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이 만드신 자연적 질서의 시간개념은 크게 두 가지 곧‘순환론적 시간’과‘직선적 시간’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전자(前者)는 자연 질서 전체를 아우르는 시간을 말한다. 겨울이 지나면 반드시 봄이 오는 자연의 순환을 지칭한다. 이 시간은 영속성(永續性)을 지닌 채, 주기적으로 반복된다. 이에 반해 후자(後者)는 시작과 끝이 있는 시간을 말한다. 이시간은 개별적(個別的)인 시간이면서 동시에 화살표의 방향이 시작과 끝을 분명하게 제시하고 있는 것처럼, 어디를 향해 끝없이 질주하는 본성이 내재된 시간 개념이다.

   위에서 언급한 두 가지 시간 개념에 관하여‘순환론적 시간’에대해 먼저 살펴보자. 겨울이 되면 붉게 물들었던 봉선화는 생명력은 다하지만, 가을부터 이미 봉선화는 손만 대면 터질 것처럼 씨앗을 터뜨리기 위해 생명력을 이어가기 위한 준비를 한다. 이로 인해 봄이 되면 다시 또 다른 식물이 개화(開花)를 한다. 물론 작년에 꽃을 피웠던 봉선화는 없어졌지만, 봉선화 종(種)의 생명력은 지속된다. 마찬가지로 연어가 거꾸로 강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알을 놓고 생(生)을 마감한다. 다만 올 해 알을 낳은 연어는 없지만, 내년에는 또 다시 연어가 강을 거슬러 올라간다.

   우리가 사는 세상도 마찬가지이다. 철수 한 개인이 삶을 마감한다고 해서 우리 사회가 종국(終局)에 달하지는 않는다. 다만 철수는 생(生)을 마감하지만, 또 다른 철수와 민석, 아니면, 철수의 자녀들이 이 사회를 지탱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개인(個人)인 철수는 생명력을 다하면, 그의 존재는 사라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류와 자연계의 질서는 개인의 유한성에도 굴하지 않고 여전히 운행 되어진다.

   다음으로‘직선적 시간’은 공동체 속의 자리 잡고 있는 한 개인에 대한 시간개념을 말한다. 우리의 삶 곧 개별자가 아닌 공동체의 삶은 주기적으로 순환한다. 하지만‘우리’라는 공동체 속에서 개인은 유한하기에, 직선적 시간의 범주에서만 살아갈 수 있다. 만약개별자가 지속적으로 순환하고, 계속 살 수 있는 육체의 영생(永生)을 지녔다면, 우리들의 삶은 나태해지고, 유한한 실존이 가져다주는‘사라짐의 가치’를 상실하게 된다. 이처럼 개인의 삶은 직선적인 시간 안에서 끝을 향해 달려가는 유한한 삶이기에, 때론 무한한 실존을 끊임없이 갈구했다. 중국의 진시황제가 불로장생(不老長生)을 소원하여 불로초(不老草)를 찾으려는 것도‘영원한 육체의 삶’을 갈망했던 것으로 비춰진다. 이는 어쩌면 인간의 실존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들의 감추어진 내면(內面)을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성경에서 가르치는‘개인의 실존’은 어떤 의미를 지닐까? 다윗의 아들 예루살렘왕 전도자의 말씀에서 다음과 같이 기록되어 있다. “전도자가 이르되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되도다 해아래에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사람에게 무엇이 유익한가 한세대는 가고 한 세대는 오되 땅은 영원히 있도 다 .” (전도서1:1~7)고 말한다. 한 개인의 삶도 마찬가지, 사람의 유익이 무익하여, 한 세대가 지나가는“자연의 순리”에 따라갈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위치를 가진 존재임을 가르치고 있다.

   예수님은 우리에게 말씀하시기를,“ 그러나 내가 너희에게 말하노니 솔로몬의 모든 영광으로도 입은 것이 이 꽃 하나만 같지 못하였느니라”(마 6:29)고 하신 것처럼, 사람의 부귀영화(富貴榮華)의 넉넉함도 유한한 시간 속에서만 가능함을 가르치셨다. 그리고 우리의 삶은‘살아있음’과‘죽음을 향해 감’이 동시에 내재하는 역설적인 관계에서 삶을 분주하게 보낸다. 삶과 죽음이 자연의 한 조각인 것처럼, 피할 수 없는 숙명의 고리에서 숙연해져야 하는 것이 우리들의 삶이다. 유한한 존재로서의 인간, “죽음으로 향해 가는 존재”, 이것이 인간의 본연(本然)의 모습인 것이다. 유한한 존재로서 무한한 존재를 꿈꾸며 이러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성경은 우리에게 유한성을 극복 할 수 있는 무한한 존재의 가치를 역설적으로 가르치고 있다. 예수님께서는“나는 부활이요 생명이니 나를 믿는 자는 죽어도 살겠고 무릇 살아서 나를 믿는 자는 영원히 죽지 아니하리니 이것을 네가 믿느냐”(요 11:26)고 하신 것처럼, 육체의 유한한 삶을 초월하는 무한한 삶을 가르치셨다.

   우리는 유한성을 넘어서서 무한하고 영원한 삶을 위한 종교적 승화(昇華)가 필요하다. 유한한 존재의 위치에 정박(碇泊)했던 우리는 오직“예수 그리스도를 믿는 믿음”을 통해서만 인간 유한한 실존을 극복할 수 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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