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정 목사(기성 복된교회)

포장지가 제일 멋진 건 화장품입니다. 거의 화려하지요. 국내 굴지의 화장품 회사 사장으로 있는 친구가 일러 준 바에 의하면 튜브 용기를 쓰는 제품 아니면 내용물 보다 용기, 포장비가 더 드는 게 사실이랍니다. 더불어 멋진 포장을 하는 건 술 종류입니다. 소위 양주라고 통칭 되는 서양 술들은 심지어 겉 포장 박스에 금박을 덧대기도 해요. 그 금박이 순금인지는 확인 할 수 없지만요. 술 담는 병도 그 디자인이 화려하여 거의 예술 작품 수준입니다.

각종 포장은 내용물을 감추어 보호하는 수단일 수도 있고, 내용물을 선전하는 목적일 수도 있습니다. 감추기 위한 것이라면 안전하고, 덕스럽습니다. 호기심을 자극하지요. 젊은이들은 신상품의 ‘언박싱’ 과정의 설렘을 잘 표현해 줍니다. 선전하기 위한 것이라면 자랑스럽습니다. 포장이 좋으면 신뢰성이 있습니다. 수요를 창출하기 위해 더 매혹적인 포장을 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마침내 내용물을 꺼내 쓰고도 아까운 포장지를 버리지 못할 만큼 중무장 합니다.

화장품이나 술이 평안한 생활에서는 거의 생활필수품입니다. 그러나 전쟁이나 재난 등 긴급 상황으로 전환되면 기호품 혹은 사치품으로 취급됩니다. 생명 보존과 관계 없기 때문이지요.

내용물이 생명 유지와 관계 있는 진짜 생활필수품들이라면 포장지로 감싸지 않아도 그 가치가 인정 됩니다. 쌀이나 보리를 가마니에 담던 시절이 불과 몇십 년 전입니다. 좋은 포장이 필요치 않았습니다. 내용물에만 집중하는 그야말로 생활필수품이었거든요. 지금은 쌀도 좋은 포대로 포장합니다. 쌀에 이름도 지어 상품성을 높입니다. ‘탑마루’, ‘용의 눈’, ‘쌀이 보배’ 등의 이름으로 내용물의 특성을 따로 선전합니다.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는 포장입니다. 쌀의 절대적 가치를 잃은 결과입니다. 원체 먹거리가 많고 다양하니까요.

동물도 자신을 포장해요. 대부분은 모피나 깃털입니다. 신체 보호를 위한 목적이 우선이겠지요. 야생에서 추위 더위를 온 몸으로 살아내야 하니까요. 짝을 만나기 위해 가시적 효과도 필요하답니다. ‘혼인색’으로 더 화려한 색이 되는 건 참 신기해요. 식물은 주로 꽃을 피워 곱기를 뽐냅니다. 고울 뿐 아니라 그 꽃이 결실의 첫걸음이니 다들 좋아하는 거구요. 교회 마당에 심은 도라지에 작은 풍선처럼 꽃이 부풀어 오릅니다. 심은 지 3년 되니 굵고 실한 줄기로 돋았습니다. 그 가지마다 단아하게 피어날 하얗거나 보라색 잔치를 기다립니다. 그 꽃이 씨로 영글어 퍼지면 아예 도라지 밭이 되겠지요. 도라지의 자기 치장을 기다리는 건 기분 좋은 바램입니다. 꽃이 고울 뿐 아니라 뿌리도 실하게 영글어 가니 덕스럽기도 합니다.

사람은 우선 의복으로 포장합니다. 계절을 따라 이런저런 옷들을 바꿔입습니다. 상황에 맞춰 단정하고 격식 있게 갖춰 입기도 하고 활동성을 위해 편히 입기도 합니다. 추위나 더위로부터 신체를 지켜 내는 역할이 우선입니다. 사람을 상품으로 치면 안전과 보호를 위한 포장입니다. 아울러 사람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는 목적도 있습니다. 그건 선전용 포장이겠지요?. 제복은 신분에 맞게 처신하려는 자기 포장입니다. 옷 잘 입는 사람이 더 잘 성공한다지요? 왜 아니겠어요.

고운 표정, 밝은 미소도 좋은 자기 포장입니다. 뿌리 굵은 도라지가 실한 꽃대를 올려 화사하게 피어나듯 꽃처럼 밝게 웃는 사람은 필시 좋은 내면으로 성숙 해 있을 것이구먼요. 더 좋은 사람들을 많이 얻으니 부자입니다.

인간의 결정적인 포장은 언어입니다. 일반 포장 기능처럼 사람을 감추거나 드러냅니다. 감추는 건 겸양이거나 흑막이겠고 드러냄은 자랑이거나 설득일 겁니다.

한 주간 여러 강사님들을 모시고 부흥회를 열었습니다. 공통 적으로 부흥회를 인도해보신 적이 없는 근처의 목사님들을 모셨습니다. 모두 신실한 목회자들이지요. 그분들을 통해 주신 말씀이 은혜로웠습니다. 아주 담백했거든요. 색깔도 그림도 없이 하얗고 맑은 포장지로 싼 선물일까요?. 그 진솔하신 목회자들을 통해 얻은 더 중요한 배움이 있습니다. 언어가 인간의 포장지라면 화려한 기교보다 맑고 담백할수록 귀하다는 가르침입니다. 구태여 과장된 포장, 화려한 미사여구가 덜 필요한 것은 우리가 관심하는 복음은 사치품, 기호품이 아니라 절대 가치, 필수 가치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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