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연 교수            (숭실대학교)

우리는 협동이나 연대하는 정신을 인류에게만 존재하는 전유물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자연의 세계에서도 보이지 않는 경쟁과 연대 의식이 존재한다. 개미들의 협동은 사람들이 본받을 정도로 자연에서 그 소문이 파다하게 알려져 있다. 어디 개미 뿐인가? 꿀벌의 협동 정신도 저리가라 할 정도로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이처럼 자연의 세계에서도 경쟁과 협동이 자리 잡고 있다.

개미와 꿀벌 같은 동종의 협동 이외에도 서로 다른 종이 모여 함께 살아가는 자연에서는 공진화(co-evolution)의 과정이 개입된다. 공진화는 서로 다른 다양한 종이 각자의 생존이나 종의 번식에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진화하는 현상을 말한다. 공진화는 하나의 종이 다른 종과 서로 맞물려 살기 위한 경쟁과 협력을 통해 변화를 거듭해 나가는 것을 말한다.

지리산에 자연 방사된 반달가슴곰이 광활한 산맥을 따라 자연에 적응하고 있다. 반달가슴곰들이 방사되기 전, 그들은 야생의 습성을 그대로 재현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에 훈련을 받는다. 곰들은 야생 적응 훈련을 받고 나서부터 자연 상태인 지리산을 마음껏 활보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곰들이 숲을 헤치면서 여기저기 나무를 훼손하거나 파헤친다. 곰들이 나무의 열매들을 먹는 과정에서 여러 나무들을 훼손한다. 그들이 무성하게 잘 자라는 나무를 마구 파헤치고 다니면 지리산의 많은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을까? 우리가 단순히 곰들이 이 나무 저 나무 다니면서 파헤치고 심지어 뿌리까지 뽑아서 숲을 헤친다고 생각할지 모른다. 곰이 일정한 나무를 파헤친다면 다행이지만 자연에서 그들은 두서없이 숲을 파헤칠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숲이 쉽게 훼손된다고 생각한다면, 여기서 하나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반달가슴곰이 나무에 열린 열매들을 먹기 위해 파헤치는 나무들 개체수가 늘어난다고 해도 오히려 자연에서는 그 반대로 더욱 잘 순환하게 된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곰이 열매를 먹기 위해 많은 나무를 파헤치는 것은 사실이다. 그로 인해 여기 저기 나무들이 말라 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자연의 거대한 질서는 나무가 죽어나가는 것을 가만히 보고만 있지 않을 것이다. 놀라운 창조자의 섭리가 여기에서 시작된다. 곰이 열매를 먹고 나서 일부 소화가 안 된 열매의 씨들이 배설물에 섞여 땅에 여기저기 흩어진다. 오랜 세월이 흘러 그 씨는 다시 발아되어 서서히 나무로 성장하게 된다. 결국 곰이 나무를 파헤치는 개체수보다 열매의 씨가 땅에 뿌려져서 더 많은 나무들로 자라게 한다. 이것이 공진화의 비밀이다. 서로 다른 종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질서정연한 상태에서 어울려져 살아간다.

우리가 바라볼 때와는 달리 자연의 놀라운 프로젝트는 철저한 규칙에 의해 움직이고 있다. 어디 이것뿐인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꿀벌이 여기저기 옮겨 다니면서 꽃가루를 옮기며 수정을 돕는 것도 공진화의 과정이다. 자연에서는 서로 다른 종들은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는 곳에서 서로의 생존을 위해 협력한다. 자연은 어느 누구하나의 개입 없이 스스로의 진화를 거듭하면서 살아간다. 자연이 인간의 손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것은 자연의 주인이 인간이 아니기 때문에 가능하다. 자연은 인간의 개입이 필요 없는 곳이다. 자연은 처음부터 모든 종들이 서로의 생명을 유지하면서 살아갈 수 있도록 창조되었다. 자연의 완벽한 시스템은 하나님의 완벽한 창조로 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창조의 일회적 사건은 더 이상 수정이 필요 없는 것과 상통한다. 자연의 거대한 스케일은 더 이상 두 번 세 번 일하지 않아도 되는 완벽함을 가진다. 창조의 완전성은 전능한 신의 손에 의해 기획되었기 때문에 가능하다. 전능한 창조자의 거대한 프로그램에는 공진화라는 소프트웨어가 숨어 있다. 놀라운 자연의 섭리, 바로 하나님의 손길에서 시작되었다는 증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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