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목회자들 가슴 터지게 살고 있다

예측된 폭행 사건

이 마을은 많은 귀신들의 수만큼이나 정신병자와 암환자 그리고 살인자와 객사자가 많은 마을로도 유명합니다. 이제는 하도 많은 귀신과 싸우다보니 귀신의 존재가 그저 옆집에 사는 누구 이름 같아졌습니다.

끝없이 엄습해 오는 귀신들은 제가 지쳐서 포기하고 이곳을 떠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게다가 30여 년을 무당 노릇하던 할머니가 예수님을 영접하고 세례를 받으니 귀신들의 발악은 극에 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근 10년 동안 박수무당이 되겠다고 빌던 청년이 접신이 뜻대로 되지 않자 교회로 쳐들어와 ‘교회는 떠나라’며 야구방망이와 칼로 저를 폭행하고 차량을 파손했습니다.

여기서 죽을지도 모르지만 복음이라도 전해야 하겠다는 생각에 “예수님 믿고 천국 가자. 예수님께서 너의 모든 죄를 용서하실 거다. 나 역시 너를 용서한다. 너를 고소하지도 않을 것이고, 병원비도 받지 않으마. 그러니 네 속에 있는 울분과 설움을 다 나에게 털어내고 우리 같이 예수님 믿고 천국에 가자”라고 전했더니 “너는 예수 믿어서 이런 산골에 와서 살고 있냐!”하더군요.

순간 건방지게도 십자가 위의 예수님이 떠올랐습니다. 그분의 그 심정을 깨달아지더군요. “난 너를 전도하기 위해 온 것이다. 너와 이 마을 사람들을 천국으로 인도하기 위해서 말이다”라고 말하는 순간 그의 방망이가 제 머리를 내리쳤고 저는 정신을 잃고 말았습니다.

이미 오래전부터 이러한 상황이 제게 닥칠 때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마음속에 그리며 기도로 준비해 온 일이기에 조금은 담대하게 당할 수 있었을 겁니다.

목사는 미워도 미워할 수 없고, 미워할 수 없으면서도 미워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을 홀로 짊어지고 가야하는 운명인 것 같습니다. 저를 죽이겠다고 한 그를 용서하고 그가 법정으로부터도 선처를 받도록 동분서주하고 있는 제 모양새가 그걸 말해 주고 있습니다. 제가 맞은 것으로 그가 예수님을 영접할 수만 있다면, 그가 새로운 삶을 살 수만 있다면...더 이상 바랄 것이 없을 거라고 생각해야만 하는 운명, 그것이 목사의 길인가 봅니다.

특공대는 없었다

얼마 전 서울에서 목회하는 동기 목사로부터 전화를 받았었습니다. 산골에서 목회하는 친구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미안해, 난 이렇게 서울에서 편하게 목회하고 있는데...” “무슨, 다 자기에게 주어진 몫을 짊어지고 가는 길이지 뭐. 근데 정말 고생하는 특공대는 후방에 있잖아. 전시에 즉시 투입되는 특전사들 말이야. 영적 전방인 농촌에서 고생하는 목사님들에게는 영적 특공대가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

저는 정말 그런 줄 알았습니다. 신학교에서 저는 그렇게 배웠었습니다. 선교사를 파송하고는 그 선교사의 사역과 안전을 위해 경제적 문제는 물론, 정치적인 배경까지 제공해 준 선교의 역사를 말입니다. 그런데, 농촌에서 목회하는 지난 몇 년 동안 배웠던 그 이론이 허구였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빚더미 속에서 자녀들을 교육해야 하는 현실에서부터, 목회비용이 없어서 지방회나 교역자 회의에도 참석하지 못하게 되는 형편의 목사님들도 봤습니다. 몇 명 안 되는 성도를 섬기는 일에 말 그대로 모든 것을 바치고 있는 목회자들의 헌신은 비참하기까지 했습니다.

그분들이 더욱 견디기 어려운 것은 이런 현실에 대해 비난의 눈빛들입니다. ‘오죽이나 못났으면 저렇게 목회할까, 도시로 갈 능력이 없으면 할 수 없이 그렇게 살아야지...’하는 소리들은 입밖으로는 없었지만 눈빛과 가슴으로 읽을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우리 농촌 목사들의 가슴을 참으로 찢어지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몇 푼 보내주는 선교비랍시고 주보나 광고판에 교회이름과 심지어 목회자 이름까지 걸어놓는 것을 보면 사명에 대한 회의를 느끼기에 이르더군요.

폭행을 당한 제게 특공대는 없었습니다. 잘 훈련된 특전사들이 우리의 후방에서 우리를 위해 즉각 투입될 줄 알았습니다만, 특전사는 자신들의 잔치에 여념이 없어보였습니다. 최전방에서 애타게 두드려대는 에 애간장이 타고 온 몸이 터지도록 아파와도 내 주머니에 있는 몰핀을 꺼내 내 온 몸을 찌르는 길 외에는 없었습니다.

농촌의 목회자들은 그렇게 가슴 터지게 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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