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두암교회 1904.11.19.~1950.9.16)

순교자 박호준 집사는 한학자 박성범과 김성녀의 4남 1녀 중 차남으로 출생하였다. 박호준은 선친으로부터 한학을 수학하던 중 일제 강점기로 도래한 신학문의 시대가 열리자 선교사들이 경영하던 전주 신흥학교에서 신학문을 배우게 되었다.

당시 고등학교 졸업자들은 공직에 우선 진출할 수 있었지만 박호준은 일본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공직의 길을 포기하고 자영업자가 되었다. 그는 유기그릇 사업으로 크게 성공하고 가구사업도 성공하면서 26세에 17세인 고임복과 결혼하고 6남매의 자녀를 낳았다.

그는 교회와 지역사회를 위해 적극적으로 헌신하며 봉사했는데 당시 애국지사들이 정읍을 방문하고 계몽활동을 할 때 연사 일행을 자기 집으로 모신 후 숙식을 제공하는 등 존경 받는 유지가 되었다.

6.25전쟁이 발발하면서 공산군이 정읍에 밀어닥치자 평소에 호형호제(呼兄呼弟)하던 김용은 전도사(훗날 기성총회장 역임, 모친:윤임례씨)의 고향인 소성면 두암 교회로 피신한다. 두암교회는 김전도사가 개척하고 섬기던 교회였다. 공산군이 정읍에 진입하면서 지역에서 동조하는 좌익세력들이 곳곳에서 만행을 저질렀다.

특별히 두암교회를 공산당원들이 지목하여 문제 삼게 되었는데 6.25 직전에 김용은 전도사, 임동선 목사(전 공군군종감), 박호준 집사가 연사였던 전도 집회와 반공 강연 개최가 빌미였다. 1950년 9, 10월경부터 공산당에 동조하던 세력들이 예수 믿는 자들을 색출하고 배교를 강요했으며 이에 불응, 거부하는 자들을 무참히 학살했다.

이들 중에는 김용은 전도사의 모친인 윤임례 집사와 더불어 순교한 22명도 포함된다. 박호준 집사도 양아들인 김용술(당시 정읍농고 학생회장)과 함께 소성면 애당리 모촌 삼거리에서 죽창으로 난도질당하고 칼로 목 베임 당했다.

박호준 집사는 거룩한 순교자의 반열에 오르게 된 것이다. 부인 고임복 전도사는 국군이 입성한 후, 정읍시 청년단 대장이었던 아들이 공산당에게 보복하지 못하게 결사적으로 말렸고 나아가 김용은 전도사와 함께 가해자를 찾아가 그들을 용서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케 하였다.

두암교회를 통하여 20여명의 목회자가 배출된 것은 한국교회에 귀감(龜鑑)이 되고 순교자의 피가 헛되지 않음을 증거하고 있다. 박 집사의 순교 이후, 그의 아내 고임복은 전주 한일신학교(현 한일장신대학교)에서 수학하고 전주남문교회 전도사로서 성역 31년 동안 사명을 감당하였으며, 착한 어머니상(1968년: 한국부인회 총본부장), 한일인의 상(1993년: 한일신학대학장)을 수상하였다.

고임복 전도사는 6남매 자녀들을 홀로 양육하면서“배워야 산다. 믿어야 산다. 죽어야 산다.”는 생활 신념을 심어 주었고 그의 자녀들은 박영신 목사 등 교회 중직자로 헌신하여 개 교회를 섬기고 있다. 박호준 집사의 순교의 피는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신앙의 증거와 표본이 되고 있다.

김헌곤 목사(문준경순교기념관 관장)  webmaster@n491.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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