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위와 서리를 맞으면서 피는 꽃이라고 하여 유교 문화권 학자 관료들이 특별한 의미를 붙여서 사랑한 꽃이 매화였다. 매화를 사랑했던 대표적 인물이 퇴계 이황 선생이었는데 그는 사화(士禍)에 걸리거나 당쟁에 엮여서 유배를 경험하지 않은 독특한 인물이다. 핍박받고 살지도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매화를 광적으로 좋아했다고 한다. 꽃으로서 좋아한 정도가 아니라 퇴계는 매화를 자신의 또 다른 자아, 자기 내면세계에 매화가 자리 잡고 있었고, 자신의 신념과 가치를 확인할 때마다 매화에게 질문을 던졌고, 어떤 때는 매화가 퇴계에게 말을 걸기도 하였다. 퇴계는 돈과 권력이 보장되는 서울 출셋길을 뿌리치고 안동 도산으로 귀향길을 떠나면서 자신이 아끼던 ‘분매(盆梅)’에게 작별 시를 써준다. “도산으로 돌아가는 길 그대와 함께 못 가서 아쉬움이 크구려(東歸恨未携君去), 나 없는 사이에 서울의 먼지 속에서도 기품 있는 모습 잘 간직하고 있게나(京洛塵中好艶藏).” 퇴계의 이 시를 받고 ‘분매’는 이렇게 답한다. “자네도 옥설(玉雪) 같은 맑고 진실한 마음을 잘 보존하고 있게나(玉雪淸眞共善藏).” 말틴 부버의 표현을 빌리면 퇴계와 매화의 관계는 ‘나와 그것의 관계’에서 ‘나와 너의 관계’가 된 것이다. 퇴계는 죽기 직전에도 ‘매화에게 물 줬는가?’ 하는 말을 남기고 눈을 감았다고 한다. 왜 퇴계는 이 좋은 길을 마다하고 도산서원 골짜기로 가서 매화 향이나 맡았던 것일까!

삼청동의 금융연수원은 역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장이 서는 특별한 장소다. 어떤 이는 ‘금융연수원을 들락날락하는 사람들 표정을 보면 왠지 기대감에 들떠 있어 히로뽕 맞은 사람들 같다’라고 하였다. 벼슬 줄을 잡겠다는 기대감 때문일까. 안철수 인수위 위원장은 “인수위 초기에는 누구에게 줄을 대야 하느냐 정보교환 하느라고 옥상이 붐비고, 인수위 말기에는 요직에 부름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신세 한탄하느라고 술집이 붐빈다더라”라면서 “인수위는 청와대로 가는 징검다리가 아니다 누가 내각으로 갈지 청와대로 갈지 프로필 볼 시간에 열심히 일하자”라고 하였다. 학맥과 인맥을 넘어 실력과 성과를 낼 사람을 잘 선택하고 성공적인 5년 통치청사진을 완벽하게 마련해 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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