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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Life“줄 맞춰서 나 있으면 곡식이고, 아무데나 막 자란 건 풀이지, 안그러냐?”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10.18 17:15
  • 호수 5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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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임진각순례자의교회 담임)

박명화 님의 “엄마의 행복”에서 감동 깊게 읽은 내용입니다.

박명화 님의 부모님은 모두 시각장애인입니다. 두 분이 시골에서 농사를 지으며 4형제를 모두 의젓하게 키워냈습니다. 작가가 어렸을 때, 아버지의 밭일을 도우며 나누었다는 몇 마디에서 많은 것을 느끼게 됩니다.

아버지의 농사는 “눈이 하는 일이 아니었다. 모든 것은 손이 주관했다. 손끝으로 흙의 감각, 씨앗의 감각, 싹과 풀의 감각을 익혀 가며 농사를 지었다. 놀랍게도 손끝의 감각만으로도 농사는 가능했다. “아버지, 잡초랑 곡식이랑 달라유?” “그럼, 줄 맞춰서 나 있으면 곡식이고, 아무데나 막 자란 건 풀이지, 안그러냐? 그러니까 잡초 같은 놈 그러지 않든?” 나는 웃었다. 물론 줄 밖에 서 있는 곡식은 거의 없다. 왜나면 씨를 뿌릴 때 줄 맞춰 고르게 뿌리니 말이다. 하지만 잡초는 조금 다르지 않은가, 곡식들이 줄 맞춰 고랑 따라 솟아 있는데, 얄밉게 그 사이에도 곡식인 양 떡하니 같이 자라고 있기도 한데 말이다.”

그렇습니다. 잡초는 곡식인양 자라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데나 막 자랍니다. 마치 아무렇게 제 하고 싶은 데로 하고 사는 사람, 이웃도 없고, 가족도 모르고, 예의도 없고, 어른도 없는 사람들, 그런데 내가 이런 모습은 아닌지 살펴볼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글쓴이의 아버지 말씀이 계속됩니다.

“이렇게 만져보면 풀하고 곡식은 엄연히 달러, 콩 같은 풀도 없고, 보리 같은 풀도 없어. 이것 봐. 이파리가 틀려도 틀리고, 대궁이 틀려도 틀리잖여. 만져보면 금방 알지. 콩 심어놓은 데 콩하고 다르게 생긴 게 나 있으면 잡초지, 안 그러냐? 아하. 나는 살짝 눈을 감고 잡초와 콩잎을 비교해 봤다. 다르긴 다르다. 그래서 한번 내 감각을 믿고 쓱 뽑아봤다. 맞다. 풀이다. 눈을 감고 만져보니 눈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 느껴진다. 보들보들한 잎이랑, 까칠한 뒷면, 어떤 건 매끈하고 어떤 건 솜털 같다. 푸석푸석 부서지는 흙까지도 떡고물을 만지듯 기분이 좋다. 엄마, 아버지가 일할 때 이런 기분일까?”

글쓴이는 눈을 감고 만져보니 눈으로 볼 때와는 전혀 다른 기분이라고 말했습니다. 시각장애를 가지고 살아가는 두 분이 어떻게 농사를 지을 수 있었겠습니까? 그분들에게는 비록 보이지 않는 것들이었지만 없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살아오셨기 때문은 아닐까요? 비록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명히 존재하고 있는 열매있는 곡식들을 붙잡고 살아 왔기 때문은 아닐까요? 그래서 자식 열매까지도 잘 맺으며 살아오셨던 것은 아닐까요?

그리스도인은 눈에 보이는 것을 전부로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아닙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의 삶의 주인이 되신 하나님이 계심을 믿고 그분이 주시는 사명을 붙들고 살아갑니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계신 그분, 생명의 양식(곡식)되시는 주님을 바라보며 살아가는 우리가 되십시다.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주어진 사명을 붙들고 살아가는 우리가 되십시다. 눈에 보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닙니다. 내가 그를 직접 만져 보지 않고는 믿지 아니하겠노라고 했던 도마에게 “너는 나를 본 고로 믿느냐 보지 못하고 믿는 자들은 복되도다” 하신 우리 주님의 말씀이 귓가를 울립니다.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분명히 계신 하나님을 고백하며 사명을 붙들고 나누고 베풀며 섬기는 열매 맺는 삶을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주께서 우리와 함께하십니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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