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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끝과 시작”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망각의 강을 건너는 접점(接點)에서, 우리는 영원한 인도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중 나와 계심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만남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이라는 실존적 위치를 극복하고, 그리스도와 함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09.08.26 2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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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남 혹은 없어짐

봄이 되면 어느 새 연한 가지에 새싹이 돋고, 푸른 잎들이 하나 둘씩 개화(開花) 한다. 이내 여름이 와서 만개(滿開)하고, 가을이 되면 붉게 물든 단풍잎은 한(恨)이 있어 슬픔을 위로 받지 못한 나그네처럼, 마지막 자태를 풍기고 한없이 한 줌의 낙엽으로 사라져간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왔다가 아무것도 남김없이 홀로 지는 낙엽처럼, 죽음의 피할 수 없는 운명과 더불어, 삶의 저울이 점점 가벼워지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 아닐까? 올해는 김수환 추기경의 선종(善終)과 두 분의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逝去)로 우리에게 “떠남 혹은 없어짐” 그리고 “존재”에 대한 철학적 사유를 할 수 있는 한 해인 것 같다.

에피쿠로스(Epikouros)는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우리가 존재하는 동안 죽음은 없고, 죽음이 왔을 때는 우리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이는 죽음 그 자체가 가진 것 즉 “자기의 죽음이 있고 난 뒤에는 무(無)”라는 가정을 내포한다. 죽은 사람은 아무것도 느끼지 못한다. 죽음 이후, 나는 즐거움이나 쾌락과 같은 긍정적 감정을 느낄 수 없는 반면, 고통이나 불행과 같은 부정적인 감정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긍정적인 가치와 부정적인 가치를 굳이 감수하지 않아도 되는 죽음의 본질적인 속성이 있음을 지적한다.

그리고 죽음은 삶과의 연속적인 의미에서의 끝과 시작인 것이다. 현실에서의 삶의 끝을 의미하고, 새로운 영적 세계로의 도약이라는 의미로서의 시작인 것이다. 삶과 죽음의 선상에 놓여 있는 인간 실존의 가치는 또한 “존재와 시간” 같은 맥락 속에서 의미가 되살아난다.

존재와 시간

실존(實存)이란 불안과 절망, 자기상실, 소유의 역전 등을 극복하고, 인간이 부단한 자기초월에 의해 본래적인 자기를 되찾으려는 자기회복을 말한다. 잃어버린 자아를 각성하고 회복하는 생(生)철학의 주체인 나를 통해, 삶과 죽음을 논하는 것이라고 보는 자기 주체성을 담고 있다. 동시에 이 실존은 ‘나’라는 존재를 인식하고, 시간과 더불어 형성해 간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는 그의 저서『존재와 시간』에서, 시간과 더불어 형성하는 존재의 생(生)과 사(死)를 다루고,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사유실험을 진행시켰다. 존재는 시간 속에서 주어지는 것이다. 그렇기에 인간은 자신의 시간 안에서 일어나는 존재의 사건에 참여하고, 이를 통해 응답할 수 있는 존재로 파악한다.

그리고 시간은 엄밀히 말해 자연의 질서를 운행하는 주인이다. 이 시간을 통해 하나님은 우주의 운행과 질서를 이끌어 나가시는 것이다. 이 시간 속에서 우리는 삶과 죽음의 경계선 상에서 항상 투쟁하며 노력하는 것이 인간의 행보라고 보고 있다.

레테(Lethe)를 건너서

영화 [트로이]에서 “신(神)은 인간을 질투하지, 인간은 죽으니깐. 죽으니깐 늘 마지막처럼 살거든 그래서 아름다워”라는 명대사를 통해 인간이 가진 죽음의 소중함을 일깨워준다. 우리는 업적, 지위를 막론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쓸쓸히 한줌의 흙으로 돌아가야 할 운명을 지닌 채 살아간다. 한번 죽는 것은 사람에게 정하신 것(히 9:27)이다. 그래서 우리는 죽음에 대해 더욱 소중한 인연으로 맺고 살아가고 있다. 누구나 피할 수 없는 길이기 때문에.

끝으로 성경은 우리에게 죽음이 지닌 의미가 “끝남과 동시에 시작”임을 가르치고 있다. “예수께서 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않는다.”(요 11:25)는 말씀을 통해, 새로운 본향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시작 곧 영원한 삶을 제시하고 있다.

삶에서 죽음으로 이어지는 망각의 강을 건너는 접점(接點)에서, 우리는 영원한 인도자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마중 나와 계심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 만남을 통해 그리스도인들은 죽음이라는 실존적 위치를 극복하고, 그리스도와 함께 하늘에 있는 영원한 삶, 곧 제 2의 삶으로 자리를 옮길 수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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