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축성·팽창성
요한의 제자와 바리새파는 예수와 단식을 주제로 논쟁을 벌인다. 단식은 유다 사회의 전통적 종교 행위로서 정당한 것이다. 그러나 예수는 내용과 정신과 본래의 취지가 상실되어 빈껍데기 형식만 남은 신심 행위를 질타한다. 당시의 사회에서 율법 준수를 백안시(白眼視) 하거나 소홀히 한 자는 종교적 미풍양속을 저해하는 풍속사범으로 치부 되었다. 그들이 질의한 단식 주제에 대해 예수는 ‘신랑이 혼인집에 함께 할 때’와 ‘신랑이 탈취 당하는 날’이라는 대비되는 두 개념을 토대로 답변한다.
신랑이 실종되는 날은 단식 정도가 아니라 생명을 담보로 제공해야만 하는 정도의 절박한 상황이다. 요한의 제자와 바리새파는 예수의 답변 속에 내포된 심각성을 눈치 채지 못하였다. 그들은 새로운 질서가 도래하여 팽창·확장·편만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간파하지 못하고 인지하지 못한 채 구약적 질서를 극복하지 못하고 옛 질서에 머물러 있었다.
옷 수선과 포도주 보관 비유는 새것과 헌것의 공존은 무의미하고 불가하므로 새것은 새것에 조화되는 질서와 배경이 필요하다고 피력한다. 신축성이 강한 새 옷감은 탄력성이 소멸된 낡은 옷을 당기어 해체 한다. 새 포도주는 숙성과 발효를 거듭하면서 생성된 강력한 에너지로 부피를 팽창시킨다. 낡은 가죽 부대는 세월의 여파로 갈라지고 굳어지고 딱딱해져서 신축성이 고사(枯死)된 상태이므로 새 포도주의 역동적 에너지를 감당하지 못하고 담지하지 못하여 파열된다. 새 옷감과 새 포도주가 소프트웨어라면 옷과 가죽 부대는 하드웨어이다. 소프트웨어 설치는 최적화된 하드웨어 적정사양을 필요로 한다. 그런데 하드웨어 업그레이드에는 한계가 있다.
유대교는 배타적이고 독선적인 선민사상에 오염되어 있어서 팔레스티나 지평 너머로 확장되어 가는 하나님 나라의 실체를 인식하지 못했다. 예수는 옛 질서라는 규격화된 틀을 고수하고 있는 유대교를 향하여 옛 질서를 무장해제하고 새로운 질서에 대하여 문을 개방하라고 촉구한다. 그리스도교는 재생 센터에서 정비 받은 유대교가 아니며 옷 수선방에서 수선한 낡은 옷이 아니다. 그분은 우리에게 새옷과 새 포도주용 가죽 부대를 제작하는 장인(匠人)이 되기를 촉구한다.
구인본 목사 / 신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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