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본지 논설위원, '속삭이는 그림들' 저자)

자주 잊는다. 들에 핀 백합화를, 백합화는 이스라엘 지역에 가면 흔하게 피어나있는 야생 양귀비 꽃을 말한다. 릴리라고 번역되어서 설왕설래가 있지만 말씀의 포인트는 야생일 것이다. 야생화는 우선 흔해서 사람 눈에 귀하게 여겨지지 않고 작고 보잘것없어서 눈에 띄지 않는다. 
 가령 논둑이나 길가 어디나 지천으로 피어나는 주름잎이란 꽃이 있다. 콩알만 할까, 녹두알만 할까,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지만 들여다보면 얼마나 어여쁜지 보라색과 흰색 그리고 살짝 노란빛도 있고 거기다 주름도 있어 주름잎이라고 불린다. 

 작고 보잘것없는 것이 아니라, 그래서 더욱 위대한 창조의 섭리를 깨닫게 된다.
 <함께하는 서광교회>에서 안수 집사 두 분을 세우는 임직식 예배를 함께 드렸다. 화분 속 식물들은 싱싱하고 교회 안 어디나 사랑으로 가꾸는 손길이 보인다. 성도들의 환하고 싱그러운 표정이 무척 행복해 보였다. 
 하버드대학의 니콜라스 크리스태키스(Christakis. Nicholas A)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행복한 사람의 주변 사람들이 행복해질 확률은 25%이상이라고 한다. 즉 행복한 사람 주변에 있으면 우리도 행복해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셈인데 그날 필자가 그랬다. 

 예배 중, ‘함께하는’ 찬송은 힘차고 ‘함께하는’ 기도도 강하다. 그러고 보니 ‘함께 하는’ 이란 교회 이름도 의미심장하다. 개인을 벗어난 문장으로 공동체에 참으로 어울리는 이름이 아닌가. 오붓한 예식이라선지 이정재 담임 목사가 안수집사들 스토리를 요약하는데 재미있고 은혜로웠다. 
 원영신 집사는 개척 멤버로 태릉에서 19년을 한결같이 먼 길을 돌아 돌아 온 가족이 교회를 출석하고 있다는 것, 이재훈 집사는 수원에 살 때부터 교회 출석을 하기 시작 결국 교회 때문에 고양시로 이사를 했고 지금은 전남 광양이 직장인데도 빠지지 않고 주일성수를 하고 있다고 한다.  

 오멧에돔이 다윗이 질 수 없었던 짐을 대신 진 것처럼 목사의 짐을 대신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격려, 담임목사와 원팀이 되라는 권면, 안수집사가 된다는 것은 목사님께 목사보다 더 교회를 사랑하고 지킬 거라는 인정을 받았다는 축사, 평생을 목회에 헌신한 원로목사님들의 삶이 배인 축하의 말씀들도 예배를 깊게 했다.  
 임직식에는 특별한 순서가 있었다. 10년 근속자 시상! 축하 트로피를 받은 사람은 낭랑 11세의 박승준 군이었다. 엄마 뱃속에서부터 교회 출석을 시작하여 빠짐없이 주일예배를 성수한 승준이는 언제나 맨 앞줄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승준에게는 멋진 트로피가 주어졌다. 
 임직식의 백미는 교회에서 임직 자에게 주는 선물이었다. 담임목사가 임직 자에게 두툼한 앞치마를 입혀 주며 더 열심히 봉사하라는 뜻으로 장갑까지 끼워줌. 그리고 안수집사 아내들에게는 십자가 목걸이를 걸어주면서 안수집사 십자가를 함께 지라고.... 앞치마를 입고 장갑을 낀 안수집사들과 아내들의 표정이 교회의 미래처럼 밝고 환하다. 십 년 근속자인 승준에게도 장갑을 끼워주며 열심히 봉사하라는 담임목사. 저절로 미소가 지어지고 손뼉을 치게 되던 <함께 하는 서광교회 경사났네!> 

  들에 핀 백합화를 보라는 말씀은 신앙인들의 시각에 관한 가르침이다. 맘몬이즘이 팽배한 자본주의 극점을 달리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그런 우리에게 무엇을 바라보며 살아야 할 것을 명확하게 제시해준다. 크고 화려한 것은 눈에 잘 띈다. 교회도 그렇다. 그래서 사람들 눈에 띄려고 더 크고 더 화려하게 잘 지으려고 한다. 솔로몬의 궁전도 있으니 주님을 찬양하는데 크고 작음이 있으랴만 <큼>이 목표는 아니다. 큰 교회의 목회자는 거의 시스템 속의 관계다. 작은 교회 목회자들은 교인들과 눈을 마주한다. 투명할 수밖에 없다. 슬프게도 아주 드물게 교회의 <큼>이 인격의 <큼>이라도 되듯이 거들먹거리는 교인과 목회자를 만나게 된다. “모든 육체는 풀이요 그의 모든 아름다움은 들풀과 같으니” <모든> 이란 관형사를 기억하고 또 기억해야 한다. 그 <모든>에는 당신과 나, 우리 모두가 함께 한다.   
 새삼 작고 소소한 것들의 진정한 아름다움에 대하여, 내 시각은 현재 어디 머물고 있는가, 눈에 보이는 것들에 좌우되고 있지 않은가, 들에 핀 백합화처럼 아름답던 <함께하는 서광교회 경사났네!> 예배는 나를 생각하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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