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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문 / 정원영 목사의 Book-Life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2.08.18 14:22
  • 호수 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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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영 목사(임진각순례자의교회 담임)

‘김지수’의 인터뷰집 『자기 인생의 철학자들』(출판:어떤책)에서 일부를 옮겨 봅니다.

국립생태원 초대 원장이신 최재천은 서울대 동물학과를 나왔고 하버드대 에서 공부했습니다. 미시간 대학교 교수로 재직하다가 모교의 부름을 받고 돌아왔습니다. 미국과 한국에서의 생활은 비슷했지만 교수 생활을 하는 환경은 너무나 큰 차이가 있었습니다. 사람들의 생각의 차이가 이렇게 클 수 있을까 하는 점이 있어 잠깐 소개해 보며 우리를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질문) 그런데 국립 생태원을 경영하시면서 건강과 아내의 신임, 두 가지를 잃었다 하셨어요. 생태원의 성공이 이런 삶의 구멍을 채워 줄지 모르겠다고요. 아내가 많이 화가 난 모양이지요?

 > 배신감을 크게 느꼈다고 해요. 제가 젊은 시절엔 ‘거리 귀신’이라고 불릴 정도로 밤을 패고 돌아다니던 놈이었지만, 미국에서 돌아와서는 아내에게 훈련받아 ‘집사람’으로 근 20년을 살았거든요. 그랬던 사람이 60줄에 다시 옛날 버릇이 나오니 황당해하더라고요.

질문) 대한민국 남성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게 밤무대를 뛰어서 라고 하셨습니다만, 한국 남자가 ‘집사람’으로 사는 것도 여건상 쉽지 않습니다.

 > 알아요. 당시에 저도 교수회의에 가면 모든 게 전날 술자리에서 결정돼 있었어요. 불이익을 당해도 어찌할 도리가 없었던게, 전 선배 교수들보다 제 아내가 더 무서웠어요. (웃음) 미국에서 제 별명이 ‘미제수면제’였어요. 하버드대학 강단에서 아이를 재워서 한쪽 어깨에 눕히고 가르쳤거든요. 그게 전혀 이상하지 않은 문화였어요. 화학과 교수 한 분은 강의실 한쪽에 아예 아이 놀이 공간을 만들기도 했는데, 그분이 노벨상을 받을 때 더 큰 박수가 나왔어요.

한국에서 강의할 때 아이를 강의실에 데리고 온 적이 있는데 “강의실에 아이를 데리고 오는 무식한 교수”라는 편지도 받았다고 합니다. 집단의 행동체계에서 벗어나면 안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이 만연하기에 아이를 강의실에 데리고 오는 교수는 그의 실력이나 가르침의 방법에 의해 평가받기보다는 획일적으로 금기시되는 행동의 선을 넘는 몰지각한 사람으로 인식되기 때문입니다.

“ 유아들이 예배당을 뛰어다닐 때도 설교가 계속될 수 있는 자연스러움...  ”

한 사람으로서의 개인뿐 아니라 그 개인의 상황과 여건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 그리고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하는 사회가 가진 가치를 우리는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렇다면 여성에게는 용납되는 일이었을까요? 여성에 대해서는 더 단호합니다. 육아 때문에 가르치고 연구하는 일에 집중할 수 없는 처지나 능력이라면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라고 할 것입니다.

만약 우리 사회의 이런 시각과 태도가 옳다면 이미 수많은 여성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야 했을 것입니다. 연구와 가르치는 일이 교수의 본분이고 그것에 집중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강조해서 육아 혹은 이런 비슷한 그 어떤 일도 금기시하는 사회상은 노벨상을 한명도 배출해내지 못한 우리 사회의 민낯임에 틀림없습니다.

저는 한국교회가 이런 교육적 태도를 가졌으면 합니다. 어린 유아들이 예배당을 뛰어다닐 때 귀여워 해주고 쓰다듬어주고 보듬어 안아 주면서도 설교가 계속될 수 있는 자연스러움이 묻어나는 그런 강단을 생각해 봅니다.

한편의 설교보다 살아있는 생명을 안아 주고 붙들어 주는 그런 모습에서 오히려 성도들은 따뜻한 예수님의 모습을 보고 배울 수 있게 될 것입니다. 이런 일은 복음을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수많은 사례들을 배우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교회, 이런 목회자, 이런 성도를 생각해 봅니다. 주께서 우리와 함께 하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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