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영 작가

나보다 10년이나 더 젊은 그대의 부음이 문자로 왔어요. 그러고 보면  참 문자는 기이한 물건이오. 가볍고 날렵하여 보이지도 않은데 지니고 다니는 소식은 참람하기 이를 데 없으니, 예전엔 사람이 돌아가면 지붕 끝에 가서 부음을 외치며 소식을 전했다는데 지금의 부음 소식은 하 간결하여 부박하기 조차 하오. 하도 난데없어 누군가 장난을 치는구나 생각했지요. 아니면 잘못 온 문자인가,  그러다가 뭔가 미심쩍어 찬찬히 들여다보았더니 오늘 밤 10시에 상해에서 강북 삼성의료원으로 돌아온다는. 며칠 전 상해를 간다고 해서 잘 다녀오라는 인사를 했는데 그렇다면 정말 혹시 그대인가....아니야 그럴 리가....설마 하면서도 그 난데없는 상황이 주는 충격에 순식간에 팔에 오소소소 소름이 돋았소. 생각해보니 사람의 감정 중에 슬픔은 가장 더디 오는 것이더군. 그 대신 가장 오래 가는....
? 죽음이라는 요단강을 건너는 동안 그대의 모든 것은 순식간에 추억이 되어 버렸소. 어떻게 그렇게 전부 다.......일시에 모든 것들이 기억이 되어버릴 수 있는 건지, 부재가 행하는 거대한 힘인가, 아니 부재를 실행하시는 그분께서 남겨놓으신 연민의 자락일까? ?안치대속 그대의 고운 얼굴이라니.... 이제 그대는 늙지 않겠어요,  그대의 아들딸이 팔십 노인이 되어도 여전히 그대는 젊고 고운 엄마이겠소. 
 죽음 앞에 서면 저절로 믿음이 순전해지오, 믿음은 약함을 자각하는데서 오는 것이니, 사람의 힘으로 어찌할 수 없는 상황에 서면 생에 대한 인식과 함께 무릎이 저절로 꺾이곤 하지요. 김활란박사가 그랬다지요. 슬픔의 장례식이 아닌 기쁨의 환송식을 해달라고, 그래서 나도 김활란 박사처럼 찬송했어요. 길이 살겠네 길이 살겠네 저 생명 시냇가에 살겠네.... 그대와 나는 살아서도 떠나서도 생명 시냇가에 사는 사람이니...... 하며  마음을 다잡아도 그릇이 작아선지 서운한 마음은 어쩔 수 없구료.  슬퍼하는 우리보다 더 안타까운 마음으로 그대가 우리를 보고 있을 거라는 생각도 문득 들었소, 그럼에도 가슴속에 생긴 빈자리.....가 서늘하오. 내가 이럴진대 그대의 가족들.... 그대의 남편, 잠깐 일보고 올께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어.....했던 남편의 심사는 어떨까,  예배드리던 중 자주 뒤돌아서던 그대의 남편...그 흐느끼는 어깨에 눈을 줄 수가 없어 눈을 돌리다가 한 젊은이를 보았소.  한쪽 모퉁이 제일 아래쪽 안치대를 만지고 있는, 꽤 긴 시간 예배를 드렸는데 우리가 나올 때 까지 그 젊은이는 그렇게 그 자리에 앉아있더군,  사진에 가려 생년은 안보였지만 몰년은 보였는데 사 년 전이었어, 아주 젊고 예쁜 아이가 웃고 있었어요, 저렇게 예쁜 모습으로 살다가 이 땅에서 사라진 아이...  어쩌면 저렇게 사랑하는 자의 기억 속에 남아있다면...아직 까지도 존재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소.
 남미 어디에선가는 나이가 들면 살아있을 때 어느 날을 정해 이별식을 한다고 해요. 예식을 치루고 난 뒤에는 이미 죽은 것처럼 서로 무심하게 살아가고......갑자기한 이별이 두려워서 생긴 습속인가 생각이 되기도 하더군요.  요즈음은 살아 있을 적에 직접 장례식을 하는 사람도 있어요. 모두 잘 있으라며..... 세상은 여전히 소란할 뿐이오. 아직도 한참 젊은 그대가 상해에서 한줌 재가 되어 돌아왔는데도 해는 무심하게 떠오르고 더위는 미친 듯이 다가오며 가뭄.... 은 질기다오. 아마 비는 오고...아니 내리고 싶을 거요. 그것이 그의 본분이니....단지 이 땅이 비를 받아들일 여력이 없는 게 아닌가, 그래서 하늘 위에서 머뭇거리다가 몇 방울 안간힘 쏟다가 사라져 버리는 게 아닌가, 단단한 도시 위 강퍅한 사람들 곁에 머물 수 없어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데 추모공원에 나무가 많더군요. 자귀나무 꽃이 연분홍 왕관을 흔들며 피어나 있었고 바로 그 곁에는 층층나무의 푸른 열매가 익어가고 있었소. 어느 나무는 이제 꽃 피어나고 어느 나무는 벌써 열매가 익어가니 나무도 인생처럼 참으로 형형의 모습이기도 하오. 나무의 열매를 보며 문득 내 열매는 무엇일까를 생각했소.
 ㅡ사랑하는 자들아 주께는 하루가 천년 같고 천년이 하루 같은 이 한 가지를 잊지 말라고 하셨으니ㅡ  무엇보다 지금은 이별이지만 영원한 이별은 아니니 안식을 누리시라, 그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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