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처음으로 순천에서 하나님을 만났다
주인에게 봉투 하나를 얻어 얼마 되지 않은 여비를 담아 겉봉에‘사랑하는 아들 완영이에게, 부자(父子) 간의 따뜻한 만남을 위하여’라고 쓴 다음에 그의 손에 쥐어주며 적은 것이지만 품안에 고이 간직하였다가 빠른 시일 안에 부자가 함께 만나 식사라도 하며 가족 사랑을 회복하라고 당부하니 극구 사양한다.
봉투를 다시 보이며 박동선 형제의 아들‘완영’이에게 내가 주는 것이니까 전해만 주면되는 것이라고 달래니 몇 번이나 고맙다고 인사하는 그의 눈빛이 선한사마리아인을 생각게 한다. 출입문까지 나가 따뜻한 악수를 하며 배웅을 하였다. 그는 떠났다. 그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순천에 와서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이다.하나님은‘한 사람의 영혼’을 위하여 나와 우리 전도대를 심부름꾼으로 쓰신 것 이다.이 일을 이루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봄날인데도 한여름 같은 날씨이다. 오전에 친구인 서상은 목사님(순천동산교회)의 배려로 그의 별장을 찾아, 성도의 교제를 나누고 헤어졌다. 별장에는 영산홍과 철쭉이 만발하여 꽃동산을 이루고 있어 해마다 이 맘 때면 잊지 않고 불러준다. 아름다운 꽃 속에서 더 머물고 싶은 생각을 접은 것은 청소년 유스호스텔에서 호남지역 교회건축 금융 세미나에 참석하기로 이미 등록을 하였기에 여기에 참석하기 위한 것이다. 중도에 합류하여 한참을 가고 있는데 박동선 형제로부터 전화가 온다.
그러니까 지난 3월 23일 그를 처음 만나복음을 전하고 영접기도를 한 후로 순천에 처음 온 것이다. 그동안 보성, 해남, 목포, 군산, 인천, 서울, 대전, 대구, 부산을 거쳐 마산에 도착하기까지 한 달여 전국을 돌아다니면서도 거의 날마다 전화로 안부를 묻고 격려하며 비록 승복차림이지만 어떠하든지 구원의 확신을 가지고 살도록 하였는데 오늘 두 번째 나를 만나기 위해 순천을 찾은 것이다. 그런데 오던 날이 장날이라고 오늘따라 일정이 잡혀 갈 수가 없다.
미리 연락이나 하고 올 것이지....... 세미나에 참석하였지만 마음은 조급하다. 잠깐 쉬는 틈을 이용하여 밖에 나와 사정을 알리고 다시 들어와 강의를 듣는다. 조금 있으려니, 뒷자리에 윤상수 안수집사님이 그 바쁜 중에서도 여기까지 와서 참석한 것을 보며 그의 성실함과 교회 사랑하는 마음에 기쁨을 얻는다. 한참 강의를 듣다가 뒤를 돌아보며 내려 갈 때 나를 좀 태워달라고 청하였다. 아니나 다를까 시간을 쪼개어 쓰는 그가 오래 머무를 수가 없어내려 간다고 한다.
그가 운전하는 차에 편승하여 10km가넘는 먼 길, 차편이 없는 외진 곳에 와 있는 나를 하나님께서는 윤 집사님을 예비하시어 순천역에서 기다리는 그를 만날 수 있도록 인도하신 것이다.
순천역 대합실에서 그를 안고 감격의 해후를 한다. 35일(3.23~4.28) 만에 나를 찾아왔으나 만날 수 없음을 느끼고 열차시간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그와 손을 잡고 팔마교까지 걸으며 죽도봉 숲속에 자리한 우리 교회를 가리키며 언젠가는 우리 교회에 와서 나와 함께 예배드리자고 약속하였다. 교우가 운영하는 별미집으로 안내하여 주인 집사님과 함께 감사기도를 드리고 음식을 나누며 그동안의 사연을 얘기한다. 그는 비록 날마다 동가숙서가식(東家宿西家食)하는 떠돌이 생활이지만 잊지 않고 전화하자는 약속을 지키다가 오늘 온 것이다. 그는 20년 전에 아내로부터 배신을 당하고 지금도 그 한을 품고 전국을 돌아다니며 방황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천년고도 경주에서 꽤 넓은 아파트에서 두 살 된 아들과 남부럽지 않게 행복하게 살았다. 아내는 중화음식점을 경영하고 그는 직장 생활하는데, 어느 날 젊은 주방장과 행방을 감추었다. 하루아침에 빈털터리가 된 것이다. 그는 어린 아들을 서울에 사는 누나에게 맡기고 친구가 운영하는 카센터에서 5년간 일하였고, 다시 건설회사 타일공으로 열심히 일하였으나, 회사의 부도로 빈손으로 나와 방황하는 중에 승려를 만나게 되었고 그를 따라 마산으로 내려와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늘어놓으며 눈시울을 적신다. 아무리 잊으려 해도 20년 원한이 풀리질 않고 오늘도 떠돌아다니며 아내를 찾는 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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