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직 선생을 변호함

최근 소위 민족문제연구소에서 제작한 친일 인명사전에 관하여 각계에서 논란이 끊이지 않는다. 천주교회에서는 이미 그들의 어른인 노기남 대주교의 친일인사에 항의하는 문서를 내 놓은 바 있다.

우리는 한국 성결교회의 사부로 존경받으며, 평생을 청렴하고 거룩하게 살아온 이명직 선생을 변호하고자 한다. 도대체 어떤 사람들이 모여서 한국교회의 한 축을 이루고 있는 교단의 사부(師父)를 친일파로 매도하는지 그들의 무지와 무식을 규탄한다.

그대들은 역사를 모른다. 이 땅에 기독교가 들어오던 시기는 문명과 미신과 음주와 도박으로 가득 찬 어두운 나라였다. 열강들은 서로 이 나라를 먹으려고 으르렁 거리고, 이 나라의 궁궐에서는 굿판이나 벌리는 형편이었다.

이러한 상황에서 기독교 초기 지도자들은 민족계몽에 앞장섰고, 3.1 만세를 주도했다. 그러나 3.1만세운동이 실패로 돌아가자 그 분들은 방향을 바꾸었다. 일제도 소위 문화정책을 도입하여 종교와 교육에 약간의 기회를 주었다.

이때를 계기로 선교사와 목사들은 교회와 학교와 병원을 세웠다. 그리고 신문과 잡지를 발행하여 신도들의 수준을 향상시키고자 했다. 그러나 어느 날 갑자기 일제는 대동아전쟁을 일으키고, 교회의 종과 신자가정의 숟가락까지 무기용으로 공출했다. 그들은 효과적 수탈을 위해 교회 지도자들 머리에 엉터리 감투를 씌우고, 기회 있는 대로 친일논설을 쓰게 했다.

그들이 원하는 대로 하지 않으면 신학교는 폐쇄 되고 잡지는 폐간되었으며 교회는 문을 닫아야 했다.

그대들은 교회의 구조를 모른다. 학교나 교회나 그 어떤 기관도 개인의 권리나 소유권은 없다. 아마도 이명직 선생이 주필의 이름으로 친일 논설을 쓴 것을 문제 삼는 모양인데 그것은 교단과 잡지의 운명을 위하여, 신학교가 폐지당하지 않으려고, 교회의 문을 닫지 않으려고 마음에 없는 글을 쓰던 어느 날 ‘중일 근로봉사를 반대한다’는 글을 쓰고, 그분이 그렇게 아끼던 기관지 ‘활천’은 폐간되었다.

그분의 마지막 강의를 들었던 한 제자는 그분이 돌아가셨을 때 장례비가 없어 제자들이 추렴하여 겨우 어느 교회묘지 한구석을 얻어 안장했다고 증언했다. 그가 친일을 해서 일제로부터 무슨 특혜를 받았는지 쇠붙이하나라도 있으면 말해보라. 언필칭 친일인사는 일제의 특혜로 호화를 누렸는데 민족주의자들은 고생을 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대들은 모른다. 그분은 포상대신 체포되어 가진 고문을 당했고, 세상에 아무것도 남긴 것 없이 홀홀히 떠나셨다. 친일인사를 규정한 당신들은 누구인가? 혹시 친공 부역자의 자손들은 아닌가?

한국인은 가문의 명예에 생명을 건다. 목사의 자녀라고 다 목사처럼 경건하지 않다. 그들은 내 아버지, 내 할아버지에게 친일 인사의 딱지를 붙인 원한을 절대로 풀지 않는다. 목사의 자손들이 결코 성자이기를 기대하지 말라. 그들은 지금도 칼을 갈고 있을 것이다.

다른 이야기이지만 우리는 공산당들이 기독교인을 조기 엮듯 엮어서 한 우물에 수 십명씩 묻어버린 곳을 여러 곳 탐방했다. 기독교인들은 조용히 있다. 눈물을 삼키면서 참고 있다. 그러나 그런 태도가 옳은지 알 수 없다.

그대들의 논리대로 역사의 정의를 밝히려면 다 까발리는 수밖에 없다. 소위 민족의 화해를 위해 참고 있는 기독교인은 만만한가? 역사책에서 기독교를 지우고, 자의대로 이름을 넣었다 뺐다하는 사람 너는 누구인가? 기독교인들도 이제 역사학자 인물학자 각계의 논객으로 자라있다. 한번 반론을 해보라. 얼마든지 자료는 준비되어 있다.

그대들이 이렇게 나온다면 이제부터는 민족화해는 더 어려워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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