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영 목사 (임진각 순례자의 교회 담임)

‘신미경’님의 에세이 『뿌리가 튼튼한 사람이 되고 싶어』(출판:뜻밖)에서 일부를 옮기며 상념에 잠겨 봅니다.

 한국 사람들의 일상적인 인사는 ‘안녕하세요.’보다 ‘식사하셨나요?’를 더 자주 쓴다. 우리 문화권에만 있는 인사말이라고 들었는데. 그만큼 끼니를 챙기는 것이 절대적으로 소중하다는 의미일 테다.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놀란 엄청난 크기의 조선 시대 때의 밥공기 유물과 TV 속 수많은 ‘먹방’이 증명하듯 우리 어딘가에 대식가의 유전자를 갖고 있음이 분명하다. 

이렇듯 한국인의 문화 중 가장 한국인다운 것은 역시 ‘밥 한번 같이 먹자’라고 하는 것입니다. 밥을 함께 먹는 것만큼 서로의 관계를 깊게 만들어 주는 요소도 없습니다. 하지만 처음 만난 사람과 하기 어려운 일도 밥 먹는 일입니다. 대접하는 이가 대접받는 이의 음식에 대한 경향도 모르면서 무작정 뭘 먹자느나 혹은 잘 먹었느니 라고 하는 물음을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밥을 함께 먹는다는 것은 내가 너와 격 없는 사이 일 정도로 너를 잘 안다는 표현이기도 합니다. 서로를 믿는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밥을 먹다가 인간관계가 돈독해지고 밥을 먹음으로 그것을 확인하는 사이가 됩니다. 그래서 성경은 손 대접하기를 힘쓰라(롬12:13)고 말씀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서는 먼저 서로의 마음이 열려야 하고 그러하기 위해서는 대접하기를 잘해야 하기 때문일지 모릅니다.

또한 한상 가득 차려진 음식들은 재료의 물리적 화학적인 변화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쌀은 물과 불이 더해지며 화학적 변화 거치고 채소나 고기 등 음식 재료들도 물과 불이 더해지며 화학적 변화를 가집니다. 재료 그대로를 먹는 것들도 각기 부재료들과 더해져 물리적 변화를 일으킵니다. 그래서 밥은 먹는 사람들의 마음까지도 변화시키는 오묘함을 갖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밥을 먹다가 용기도 얻고 결단도 갖게 됩니다. 밥은 이렇게 사람들과의 관계도 돈돈하게 해주고 또한 용기와 결단도 주는 오묘함이 숨겨져 있는 것 같습니다.

"부활 후 제자들에게 물고기를 구어 대접했던 예수님, 이런 변화의 밥을 만드는 교회가 되기를"

 교회에서 먹는 밥도 이러했으면 좋겠습니다. 비록 국 한 그릇에 반찬 몇 가지 정도이지만 이런 변화를 품은 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밥을 먹다가 눈물이 흐를 만한 그런 밥을 만들어 줄 수 있는 교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 교회 자체가 이런 밥이었으면 좋겠습니다. 힘들고 지친 삶의 자리를 부지런히 지키다가 주일이면 교회로 돌아와 함께 입안 가득 밥을 물고는 자신도 모르는 눈물을 흘리며 그리스도인으로서 더욱 늠름히 살아가겠다고 하는 각오와 결단과 용기가 일어나는 그런 밥이고 교회였으면 좋겠습니다.

냉장고에 들어있는 냉장식품이 아니라 성령의 물과 불로 뜨겁게 갓 지어낸 음식을 한 상 가득 차려 낼 수 있는 그런 교회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이런 밥을 먹는 성도들이 그 성령의 물과 불로 변화되어 세상을 향한 빛과 소금으로 거듭나서 세상에 복음을 들고 산을 넘는 그런 이들이 되고 또한 그런 이들을 만들어 내는 교회였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어머니의 집밥을 먹고 자란 딸이 또한 어머니가 되어 자녀들의 생명을 살리는 자신의 집밥을 만들어 내듯 성도들이 세상에 나아가 자신이 받은 은혜로 또 다른 은혜를 만들어 내는 그런 성도들이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손님 대접하기를 잊지 말라 이로써 부지중에 천사들을 대접한 이들이 있었느니라(히13:2)”라는 말씀 또한 잊지 맙시다. 예수님께서도 부활하신 후 배반했던 제자들에게 찾아가셔서 물고기를 구어 아침을 대접했습니다. 그 대접을 받은 제자들이 사명을 받아 주님의 뜻을 이루었습니다. 여러분이 함께 나누는 밥 한끼에서 이런 변화가 만들어지기를 소망합니다. “서로 돌아보아 사랑과 선생을 격려(히10:24)”하는 교회와 성도가 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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