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계올림픽을 고리로 북한 응원단과 삼지연 공연단, 그리고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부부장(노동당 중앙위원회) 등 거물급 인사들이 내려왔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 그리고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등이 지난 2월 10일에 강릉 관동하키센터에서 열린 여자 아이스하키 B조 조별리그 1차전을 벌인 남북 단일팀(이하 단일팀)을 응원했다. 하지만 유럽 강호 스위스에 0대 8로 완패했다. 그러나 모두가 활짝 웃는 표정들이었다.
반면에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개막식장에서 북한 대표단과 아는 척도 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여론이 좋지 않자 반전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 특사단 취재를 위해 방한했다가 마치고 귀국하던 워싱턴 포스트 국제여론 담당 조쉬 로긴 기자가 펜스 부통령과 함께 에어포스 2편으로 귀국하던 중 가진 인터뷰에서“미국은 문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북한에 대해 본질적인 합의를 했다”며“한국이 먼저 대화에 나선 후 미국과의 대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미국은 북한에 대해 앙금이 있지만, 겉으로 대화의 자세를 갖추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이처럼 인간의 앙금은 무섭다. 화이트(W.R.White)의 <진짜 이야기를 찾아서>127~128쪽에 보면 어느 도시에 경쟁 관계에 있던 장사꾼 두 사람이 있었다. 두 사람의 가게는 서로 마주 보고 있었다. 이들은 아침에 눈뜨고 일어나 밤에 잠들 때까지 어떻게 하면 상대방을 망하게 할까 하는 데만 신경을 썼다. 보다 못한 하나님께서 어느 날 천사를 한쪽 상인에게 보내셨다. 두 사람을 화해시키려고 천사는 이런제안을하였다.“ 하나님께서 그대에게 큰 선물을 내릴 것이오. 그대가 재물을 원하면 재물을, 장수를 원하면 장수를, 자녀를 원하면 자녀를 줄 것이오. 단 조건이 하나 있소. 천사는 잠시 말을 멈춘 다음 말을 계속 했다. "그대가 무엇을 원하든 그대 경쟁자는 두 배를 얻게 될 것이오. 그대가 금화 10개를 원하면 그는 금화 20개를 얻게 될 것이오”라고 말하였다. 천사가 미소를지으면서, “이제는화해하시오. 하나님은 이런 방법으로 그대에게 교훈을 주려는 것이오”하고 말했다. 천사의 말을 들은 상인은 한참 생각하더니, “제가 무엇을 바라든지 다 이뤄진다는 말씀이지요?”하고 물었다. 천사가 그렇다고 하자 상인은 크게 숨을 쉬고는 결심한 듯이 “그럼 제 한쪽 눈을 멀게 해 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이러한 모습이 우리 한국 사회에서도 세대간 시각차로 나타났다. 직접 피비린내를 느꼈던 세대와 북한 공연단 및 여성 응원단을 보고 “우리는 하나다”라고 외친 사람들과의 정서는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글로버라는 학자는 도덕이라는 것이 설명될 수 있는 근원을 물어 나가다가 휴머니티로 귀결지었다. ‘인간성', '인간다움', '인류', '인간애’등을 표현하면서 ‘사랑’이라는 단어가 휴머니티에 포함된다고 규정했다. 그동안 마르크시즘 혹은 극단적 보수 반공적 일부 기독교는 모두가 기독교의 본질이 휴머니즘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휴머니즘적 인간성은 인간에 대한 사랑을 의미한다고 했을 때 하나님은 우리에게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사랑하노라 하고, 눈에 보이는 형제를 사랑하지 않으면 거짓말쟁이”라고 말씀했다.
글로버가 말하는 휴머니즘에서 중요한 것은 동정심과 타인에 대한 존중이다. 선한 것만 있는 것인가? 소위 의롭다고 하는 자들의 잔인성이 더 하다.
칸트는 신뢰를 구축하자는 것이 그의 평화 전략이었다. 꿍꿍이 속이 없이 조약이 맺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북의 화해가 이루어지려면 꿍꿍이 속이 없어야 한다.
그동안 늑대가 나타났다고 거짓말하였던 양치기 소년처럼 반공이데올로기를 주장했던 극우들 때문에 건전한 보수들마저도 파시즘으로 오해 받았던 것은 사실이고, 마르크시즘도 서로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획일적이고 전체주의적이고 패권주의적이고 관료주의적인 폐단을 낳은 것도 사실이다.

이데올로기와 앙금이 해결되지 않은 채 억지웃음을 짓는 것처럼 섬뜩한 표정은 없을 것이다.

양진우 기자  jwy@c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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