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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영 사모의 편지 (66)알제리를 여행하다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21.03.17 16:24
  • 호수 509
  • 댓글 1
위 영 (본지논설위원'속삭이는 그림들'저자)

코로나 때문에 여행길이 막혔다. 막히면 돌아가라 했던가, 그 대신 훌륭하고 색다른 여행을 더 많이 하고 있다. 알제리 여행도 그렇다. 아프리카의 북단, 유럽과 맞닿아 있는 땅, 로마와 아랍 터키와 프랑스에 지배받았던 나라, 사하라 사막이 국토의 태반인 나라로 훌쩍 여행을 떠났다. 봄기운은 완연했지만 미먼이 가득하던 날이었다. 알제리 여행의 시작은 알베르트 까뮈 때문이다. 까뮈의 딸이 편집한 까뮈의 여정- 나눔의 세계는 사진과 함께 까뮈의 글을 발췌해 놓은 책이었다. 뭐야, 이런 것도 책이 되나? 연보 같은 책이네....시작은 그랬는데 이방인과 페스트를 읽을 때와는 확연히 다른 까뮈가 보였다. 좀 더 가까워진 느낌이랄까. 책 안에서 호명된 책을 찾아 읽는 것은 나의 중요한 독서법이다. 책이 책을 부르는 독서라고나 할까, 이즈음은 거기에 덧붙여 지도를 함께 본다. 이게 뭐랄까, 참 괜찮다. 훨씬 더 손에 잡힌다. 책은 여행이다, 라는 나의 지론에 발효된 맛을 더해준다고나 할까, 1957년 노벨상을 받은 그가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어디쯤인가, 구글 어스를 펼치고 순식간에 알제리에 다다른다.

카뮈의 여정은 김화영의 번역이었는데 그가 직접 카뮈를 찾아간 알제리 기행을 읽기 시작한다. ‘티파사 폐허에 핀 꽃’이란 챕터를 들어가기 전 티파사를 찾는다. 알제리의 수도 알제와 가까운 바닷가의 로마 유적지다. 바닷가 쪽으로 주욱 가본다. 마우스로 하는 여행이라고 우습게 여기지 마시라. 파도가 선명하고 황토색 길과 궁전의 터가 선명하게 보인다. 설마 눈으로 본 것 같으랴만 낯선 풍광이 주는 느낌이 상당하다. 푸른 하늘과 초록 나무들 그 넘치는 생명력 속에서 마치 삶 속에 다가오는 죽음처럼 자연으로 스며들어 가는 폐허 속 건물-돌로 된 기둥과 받침-의 잔재를 만난다. “나는 사람들이 영광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는다. 그것은 거리낌 없이 사랑할 권리다.” 티파사에 있는 까뮈의 문학비에 적혀 있는 글이다. 이방인의 뫼르소가 점심을 먹으러 가듯이 천천히 걸어 식당으로 들어가고 그가 바라보았을 항구를 바라본다. 식당의 주인 살라씨는 셀레스트를 연상시킨다. 카뮈가 살았던 집 계단을 사진 찍으며 작가는 이방인 1부 2악장이 부조리 감정의 극치로 절창인 이유를 설명한다. 까뮈의 산문집 ‘제밀라의 바람’을 만나기 위하여 수백키로를 달려 제밀라로 간다. 제밀라 역시 폐허다. “그곳에는 무겁고 틈새 하나 없는 거대한 침묵이ㅡ어떤 저울의 균형과도 같은 그 무엇이 지배하고 있다”는 제밀라, 세찬 서향 빛을 받는 주피터의 토르소가 있는 곳, 밀밭과 엉겅퀴 물감을 쏟아 놓은 듯한 황홀한 야생 양귀비를 바라보며 찾아간 팀가드는 고원의 경이로운 도시로 1세기에 만들어졌다. 석류 꽃이 아름답고 협죽도는 더 붉은 순결한 풍경의 마을, 세트마와 드로에서 느리게 걷다 토벽의 어느 문 속으로 사라져버리는 터번 쓴 노인을 보며 환영인가....를 생각하는 작가의 마음처럼 나도 그순간 사막의 오아시스 동네에 있는 듯 아련해진다. 비스크라는 사막의 입구이다. 김화영은 그곳에서 지드의 아프리카 찬가를 읽는다.

글에는 나오지 않았지만 팀가드에서 도서관 터와 포럼을 발견했다. 흠, 여기가 도서관이 있었다는 거지? 책을 읽으며 지도를 보는 여행ㅡ거대한 땅을 모니터 안에 잡아 놓고 키웠다 줄였다 하는ㅡ의 미덕은 알제리를 이웃처럼 느끼게 하는 마술을 부린다. 까뮈가 태어나고 앙드레지드가 사랑했던 나라를 김화영의 안내로 깊고 풍부하게 다녀왔다. 정신이 무척 아름다운 세 명의 남자와 함께한 알제리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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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희태 2021-03-18 17:49:12

    사모의 상상력과 문학 창고에 깊이 들어가 맛있는 걸 다 먹고싶다
    나는 사모와 같은 여인과 여행한번 하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도 해본다   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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