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숭실대학교)

34. 빛의 존재와 부재

과학이 발달하기 이전, 지구의 자전과 공전은 밝혀지지 않았다.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현상만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태양은 동에 떠서 서로 지는 자연스러운 성질을 가지고 있었다. 과학이 발전되기 이전 사람들은 태양이 동에서 서로 이동하는 것으로 믿었다. 눈으로 보이는 현상에 진리라고 생각했던 시절에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하지만 천문학과 천체 망원경의 발달과 함께 사람들은 태양이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지구가 움직이는 사실을 밝혀냈다. 그리고 태양은 지구에게 너무나 많은 빛의 에너지를 주고 있다. 식물들에게는 광합성을 제공하고, 사람에게는 적절한 일광욕을 통해 비타민D를 선물한다. 태양이 주는 또 다른 가치가 있는데 그것은 ‘빛’이 어두움을 밝게 하는 것이다.

아침이 되면 저절로 눈이 떠지는 이유는 바로 밝은 빛 때문일 것이다. 물론 직장에 출근하거나 학교에 등교하기 위한 사회적 시간과의 약속 때문에 집을 나서는 경우가 있지만, 우리가 본성적으로 접근하게 되면 어두울 때, 잠을 청하고 낮이 되면 눈이 떠지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빛은 우리에게 ‘활동’이라는 시간까지 정해주었다. 빛은 사람들에게 사회적 시간까지 정하는 기준이 된 것이다.

새벽 미명에 어두움이 짙게 깔려 있는 거리를 걸어본 적이 있는가? 동이 뜨기 전에 새벽 미명에서 걷는 거리는 어두움 그 자체이다. 홀로 인적이 드문 밤거리에 걸어가면 더더욱 밝은 조명이 있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기게 마련이다. 평소 대낮에 길을 걸을 때, 우리는 빛의 가치와 고마움을 잊고 있다. 하지만 어두움이 짙게 깔리면서 빛의 가치는 더욱 눈부시게 드러난다. 빛이 주는 고마움은 빛 그 자체에서 우리는 찾을 수 없다. 어두움이 있는 곳에 빛의 가치가 더욱 빛나기 마련이다. 평소에 우리는 빛의 가치와 고마움을 잊는다. 빛이 밝은 것이라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러운 현상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자연스러운 현상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는 어두울 때 빛을 찾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한번 쯤 정전이 될 경우를 경험한다. 물론 거주하는 집에만 정전일 경우, 외출해서 얼마든지 밝은 불빛을 찾을 수 있다. 하지만 동네 전체가 정전되어 밝은 빛을 찾을 수 없을 때를 상상해보자. 그 때에야 비로소 빛의 가치와 고마움을 알게 된다. 

빛은 어두움을 삼킬 수는 있으나, 어두움은 결코 빛을 삼킬 수 없다. 산등성에 작은 불빛 하나는 결코 어두움에 가려지지 않는다. 우리가 저 멀리 높은 산을 보면 작은 불빛들이 하나둘씩 보여진다. 어두움은 어떠한 경우에서라도 빛을 가릴 수 없다. 이것이 바로 자연의 놀라운 신비이다. 하지만 어두움은 빛에 의해 삼켜진다. 칠흑같이 어두운 새벽 미명에 빛이 서서히 동쪽에서 비춰오면 어두움은 자연스레 물러간다. 빛이 오자마자 어두움은 사라진다. 어두움은 그 자체로 버틸 수 없다. 빛이 서서히 사라질 때 다시 어두움이 등장한다. 바로 어두움은 빛의 부재일 뿐이다. 어두움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 

하나님이 태초에 빛을 창조하셨다. 하나님의 창조는 밝음의 창조이자 희망의 창조이다. 하나님은 인류에게 빛을 선물하셨다. 빛이 존재하면서 어둠은 사라지게 되고, 인류는 하나님의 선물로 인해 밝은 빛은 영원히 존재하고 우리는 늘 자연의 밝은 빛을 보며 살 수 있게 되었다. 밝을 때는 빛의 소중함과 가치를 알 수 없다. 세상이 어두울 때 우리는 빛의 고마움을 절실히 느낀다. 빛은 그런 것이다. 빛의 성질은 존재할 때 드러나지 않는다. 빛의 부재일 때 어두움이 시작될 때, 빛의 가치가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 것이다. 밝게 비춰주는 빛은 늘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존재해왔다. 우리가 억지로 빛을 가리지 않는 한, 빛은 늘 우리와 함께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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