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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물단물>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3.04.05 18:39
  • 호수 5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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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화작가 권정생(權正生)의 ‘우리들의 하느님’에 나오는 얘기다. 한번은 시내에 나갔다 돌아오려는데 버스비가 모자라 완행열차를 탔는데, 기차 안에서 아주머니가 자리를 내주며 앉으라고 하여 ‘난 곧 내린다.’며 사양했지만 아주머니는 기어코 권 선생을 앉혔다. 권 선생은 자리에 앉아 무심코 아주머니께 ‘혹시 교회 나가시는 분이 아니냐?’고 묻자, 아주머니는 반색을 하면서 ‘그렇다’고 대답하더란다. 어떻게 알았는지 신기해하면서 묻지도 않은 말을 들려주었다. 아주머니는 의성에 있는 시골교회 집사인데 십년 전에 이상한 체험을 했다는 것이다.

어느 날 바쁘게 집안일을 하고 있는데 거지가 구걸하러 왔다. 정신없이 일에 몰두하던 아주머니는 귀찮은 생각에 퉁명스럽게 “지금은 바쁘니 다른 데 가보라”며 거지를 내쫓았다. 그런데 돌아서 나가는 거지의 뒷모습을 보니 놀랍게도 예수님이었단다.

깜짝 놀란 아주머니는 하던 일을 멈추고 허겁지겁 쌀을 한 대접 퍼서 달려 나가 보았으나 거지는 어디론지 사라지고 보이질 않았다. 혹시나 해서 옆집으로 또 옆집으로 샅샅이 살펴보았지만 역시 허사였다. 집으로 돌아온 아주머니는 주저앉아 통곡했다. 그때부터 아주머니 눈에는 낯선 사람도 예수님으로 보였고, 십년을 하루 같이 만나는 사람을 모두 예수님으로 알고 대접했다는 것이다. 이 이야기를 다 하고 나서 아주머니는, “세상 사람이 다 예수님으로 보이니까 참 좋아요. 내가 할 수 있는 건 다 해드리고 싶어 예”라고 하였다.

예수님을 주님으로, 진리와 생명으로 고백하고 산다는 것은 이런 마음으로 사는 게 아니겠는가, 권 선생은 이야기 끝에 ‘여태껏 들은 설교 중에 진짜 설교를 들었다’고 덧붙이고 있다.

오랜 세월 목회 후 은퇴하고 난 소감 중 하나는 ‘천국소망을 가진 성도인데, 현실의 삶은 별로 행복해 뵈지 않더라’는 것이다. 신앙의 문제보다는 삶의 태도문제일 것이다. ‘만족할 줄 알면 인생은 늘 즐겁다’는 지족상락(知足常樂)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아무리 가진 것이 많아도 만족할 줄 모르면, 결코, 행복을 느낄 수 없다

늘그막에 노탐과 노욕과 탐욕으로 인생이 불행해지는 경우를 종종 보게 된다. 마음을 비우고 배려하면 자신이 더욱 편안해질 수 있을 것이다. 아름답게 나이 든다는 것은 노욕을 버리고 노년의 삶을 즐기는 것이다. 늙음의 아름다움은 노송(老松)의 모습처럼 하루아침에 이루어질 수 없는 인생의 총결실이다. 멋진 마무리를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인생은 늘 아름답다.

기독교헤럴드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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