나머지 모두를 건축헌금으로 드렸습니다. 그게 실수였습니다. 에어컨이라도 달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입니다. 교회 5층은 옥상이고 옥상이 햇볕을 받으니 집 앞 시멘트 바닥에서 엄청난 열기가 올라왔습니다. 에어컨 없이 그 열기를 받으며 지내다 보니 몸이 힘들어졌습니다. 그때 아내는 단단히 병이 났고 수년간 여름이 오면 몸 상태가 안 좋아져서 고생해야 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감사했습니다. 더위에 이렇게 생고생하는데 목사 부부를 생각해 주는 중직자들이 없네 하며 서운해했던 기억이 전혀 없습니다. 그 후 교회에서 사용하던 옛 에어컨을 사택에 달았는데 금방 고장 났습니다. 하는 수 없이 새로 에어컨을 사야 했는데 원래도 내게 어떻게 해달라는 소리를 못하는데 건축 후 부채가 있는 상황에서 에어컨을 해달라고 이야기할 수가 없었습니다. 감사하게도 할부를 길게 끊어서 에어컨을 마련할 수가 있었습니다.

저는 지금 살고 있는 집이 참 좋습니다. 교회 5층에 있다 보니 새벽예배 가기가 참 좋습니다. 비가 오거나 눈이 와도 엘리베이터만 타고 내려가면 되니 정말 편합니다. 게다가 우리 집 아래는 예배당이니 층간소음으로 쫓아올 사람들이 없습니다. 또 하나 좋은 것은 마당이 있다는 점입니다. 저는 밖에 나가려면 의수를 장착하고 그 위에 옷을 입어야 하기 때문에 외출하기가 불편합니다. 그런데 교회 5층의 사택 마당은 반팔 옷 상태로 나가도 볼 사람이 없으니 얼마나 편한지 모릅니다. 주일 3부 예배 설교 후 사택에 올라와 의수를 벗어놓고 있다가 내려갈 수 있다는 것도 좋습니다. 의수를 오래 하면 아프니까요.

이렇게 좋은 사택을 떠나 이사하게 되었습니다. 교회에서 학교를 시작하고 사택을 기숙사로 활용하기로 했기 때문입니다. 다리를 다치고 보조장치까지 한 상태로 집 안에서 걷는 연습을 해야 하는데 아파트로 가면 층간소음으로 난리가 날 것 같습니다. 저도 모르게 입에서 가지 싫다 가기 싫다 하는 말이 계속 나왔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항상 기뻐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그 후로 제 입을 다물고 있습니다. 더 이상 아내에게도 가기 싫다고 말하지 않았습니다. 하나님께서 기뻐하지 않으실 모습이니까요. 제 영성에 문제가 생긴 것 같습니다. 아이들도 데리고 살지 못하는 좁은 집에서도 감사했는데 그보다 나은 형편에서 가기 싫다고 투덜거렸으니 말입니다. 정신 바짝 차리고 더 기도해야겠다고 생각했고 기도에 더 전념하고 있습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좋아요 0

기독교헤럴드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