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아홉의 어린 나이에 장원급제를 하여 스무 살에 경기도 파주 군수가 된 맹사성은 자만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어느 날 그가 무명선사를 찾아가 물었다. “이 고을을 다스리는 사람으로서 내가 최고의 덕목으로 삼아야 할 좌우명을 말씀해 주십시오. “그러자 무명선사가 대답했다. "그건 어렵지 않습니다. 나쁜 일을 하지 말고 착한 일을 많이 베푸시면 됩니다." “그런 건 삼척동자도 다 아는 이치인데 먼 길을 온 내게 해 줄 말이 고작 그것뿐이오?“ 맹사성이 거만하게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무명선사가 차나 한잔 하고 가라며 자리에 앉혔다. 그는 못 이기는 척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스님은 찻물이 넘치도록 그의 찻잔에 자꾸만 차를 따르는 것이 아닌가." 스님,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망칩니다." 하지만 스님은 태연하게 계속 찻잔이 넘치도록 차를 따르고 있었다. 그리고는 잔뜩 화가 나 있는 맹사성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말했다. “찻물이 넘쳐 방바닥을 적시는 것은 알고, 지식이 넘쳐 인품을 망치는 것은 모르십니까?” 화가 난 맹사성이 급히 일어나 나가려다가 문지방에 머리를 부딪치고 말았다. 선사가 하는 말, “고개를 숙이면 부딪치는 법이 없습니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 나오던 코미디언 배삼룡은 옷차림부터 웃음이 나왔다. 헐렁한 통바지에 낡은 넥타이로 허리를 질끈 묶고 바지 한쪽은 삐죽이 올라와 있었다, 그가 당황하면 남의 책상 위에 있는 전화기를 들어 헛말을 지껄인다. 바보 같은 그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악의 없이 웃곤 하였다. 그가 칠십대 중반의 노인으로 병원에서 산소마스크를 끼고 있던 어느 날, 한 기자와 인터뷰를 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상에서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그냥 ‘나는 당신보다 좀 모자라고, 생긴 것도 좀 못났습니다.’ 라는 마음으로 살아왔지요. 바보 연기의 요체도 그것이었습니다.” / 요즘 주변에 나는 좀 부족하고 못났다고 하는 사람들보다는 잘났다는 사람들이 더 많다. 그래서 세상도 교회도 어지럽고 시끄럽다. 거룩한 교단이, 예수의 몸이라는 교회당이 왜 그리도 시끄러운가. 거룩한 교단 맞는가? 너는 틀렸고 내가 옳다는 사람들이 이기려고 속이고 짓밟는다. 그의 주변이 온통 그의 적(敵)이다. 새해에는 내 주변 사람들보다 내가 좀 더 부족하고 못났다는 사람들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그래서 못난 사람들 속에서 편안한 마음으로 살고 싶다. 고난의 길만이 십자가의 삶이겠는가? 서로 남을 나보다 낫게 여기며 조금 모자란 듯 살아가는 것이 십자가의 길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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