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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물단물>‘인생이 아름다운 이유’
  • 고광배 특임기자
  • 승인 2021.12.07 09:30
  • 호수 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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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부터 차가운 겨울에 가슴이 훈훈해지는 ‘인생이 아름다운 이유’라는 글을 선물 받았다. 그리고 며칠 전 급한 볼일이 있어서 외출했다. 그것은 뭔가 중요한 것을 결정해야 하는 일이 있었기에 출발 전부터 신경이 예민해져 있었다. 그래서 마음을 차분하게 하려고 동네 커피전문점에 들어가 카페라테 한 잔을 주문하여, 포장 구매해서 들고나오던 중 유리문에 살짝 부딪혔다.

순간 종이컵 뚜껑이 열리면서 커피가 반쯤 쏟아져 버렸다. 나는 커피 판매점 안으로 들어가서 “종이컵 뚜껑 하나 제대로 못 닫아 커피를 반이나 쏟게 하느냐?”고 화를 냈다. 종이컵 뚜껑을 잘못 닫은 커피 판매점 직원은 어눌한 발음으로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하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때 커피가 나왔다는 신호 벨이 앞좌석에서 울렸다. 앞좌석의 아주머니가 커피를 받아서 내게 건네며 하는 말. “카페라테예요. 저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늘 남겨요. 그거 제가 마실게요, 우리 바꿔 마셔요.” 난 그 아주머니가 건네준 카페라테를 들고 도망치듯 창문 밖으로 나왔다. 너무 부끄러웠다.

지금도 커피가게에 들릴 때마다 문득 그때 커피점에서의 일이 늘 마음속에 남아 있어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가끔 찾는 그 커피가게에는 낯선 청년이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있었는데, 가만히 보니 행동이 느리고 말이 어눌했다. 순간 그 청년을 채용해 준 회사가 몹시 고마웠다.

그건 단순히 취직이 아니라 그것은 한 사람의 인생에 생활의 날개를 달아 주는 일이었다. 그리고 내 시선을 빼앗은 또 한 사람의 40대 아주머니 한 분이 커피가게 구석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단순한 손님이 아니라는 걸 직감했다. 그 아주머니는 오직 한 사람만 보고 있었다. 아주 애틋하고 절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것으로 보아 그 청년의 어머니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었다.

그것은 발달장애인 아들의 첫 직장에서 지켜보는 심정이 어떨까? 초조하고, 불안하고, 흐뭇하고, 감사하고, 참으로 다양한 감정의 소용돌이에서 눈물을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순간 나는 그 아주머니를 안심시켜 주고 싶었다. 다가가서 이렇게 말했다. “저 여기 단골인데요.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여기서 일하는 직원들 다 착하고 좋아요. 아드님도 잘할 거예요.” 그 아주머니의 눈에 눈물이 핑 도는 걸 보고 나도 울컥했다.

삶이 아름다운 건 서로 어깨를 내어 주기 때문이 아닐까? 사람인(人) 자의 뜻처럼, 지난번 망설임 없이 자신이 구입한 카페라테를 내게 아무 대가 없이 내어 준 아주머니. 그리고 ‘코로나-19’로 몇 개월간 집에 못 가는 관계로 보고 싶은 어린 딸과 영상통화를 하면서도 울지 않는 간호사들을 생각해본다.

사회적 천시들이 흔한데, 화재 현장에서 부상을 입어 들것에 실려 병원으로 향하면서도 한 사람이라도 더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하는 소방관 아저씨도 있고, 동네입구 과일가게에서 사과를 살 때 제일 볼품없는 것만 골라 넣는 퇴근길의 영이 아버지. 마스크를 여분으로 가방에 넣고 다니며 마스크를 안 쓴 사람에게 말없이 내미는 준호 할머니도 있다.

이렇듯 우리 주변에는 참으로 많은 보통 사람들이 인생을 아름답게 만들고 있다. 나는 이웃과 얼마나 더 감사하고 베풀며 살아갈 수 있을까? 남아 있는 인생사에서 얼마나 내 어깨를 내어 줄 수 있을까? 나로 인하여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어간다면 내가 세상에 남아 있는 이유와 값이라고 할 것이다.

고광배 특임기자  chd6235@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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