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준 목사(기성 하늘동산교회)

“20세기 청춘들의 이야기”

9. 서로를 이해와 공감을 줄 수는 없어도 사랑은 줄 수 있지 않을까?

 21세기의 청년들이여, 20세기의 청년들을 경멸하지 말자.
 20세기의 청년들이여, 21세기의 청년들을 멸시하지 말자.
 우리는 서로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해도, 우리는 서로에게 완전한 사랑을 줄 수 있다.

“지방출생 목사가 말하는 지방 청년이야기”

1. 각종 대중매체를 통해 살펴본 현재, 세계는 어마어마한 변화를 이루었지만, 시골에 사는 내 주변의 삶은 국민학교 시절이나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가 된 지금이나 별 차이가 없다.
서울, 경기도권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1~2시간 거리를 오갈 때 지방에서는 30분이 소요되는 곳은 너무 멀다고 말한다. 이 세상은 빠른 변화를 경험하고 있건만 지방은 아직도 “응답하라 1988”의 마인드로 살아가고 있다.

2. 특히 전국에서 가장 인구수가 적고 정치, 교육, 문화, 의료 수준이 최저인 전북과 강원도는 대학진학, 직장, 결혼, 출장 등으로 타지를 떠났다가 10년 만에 돌아와도 큰 차이가 없을 정도이다.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는 시민정신은 말할 것도 없고, 건물이나 도로 등도 거의 차이를 느낄 수 없다. 변화는 고사하고 이제는 2050년 인구소멸 예상 지역으로 선정되어 고향의 존립 자체를 염려해야 하는 상황이다. 어른들은 익숙함에 젖어 변화를 싫어하겠지만 호기심과 생동감이 넘치는 청춘들에게 변화하지 않는 고향은 답답하기 그지없을 뿐이다.

3. 더군다나 기독교가 바꾸지 못한 유일한 2가지 중 하나인 대학은 청소년들에게 커다란 중압감으로 다가온다.

같은 성적이라면 고향의 상위권 학교보다 서울에 있는 하위권 대학이라도 진학하고 싶어 한다. 더구나 서울로 진학한 친구들이 두세 달에 한 번씩 놀러 와서는 본인들이 경험한 세상이 돌아가는 이야기, 은혜받은 이야기들을 풀어놓을 때면 부러울 뿐이다. 그러나 자신의 현실은 어르신들의 희생 강요(?)이다.

4. 어른들은 20대부터 당연히 교회에 헌신하며 희생하셨다. 그렇기에 당연히 청년들에게도 헌신을 요구하신다. 하지만 요구를 받는 청년입장에서는 공부를 못하면 헌신이라도 하라는 것인가로 오해할 수도 있다. 왜 서울로 상경한 친구는 출석하는 교회에서 헌신도 안 하고 편하게 고향을 오가며 신앙생활을 하는데 자신은 어쩌다 한번 주일을 빠지면 난리가 나고 헌신을 강요받는지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다고 한다.

5. 홍대에 위치한 모 교회는 클럽 음악처럼 신나게 찬양하고 모 선교단체에서는 EDM으로 찬양한다는데 왜 우리 교회는 호주 힐송뮤직이나 미국 벧엘처치의 찬양을 부르면 난리가 나는지 모르겠단다. 왜 우리 교회는 마커스워십의 찬양을 하면 안 되고, 권사님들이 좋아하시는 8090 찬양만 몇십 년째 부르면서 금요기도회를 나오라고 하는지 이해가 안 간다고 한다.

6. 청년들이 바라본 지방교회는 보수적이고, 비이성적이며 비효율적인 부분들이 수두룩하다. 설명은 없고, 지시만 있다. 40~50대도 어린애 취급이다. 그래서 대다수 교회에는 50대 이하가 사라지고 있다. 요즘 청년들 말로 ‘무지성’의 교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교회를 안 나가지만 신앙에는 관심이 많은 SBNR(spiritual but not religious)나 가나안 성도, 플로팅 성도가 등장하고 있다.

7. 비이상적이고, 비상식적인 교회에 학을 떼는 젊은 사람들이 교회를 떠나고 있다. 대신 온라인 예배를 드리거나 이 교회, 저 교회를 떠돌아다니는 플로팅 성도가 되기도 한다. 요즘 기독교 서점에서는 신앙의 고민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거나 고민을 제안하는 책들이 인기이다. 그만큼 궁금한 것도 많고, 누군가에게 속 시원한 해답을 듣지 못했다는 반증이다. SNS를 통해 익명을 통해 신앙의 고민을 상담하기도 하며 카드뉴스나 유튜브 숏츠 영상 등을 통해 은혜를 받는다.

8. 과거의 식당들은 내 옆식당이 경쟁상대였다. 요즘에는 세계가 나의 경쟁상대이다. 모든 분야가 마찬가지이고, 교회도 세계적인 비교에서 빠질 수가 없다. 이 말은 우리 목사님의 설교와 대한민국에서 손꼽는 목사님의 설교가 비교된다는 말이다. 우리 교회의 시스템과 시대를 선도하는 교회가 비교된다는 말이다. 우리 교회가 그 어느 교회와 견주어도 손색이 없다면 문제가 되지 않지만 조금이라도 부족함을 느낀다면 성도의 입장에서는 박탈감을 클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감정에 솔직한 청년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올 것이며 지방 청년들에게는 더 크게 다가온다.

9. 환갑을 맞이한 어르신이 계시면 동네의 축제가 되던 20세기와 달리 지금은 백세시대이다. 과거에는 30대만 되어도 어른 대접을 받을 수 있었고, 40대 장로님들도 많았고, 30대 후반의 장로님들도 적지 않았다. 어쩌면 그것은 당연했다. 50대 중반이 되면 기력이 쇠해서 사회에서 한발 물러나는 시대였기에.

그러나 지금은 적어도 50대 중반은 되어야 중직을 맡을 수 있다. 문제는 지혜와 전통을 고수하며 사회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어야 하지만 연륜과 전통의 고수만 있고, 사회의 변화에 어둡고 귀 기울이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10. 그렇기에 내가 만나본 거의 대부분은 청년들은 어른들에 대한 기대를 하지 않는다. 그리고 진지하게 신앙에 대해 고민하며 신앙을 떠나고 신앙 안에 거하려고 하는 청년들은 지역 내에 대형교회로 간다. 지방교회들이 폐쇄적이고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나마 대형교회들은 작은 교회에 비해 시대의 흐름을 따라가려 노력하기 때문이다.

11. 물론 청년들이 잘못 생각하는 부분도 있고, 제대로 배워야 하는 부분도 있다. 헌신을 통한 성장의 경험과 기쁨도 누려야 한다. 그러나 청년뿐만 아니라 40대, 50대들도 교회를 떠나는 이 상황에서 우리의 현실을 점검하고 되돌아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고민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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