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못 하는 아기 아로는 자꾸 할아버지 손을 끌고 자기 방으로 가자한다. 할아버지가 북을 치면 아로는 춤추며 방을 돈다. 북 치는 할아버지도 춤추는 아로도 둘만의 흥에 빠져 있다. 시간이 흐르고 할아버지는 점점 시간을 잊어간다. 서너 살 때로 돌아간다. 아버지가 방문을 퉁퉁, 북 삼아 두들겨주면 그 장단에 춤을 추곤 했던 그때의 기억 속으로, 그때의 나이로, 두웅둥 둥둥 둥둥둥둥. 북소리 따라 할아버지가 옛날의 아버지가 되었을 때, 아로는 어느새 그 아버지의 아들, 지금의 할아버지가 되어 있다. 지난 어느 아침, “아로야, 어서 와라, 잘 잤니?” “…….” “왜, 어디 아파? 아로?” “…….” 아로는 할아버지 침대로 올라가더니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킨다. 뭐에 부딪힌 모양이었다. “아이고, 아프겠구나. 아로야, 할아버지가 호오-해주면 안 아파.” 할아버지의 호오 한 번에 아로는 금세 환히 웃으며 할아버지 손을 잡아끈다. 자기 방에 가서 돌자는 거겠지. 할아버지는 아로랑 아로 방에서 종일 놀고 있구나.”

정원영 목사(제일성결교회)

브라질 이민 1세대 할아버지가 이민 3세대 손자 아로와 지내는 모습을 그린 ‘이찬재’ 그림, ‘안경자’ 글의 『돌아보니 삶은 아름다웠더라』(출판:수오서재)에서 짧게 옮겨보았습니다. 어린 손자는 할아버지가 장난감이나 되는 듯 항상 할아버지를 찾고 또 할아버지를 통해 마음의 큰 위안도 받습니다. 할아버지여서 그럴까요? 아니지요, 세세하게 살펴주며 놀아주기 때문이지요.

코로나19 펜데믹으로 인하여 교회학교가 모이지 못하고 있는 안타까운 시대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는 곧 끝날 것입니다. 그때 우리는 교회학교를 다시 일으켜야 합니다. 좀 더 준비된 교회학교를 위해서 관점의 변화가 필요한 것 같습니다. 유아 유치부에 적용할 수 있는 일을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전에는 부모를 따라 아이들이 교회를 왔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아이들이 좋아하면 부모들이 그 어느 곳도 따라나서는 시대입니다. 아이들이 주일 아침에 교회 가자고 조르면 아빠 엄마들이 따라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아이들이 교회를 나오면 자연스럽게 어른들도 부흥하게 됩니다. 유아 유치부 자녀를 둔 부모들이라면 아주 젊은 그룹입니다. 교회 내 젊은 그룹이 없어서 아이들의 숫자가 줄어들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유아 유치부가 없어서 젊은 부부 그룹이 없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아이들이 교회 오는 것을 즐겁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든다면 젊은 부부들도 많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평소에 쉽게 가져볼 수 없는 장난감이나 대형 놀이기구를 구비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그러나 비용도 많이 들고 넓은 공간도 필요해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래서 이런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은퇴하신 어르신들이 위의 글에 나온 할아버지처럼 놀이 친구가 되어주는 것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들이 주중에 전화도 해주고 또 집으로 한두 번 찾아가서 1-2시간 정도 놀아주는 것입니다. 그러면 주일에 할아버지 할머니 만나러 가자며 아이들이 먼저 신발을 신고 나설 것입니다. 젊은 부부들이 교회에 많아질 것입니다. 유아 유치부 방을 조금 작은 방들로 구성을 해서 몇몇이 함께 놀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30분은 할아버지 할머니 놀이 선생님들과 놀고 30분은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 품에 안겨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이런 아이들은 교회를 절대로 떠나지 않을 것입니다. 혹 떠나도 꼭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들이 주중에 아이들을 방문하여 한 두 시간 정도 함께 놀아주는 것입니다. 부모들도 유아 돌봄이(베이비시터)가 왔기에 자기 시간을 좀 가질 수 있어 좋아할 것입니다. 혹 주중에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들이라면 토요일에 만나주면 됩니다. 이런 만남이 지속되면 어린 자녀들이 있는 부모들의 삶이 자연스럽게 교회중심이 될 수 있습니다. 교회학교 부흥의 새로운 면모가 될 수 있습니다.

좀 더 방법을 확대하여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아동 독서 도우미 교육이나 놀이 교육 등을 시켜 각 지역의 유치원에 파견하여 자원봉사하게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다른 시간에 집을 방문하여 놀아주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교회 유아들 중심으로 실시하며 지속하면 됩니다. 금새 젊은 엄마들 사이에 소문이 나고 베이비시터로 소개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할 것입니다. 이런 활동이 꾸준히 지속되면 결과가 분명히 나올 것입니다. 유아 유치부 시절에 이렇게 해서 교회에 나오게 된 아이들은 자라서 꼭 성도가 될 것입니다. 교회를 떠나더라도 꼭 돌아오게 될 것입니다. 할아버지 할머니 선생님들이 손가락 끝을 부여잡은 아이들에게 호-오 호-오…… 해주는 그런 교회가 준비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어린이들뿐 아니라 은퇴하신 어른들께도 보람된 일이 될 것입니다. 코로나19 이후를 이렇게 준비해 보았으면 합니다. 주께서 여러분과 함께 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