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욱(서울대학교 명예교수)

조선시대에 우리나라를 방문한 외국의 사신들을 안내한 인기 관광지 중의 하나는 한강이었다. 우리나라의 강들은 그 빼어난 풍광으로 외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 모습은 많은 그림으로도 전해오고 있다. 100여 년 전에 우리나라를 찾아왔던 유럽의 선교사들도 우리나라의 강을 보고는 하나님이 창조하신 그 아름다운 강의 원형 모습에 감격을 했다고 전한다. 지금은 거의 모든 강들이 인공화되어 옛 모습을 잃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 모래하천의 원형으로 간주되어 생태학적으로 보존의 가치가 크다고 인정되던 유일한 강이 내성천이었었다. 아름다운 강의 모습을 대변하던 회룡포, 선몽대, 무섬마을 같은 곳들이 다 이 내성천을 끼고 있는 곳들이다.

  내성천은 소백산의 부스러진 화강암에서 특별히 많은 양의 모래가 공급되면서 세계에서도 드문 모래강으로 알려졌다. 이 모래가 물을 정화하여 너무나 깨끗한 물이 흘러 희수마자와 먹황새와 같은 희귀생물들의 서식처였고 아이들의 훌륭한 물놀이 터가 되어 왔다. 그리고 강바닥에 깔린 이 두터운 층의 모래가 훌륭한 댐의 역할을 하여 홍수와 가뭄이 없었다. 그러나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사업을 하면서 내성천의 상류에 영주댐을 만들었다. 댐의 목적은 지금까지 모든 댐들의 공통적인 목적이었던 홍수나 가뭄에 대한 대책이 아니라 낙동강의 수질을 개선하기 위하여 깨끗한 물을 공급하기 위한 댐이라는 것이었다. 4대강 사업 자체가 물을 깨끗하게 하는 사업이라면서 또다시 깨끗한 물을 흘려보낼 댐을 만든다는 것은 전혀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그러나 영주댐에 물을 담자 이 물은 시커멓게 썩어 분뇨냄새가 나는 물이 되고 말았다. 댐의 상류에는 많은 축산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전에는 그 두터운 모래가 물을 맑게 하여 1급수를 유지했던 것이다. 댐을 짓고 난 후에 모래 공급이 끊어지면서 내성천에는 모래가 사라져 흉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고 시커멓게 썩은 물이 흘러가면서 완전히 망가졌다. 엉터리 목적을 내세워 건설한 영주댐은 빨리 허물고 원상복귀 해야 한다. 그리고 조사를 통해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 한다.

  ‘그들이 하는 일과 그들의 행위가 악한 대로 갚으시며 그들의 손이 지은 대로 그들에게 갚아 그 마땅히 받을 것으로 그들에게 갚으소서. 그들은 여호와께서 행하신 일과 손으로 지으신 것을 생각하지 아니하므로 여호와께서 그들을 파괴하고(멸망시키고) 건설하지 아니하시리로다 (시편 28:4~5)’

김광연  angel@cheral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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