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호덕 교수(본지 논설위원)

우리는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대영제국을 기억하고 있다. 기실은 그보다 먼저 해가 지지 않는 세계제국은 로마카톨릭 국가인 스페인이었다. 우리는 신세계를 향한 항로를 발견하는 일에 스페인이 먼저 열심을 낸 것을 역사에서 배웠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고 마젤란이 세계일주를 한 것은 스페인 왕의 보호아래 이루어졌다. 역사는 이를 통해 스페인이 그 당시에 세계의 부를 손아귀에 넣었음을 보여준다. 그로 인해 강국이 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런데 역사는 우리에게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 당시 스페인은 무적함대를 거느리고 세계를 제패하여 강국으로서 우뚝 서 있었다. 이 스페인은 1571년 당시 근동의 패권자로 부각되던 오스만 터키를 레판토 전투에서 대승리하고 불과 17년 후에 아르마다라는 무적함대로 영국을 정복하러 갔다가 완전히 참패를 당한 것이다. 그리고 세계 一人者 자리를 영국에 내어주어 영국이 세계제국으로 발돋움하게 만들었던 것이다.
우리의 질문은 스페인이 왜 그렇게 갑작스럽게 참패했는가 하는 것이다. 막강하던 세계제국의 스페인왕 펠리페 2세는 독실한 카톨릭 신자로서 이단(개신교)에 가혹한 사람이었으며 기존의 질서 신뢰하고 변화는 곧 악이라고 여겼다고 한다. 그는 영국과 벌린 海戰에서 기존의 전투방식을 고수하다가 새로운 전투 패러다임을 도입한 영국에 패배한 것이다. 이것은 옛것에 집착하여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것을 거부하다가 망한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런 역사를 통해 한국의 개혁교회가 당면한 난국을 어떻게 돌파해 나갈 것인가에 대한 해결방안을 배워야 할 것이다. 먼저 질문을 던지고 싶은 것은 한국 보수교회는 혹시 진리도 아닌 옛 것에 너무 집착하다가 문제 해결의 기회를 놓치지는 않았는가, 당면한 한국교회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 해결하려고 무엇인가 시도하고 있는가, 사방에서 몰려오는 대적들이 나름대로 전략으로 공격할 때 제대로 방어 내지 반격할 수 있는 역량을 키우고 있는가 등등이다. 만일 한국교회가 개혁교회 전통을 알고 개혁신학의 생리와 그 핵심을 알고 있다면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질문들은 너무 추상적일지 모른다. 그 동안 한국교회의 여러 가지 치부들이 세상에 드러나 불신자들을 교회로 이끌 수 있는 면목이 없어져 버린 것도 부인할 수 없다. 한국기독교인들이 복음으로 세상문화를 변혁시킬만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오히려 세속 문화에 정복을 당하고 있다. 너무나 무기력하고 무능하여 마치 머리 깎긴 삼손처럼 된 것 같다.
근세사를 보면 로마카톨릭 교회는 그 동안 참으로 많은 개혁운동을 시도했다. 16세기에 만들어진 트리엔트 신경이 그런 일면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1965년 교황 요한 23세가 주도한 제 2바티칸 회의와 그 결과물들은 로마카톨릭교회가 자체 개혁하려고 몸부림친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필자는 세계카톨릭교회가 일사분란하게 전통을 지키고 변화를 추구하는 모습을 보고 한편으로는 너무나 부럽기도 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움으로 다가옴을 절감한다.
지금 수만 가지 갈래로 분열하여 오합지졸처럼 한국 개신교 교회지도자들은 이런 사실을 주목하고 개혁신학의 정체성을 중심으로 하나로 연합되는 일에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구태연한 자세로 안일하게 있다가는 어느 순간에 치명적인 패배를 안게 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교회의 미래를 예측하며 새로운 대안을 준비해야 될 것이다. 그것도 매우 급한 마음으로!!!

김광연  angel@c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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