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의사 장기려 박사는 북한에서 김일성을 수술했을 정도로 의술이 뛰어났고, 명성과 지위를 인정받은 의사다. 6.25가 발발하자 북의 가족을 남기고 오직 차남과 함께 남한으로 피난하여 부산에 자리 잡고 피난민들을 위한 복음병원을 세워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무료의술을 펼쳤다. 거리에서 구걸하는 걸인을 그냥 지나치지 못한 장 박사가 주머니를 뒤졌으나 현금이 없었다. 그래서 병원에서 한 달 봉급으로 받은 수표 한 장을 걸인에게 건네주었다. 수표를 현금으로 바꾸려고 은행에 간 걸인을 수상히 여긴 직원이 경찰에 신고하는 바람에 걸인이 잡혀가는 일도 있었다. 치료받은 환자가 병원비를 내지 못하면 자신의 급여를 가불해 대신 내주기도 했고, 밤에 몰래 병원 뒷문을 열어주고 환자가 도망가도록 했다. 연로한 그를 위해 제자들이 ‘장기려 흉상’을 만들려고 계획했는데 그들을 향해 “내 흉상을 만드는 자는 지옥에나 떨어져라.”고 호통을 쳐 보내버렸다.

지난 4월2일 주일 임자진리교회 주일예배에 참예하여 성도들의 가슴이 “48인의 순교의 피가 흐르는 교회의 성도”라는 자부심으로 가득함을 본 것은 평생 잊지 못할 큰 감동이었다. 임자도에는 아버지와 가족 등, 48명을 죽인 원수를 용서한 사랑의 원자탄 이인재목사가 있다. 임자도 ‘백산 솔밭’ 대기리 대파밭가에서 이판일과 그 가족 12명은 단지 예수 믿는다는 이유로 처형됐다. 형제는 탈진한 어머니를 업고 끌려가며 말했다. “내 어머니만은 살려주실 수 없소?” 밤 2시, 구덩이에 던져진 생명의 비명이 하늘로 퍼졌다. “주님 이 악당들의 죄를 사하소서.” 그때 그들은 “죽는 놈이 무슨 기도냐”며 몽둥이로 내리쳤다. 그리고 돌들이 던져졌다. 13인의 가족은 그렇게 몰살을 당했다.

이판일의 장자 이인재 (1922~2009)는 당시 목포에 살아 화를 면했고, 10월 19일 목포에서 해군 ‘백부대’와 함께 “부역자 색출의 치안 책임자”로 들어와, 철천지원수들을 얼마든지 보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갖는다. 그런데 분노에 차서 새벽기도를 하던 중, 아버지의 음성을 듣는다 “아들아. 내가 그들을 용서했다. 너도 용서해라. 원수를 사랑으로 갚아라.” 결국 그는 “아버지가 당신들을 용서했으니 나도 용서한다. 이게 하나님의 사랑”이라는 고백을 삶으로 한다. 원수들마을 대기리에 ‘대기리교회’를 세운다, 사랑은 이만큼 강하다. 가난도, 수치도, 증오도 사랑의 용광로에 들어가면 다 녹아 버린다. 슈바이쳐 박사는 “최대의 이단은 가장 큰 계명인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고, 체홉은 “사랑할 수 있다는 것은 모든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는 모두 ‘썩는 밀알’로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들”이 아니던가!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