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들의 모습 속에서“역설적 상황”이 연출되는 장면을 간간히 목격한다. 때로는 그 역설이 우리에게 심오한 깊이와 교훈을 던져주고, 예상치 못한 장면을 안겨다 주기도 한다. 아마 우리의 삶이 그러한 역설적인 긴장감이 있어서 더욱 애절하고, 때론 행복과 불행이 교차하는 것은 아닐까?

역설(逆說)의 사전적 의미는 일반적으로는 모순을 야기하지 아니하나 특정한 경우에 논리적 모순을 일으키는 논증. 모순을 일으키기는 하지만 그 속에‘중요한 진리’가 함축되어 있는 것을 말한다. 역설 곧 패러독스(Paradox)는 고대 철학자인 제논(Zenon)에 의해“날아가는 화살은 정지해 있다.”라는 말로 유명세를 타게 된다. 그는“과녁을 향해 날아가는 화살은 움직이지 않고 정지해 있다.”는 역설적인 주장을 했다. 화살 그자신이 위치해 있는 바로 그 장소를 차지하고 있는 각 순간마다 그 화살은 그 장소에서 정지하고 있는 셈이다. 다시말해 각 순간마다 정지해 있는 동안 화살은 움직인 것은 아니다. 따라서 활의시위에 떠난 순간부터 표적에 다 다를 때까지 화살은 움직이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궤변이 어디 있는가? 날아가서 과녁에 꽃히는 것을 본 우리들은 어떻게 화살이 정지해 있다고 말할 수 있느냐 말이다. 하지만 날아가는 화살의 운동을 공중에서 몇만 분의 일로 나누워서 보면 그 화살은 정지되어 있다.

이 처럼 우리들이 목격한 바에 화살은 분명 정지한 상태가 아니라 과녁을 향해 움직였다. 그럼에도 그 화살은 정지한 상태라는 역설적인 상황이 연출된다. 우리 삶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때론 힘들어서 고난에 봉착(逢着)할 때 우리는 피하고 싶다. 우회로를 선택하여 그 고난의 동굴을 지나가고 싶지 않을 때가 많다.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게 우리 그리스도인의 삶의 선택이 아닌가 싶다.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만드는 믿음

인생(人生)의 반열에 놓여 있는 많은 역설적 상황 특히“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없는 역경”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심어준다. 성경은“너희가 그리스도의 고난에 참여하는 것으로 즐거워하라(벧전4:13)”고 권면하고 있다. 솔직히‘고난’은 피하고 싶은 터널이다. 인생의 고난이 없을 수 없겠지만, 그래도 피하고 싶은 게 우리들 삶의 희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난을 참여해야 할 역설적 상황이 온다면 우리는 그 역설의 교훈을 충실히 이행해야 할 것이다. 그 고난이 있은 후, 우리들에게는 또 다시“그리스도의 영광”에 참예하게 되는 것이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에게 때로는 고난에, 때로는 영광에 참예함으로서 이 둘의 긴장감 사이에 흐르는 [역설의 교훈]은 우리들 인생의 항로를 설정해 주는 나침반이다.

삶의 역설, 혹은 역설적인 교훈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암시한다.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게 하는 것 또한“믿음의 역설”이다. 분명‘불가능한 것’들이‘가능하게 되는 것’을 우리는 신앙의 힘으로 겪어왔다.“ 믿음은 바라는 것들의 실상”이라고 했다. 우리에게 주어진 믿음의 안목을 통해 바라볼 수 없는 것을 바라볼 때 생겨나는 힘이야 말로‘신앙의 역설’이 우리에게 주는 심오한 진리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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