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미국 사전출판사 ‘메리엄 웹스터’가 올해의 단어로 ‘심리 지배(gaslighting)’을 선정했다. 이 단어는 1938년 영국 극작가 패트릭 해밀턴의 연극 ‘가스등(Gas Light)’에서 유래한 심리학 용어다.

연극에서 아내의 재산을 노리고 결혼한 남편은 집안 가스등을 일부러 침침하게 켜놓고 아내가 “어둡다”라고 하면 “당신이 잘못 본 것”, “엉뚱한 소리 말라”며 정신이상자로 몰고 가 아내가 현실감과 자존감을 잃고 자신에게 의존하게 만들어 통제한다. 누군가에게 장기간 거짓을 주입해 사실로 믿게 하는 세뇌를 뜻했는데, 요즘은 가짜뉴스와 음모론을 퍼뜨려 이득을 취하는 행위까지 포괄하는 용어가 됐다.

의사들이 여성과 소수 인종의 질병 증상을 무시하는 ‘메디컬 가스라이팅’을 지적한 뉴욕타임스 기사, 기름값을 계속 올리는 석유기업의 행태를 ‘빅 오일 가스라이팅’으로 비판한 연방의원, 자기 잘못을 사과하지 않고 “당신이 기분 나빴다면 유감이다”라는 식으로 책임을 상대에게 떠넘기는 행위를 ‘가스라이팅’으로 분류한 심리학 학술지 등의 사례이다.

한국에도 이런 장르의 거짓말을 개척해가는 정치인들이 있다. 국정감사장에서 ‘청담동 술자리’ 의혹을 제기한 모 의원의 발언이 얼마 후 사실무근으로 드러나 그가 대통령, 법무부 장관을 겨냥해 국회에서 한 발언은 허무맹랑한 괴담이 되고 말았다.

어느 교수는 오늘의 상황을 평하면서 ‘순결하고 정의로운 우리가 적에게 탄압받고 있다’는 집단 환상은 모든 것을 적과 동지의 대결로 환원하는 파시즘으로 이어진다고 하였다. ‘청담동 심야 술자리’라는 거짓말로 나라를 어지럽힌 그의 맹신이 사실과 이성을 압살(壓殺)할 때 스키조 파시즘(schizo fascism, 정신분열적 파시즘)이 등장하여 특권과 반칙을 즐기면서도 입만 열면 정의를 외치는 스키조 파시스트들에게 사실과 허위의 구분이 무의미하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게 얼마나 큰 죄악인가. 국가를 ‘진영대결의 난장(亂場)’으로 만들어 사적 이익을 극대화한 트럼프의 쇠락을 ‘미국 정치의 회복탄력성 입증’이라고 하였다. 대한민국이 정의로운 나라가 되기 위해서는 모든 지도자와 국민이 사익(私益) 추구와 맹신을 그치고, 바른 이성으로 진실 앞에 굴복하는 것 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

공자는 “과이불개 시위과의(過而不改 是謂過矣)”라 하였다. “잘못하고 고치지 않는 것, 이것이 잘못”이라는 얘기다. 병든 대한민국의 빠른 회복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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