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려가 예배당에 들어오지 말란 법 없다

지난 7월 5일 제5강 때, 내가 전도 사례 간증하면서 잠깐 소개를 한 바 있기에 어림 짐작을 하겠지만 황 집사님에게 사연을 말하고 함께 앞으로 나갔다. 우레같은 환영의 박수 소리에 교회당 안의 열기가 뜨겁다. 황 집사님의 기도 인도로 모두 함께 기도하였다. 승려가 예배당 안에 들어오지 말란 법은 없다. ‘듣는 사람마다 복음 전하여 복스러운 소식 두루 펼치세. 사람 있는 곳에 전할 소식은 어느 누구나 오라. 어느 누구나 주께 나오라 어서 와서 주의 말씀 들으라. 하늘 아버지가 오라 하시니 어느 누구나 오라. (찬송가 520)

은혜의 만남이었다. 부산선교교회는 생활관 시설이 없는 열악한 여건임에도 마다않고 전도훈련을 유치한 교회이다. 그런 때문에 점심 때가 되면 부산대 학생들을 상대하는 많은 식당들이 즐비한데 미리 예약을 해 놓은대로 조별로 나누어 간다. 박동선 형제와 함께 식사를 하면서 많은 대화를 하고 오후 늦게 그와 기약 없이 작별 하였다. 협회에서도 방문한 그를 격려하는 뜻으로 여비를 주셨고 나 또한 그를 돕는 마음을 표하였다.

그 후로도 여전히 생각날 때마다 어서 승복을 벗고 주의 품으로 돌아오도록 여건을 허락해 달라고 하나님께 기도하는 중이며 전화할 때마다 이를 말하곤 한다. 부산선교교회를 오가며 느낀 그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늦가을, 추위가 우리 곁에 가까이 온 어느 날 전화로 우리 교회에 와서 주일예배를 함께 드리기로 약속하였다.

11월 19일 추수감사 주일로 정하였다. 지난 8월 9일 부산에서의 만남 이후로 꼭 100일 만이니 나름대로 준비를 하고 기다렸다. 그런데 주일 아침에 갑작스런 개인의 일로 오지 못하게 되었노라는 전화가 온 것이다. 전화에서 들려오는 그의 말 속에 담겨있는 안쓰러운 표정이 눈에 잡힌다. 주일에 오지 못하고 바로 다음날 순천에 왔다. 어제 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하여 ‘장로님께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한다. 버스 터미널에서의 감격의 포옹이었다.

2006년11월 20일. 지난 여름, 부산선교회(목사 이진화)에서 ‘제24기 빌립전도훈련’할 때 만남 이후로 3개월여 만의 해후다. 그와 네 번째 만남이다. 많은 대화를 진지하게 나누며 점심도 푸짐하게 대접하고 긴 시간을 같이 있었다. 그는 아직도 자신과 어린 아들을 버리고 떠난 아내를 향한 연민과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젊은 시절을 방황하며 전국을 떠돌고 있었으며, 오늘도 헤매고 있는 것이다. 세상이 하도 험하여 지금은 목탁을 치며 공양을 하여도 사람들이 외면하고 푸대접하며 하루 종일 발품을 팔아도 식사를 거르기가 일쑤이고 하룻밤 숙박비도 건지지 못하는 때가 부지기수라고 한다.

‘내가 싫으면 전화번호 바꿔버리면 그만이니까 알아서 하라’고 넌지시 그를 쿡 찌르면 장로님껜 미안한 말이지만 ‘예수 믿는 사람들이 가장 푸대접한다’ 그런데 장로님은 20여 년 동안 돌아다니는 내게 가장 따뜻이 대해주고 처음으로 사람대접 받아 본다. 내가 힘들 때마다 장로님께서 온라인 통장으로 입금해주시고, 만날 때마다 따뜻한 정을 주시니 어떻게 배반할 수 있겠습니까?’ 그의 우람한 손을 잡고 ‘내가 하는 것이 아니라, 나는 하나님의 심부름할 뿐이다’ ‘박동선 형제를 하나님이 사랑하신다. 힘들 때마다 기도하라’ 하나님이 주신 사랑을 그에게 전하며 미리 그가 묵을 숙소까지 마련해 두고 아무리 붙잡아도 일정이 잡혀있어 대구로 가야한다는 것이다.

버스 터미널까지 걸으면서 다음엔 꼭 주일예배를 함께 드리자고 약속하였다. 그의 손에 대구행 버스표와 얼마의 여비를 쥐어주며 작별하였다. 그는 버스에 올라 창 너머로 나를 바라보며 연민의 정을 보낸다. 떠나는 버스를 향해서 손을 흔든다.

그는 비록 형편이 여의치 못하여 승복을 벗지 못하고 있는데 이는 아들 ‘완영’이가 제대할 동안 그의 학비를 모아야 한다는 것이다. ‘박 동선 형제여! 이제 방황에서 돌아오라, 나이가 50이 되어 가는데, 인생의 새 출발을 해야 할 때가 지나면 후회한다. 어서 하나님 품으로 돌아오라’ 간절한 마음으로 기도하고 헤어졌는데..... 지금도 서로 생각날 때마다 전화로 대화하며 사나이의 약속을 지키고 있다. 언젠가는 승복을 벗고 하나님의 품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리며…

기독교헤럴드  admin@evanholy.co.kr

<저작권자 © 기독교헤럴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