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회자 가정의 본질 ‘목회자 부부 관계(3)’

   과거 우리사회의 부부의 끈을 하나로 묶어 줄 수 있었던 중요한 요인이 전통과 사회적인 관습이었다면 현대 사회의가정은‘부부중심의 교제’라고 할 수 있다. 그러기에 현대가정은 식구 상호간의 사랑과 이해, 동료의식과 같은 친밀도가가정의 행복을 좌우하게 된다. 지난날 우리 부모의 시대의 순종의 관계에서 유지되었던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인 가정의 문화는 점차 사랑과 신뢰에 의해서 유지되는 민주적이고 동반자적인 가정 문화로 변모해 가고 있다.

  오늘날 가정의 부부문제나 목회자 부부문제의 핵심에는 어떻게“대화”할 것인가가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상대에 대한 마음 나눔의 대화가 단절된 부부는 더 이상의 관계 형성이 되지 않는다. 특히 목회자 부부의 경우 대화의 많은 내용이 자신들의 감정이나 생각을 나누기 보다는 교회의 일들이나 성도문제가 우선되며 기껏해야 자녀의 학업정도 등 제한된 주제에 관하여 대화를 나누는 정도가 고작이라 하겠다.

  자신의 마음에 사랑의 공급이 끊어졌을 때, 사람들은 자신의 존재감에 대해 깊은 상처를 갖게 되며 존재부정과 의미부여를 상실하는 우울에 빠지게 된다. 필자가 섬기고 있는‘비전사라21’라는 사모모임에서 보게 되는 많은 사모들의 고통스런 호소 중에 하나는 남편과의 친밀감 있는 대화의 부족에서 오는 고독감이다. 이런 경우 문제의 핵심은 목사인 남편을 남편으로, 그리고 자신을 남편의 아내로 받아드리기 보다는 자신을 한 사람의‘성도’로 인식하는데 있다. 이렇게 인식하는 목회자 아내의 대부분은 자신이 한 남자의 아내라는 존재감보다는 목사님을 돕는 공적 존재로, 오직 남편과 교회를 섬기기 위한 위치에서 있는 사명감으로 똘똘 뭉쳐져 있다.

  가장 아름다운 관계인 부부로서의 관계 설정이 아닌 성도와 목사님으로 상하 조직관계, 공적조직으로서 한 집안에서 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아내 된 사모들은 자신의 남편을 포기하고 오직 교회의 목사님을 모시고 살아가야 하는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채 평생 종 된 모습으로 살아가는 길을 선택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혼란스러운 관계 형성의 한축에는 목회자 남편의 양가감정 즉 필요에 따라 편한대로 선택하여 역할을 결정하는 이중성 즉 마음대로 쏟아 부어대는 권위자로, 때론 책임 있는 가장으로서가 아닌 모든 문제의 요인을 아내의 부족함으로 책임을 전가시키는 경우를 보게 된다. 목회자가 교회 안에서의 모든 문제를 단순히 성도의 문제로만 돌릴 수 없듯이 가정의 문제를 아내에게 전폭적으로 던져 버릴 수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녀와 아버지인 당사자의 문제까지도 아내의 잘못으로 치부해버리게 됨과 동시에 교회 안에서의‘사모’역할에서도 때를 따라 적시 적소에 남편인 목사님의 편에서 사역을 기계적으로 감당해 주는 완전을 요구하는 것이다.

  사모에 입장에 서 있는 아내들은 어디에 가서도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기어렵다. 참으로 자신의 마음을 나눌 사람을 찾는 것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한 아내의 남편 된 목회자 역시 가정에서는 어느 누구에게도 보여 줄 수 없는 비밀스런 문제까지도 사랑하는 아내에게 부끄럼 없이 나눌 수 있어야 하며, 아내 역시 '목사님! ‘으로만 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니라 사랑하며 사랑받아야 할 남편임을 인정하는 것이 목회자 부부의 건강성을 회복하는 중요한부분임을 다시 한 번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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