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직 내 안에 그리스도께서 사신 것이라”

“친히 나무에 달려 그 몸으로 우리 죄를 담당 하셨으니 이는 우리로 죄에 대하여 죽고 의에 대하여 살게 하려 하심이라” <베드로 전서 2 : 24>
얼마 전 지상파 TV를 통해 ‘죽음보다 강한 사랑’이라는 제목으로 손양원 목사의 일대기를 그린 영화를 볼 기회가 있었다. 이 영화를 본 사람들은 큰 감동을 느끼며 자신들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을 것이다.
“예수 믿는 이유가 단지 잘 먹고 잘 살기 위해서라면 굳이 목사를 선택하지 말았어야 하지”
많은 시청자 중 목회자들은 이 영화를 보며 스스로의 부끄러운 고백을 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흔히 부활절 이전의 6주간은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사순절이라고 한다. 이 기간은 우리 기독교인들이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에 초점을 맞추어 묵상하며 절제와 경건에 시간을 보내는 기간이다. 지난 고난주간은 그 절정에 있었다.
사순절은 예수님의 공생애 중 십자가의 고난을 준비하는 기간이기도 하다. 사순절의 의미는 예수 그리스도의 고난과 십자가의 죽음에 동참하는 것이다. 그리스도는 자신을 위함이 아니라 우리를 위해 그 몸을 십자가에 내준 것이다. 또한 우리 구주 예수님은 가장 천한 것을 가장 귀하게, 가장 낮은 것을 가장 높게, 가장 가치 없는 것을 가장 소중하게 여기신 분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의 십자가에 동참한다는 것은 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에 동참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위한 희생은 고난의 길이다. 이것은 자기희생을 요청하는 길이기도 하다.
‘악을 선으로 갚는 일’이요. ‘그리스도의 남은 고난을 자기 몸에 채우는 일’이다. 기독교인은 이런 고난을 통해 경건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몸담고 있는 이 사회에는 아직도 어려운 이웃들이 주위에 많다. 사순절과 고난주간을 보내며 한국교회가 기억해야 할 것은 바로 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한 고난에 동참하는 것이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묵묵히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던 모든 이들을 주님 대하듯 섬기며 내가 가진 작은 것 하나라도 나누어야 한다는 말도 이제는 식상할 수 있다.
여기저기서 선한 일을 했다고 떠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고 또 큰 목소리로 자기주장만 하는 교회단체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양원 목사처럼 그 어떤 기득권과는 전혀 상관없이 의롭게 묵묵히 사랑을 실천하는 모습은 찾아보기 힘든 것 같다.
참으로 안타까운 것은 현재 한국교회가 이 부름에 제대로 응답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사랑과 헌신, 나눔을 실천하는 것이 기독교이지만 지금은 한국교회에서 일어난 크고 작은 사건 등으로 인해 그 정신이 퇴색해 가고 있다.
때로는 물질만능주의에 빠진 종교단체로 인식되고 있으며 때로는 아집과 다툼으로 얼룩진 종교로 비춰지기도 한다. 일부 목사와 교인들의 행태는 사회적 지탄의 대상이 되고 있다.
그리스도의 고난에 동참하기보다는 자신들의 이윤을 좇아가는 행태를 보이고 있을 정도다. 오늘의 기독교계를 보면 집단이기주의가 도를 넘어선 느낌이 든다. 서로 간에 계파싸움, 서로 편 가르며 감투 싸움이나하고, 도토리 키 재기하면서 옳고 그름을 따지기에 여념이 없다. 부끄러운 줄도 모른다.
정부도 탁상행정으로 인해 전혀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들이 의외로 우리 주위에는 너무 많다. 복지 사각지대에서 고통스럽게 사는 이들을 누군가 찾아가서 관심을 갖고 뜨겁고도 지속적인 사랑을 베풀어야 하는데, 그런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살맛나게 할 수 있는 제도는 없을까.
이를 위해 정부가 좀 더 세심한 관심을 갖는다면 아름다운 세상이 좀 더 앞당겨질 것이다. 또한 한국교회와 성도들이 이런 모습들을 되돌아보며 예수 그리스도가 이 땅에 오신 의미를 다시 한 번 떠올려보아야 할 것 같다.
믿는 사람 모두가 손양원 목사처럼 살 수는 없겠지만 예수를 믿는 이유만큼만은 분명히 고백 할 줄 알아야 한다. 가는 방향만큼은 분명히 정하고 걸어가야 한다. 우리 주님이 걸으시고, 또 손 목사가 걸은 그 좁은 길을, 허다한 주님의 참다운 제자들이 걸어간 그 길을, 가다 못가면 쉬었다 가더라도 그 길을 걸어야 한다.
그리고 목사 스스로 재를 쓰고 옷을 찢는 마음으로 회개 할 때다. 기독교인 스스로가 회개와 반성이 없다면 이 대한민국의 암울한 상황들은 극복될 수 없다.
“예수님을 믿는 이유는 잘 살기 위해서가 아니라 잘 죽기 위해서”라고 말씀하시면서 믿는 우리로 하여금 가야 할 길과 해야 할 일을 바른 믿음과 바른 삶으로, 또한 죽음으로써 보여준 손 목사의 그 길을 함께 걸어가기를 간절히 소망해본다.
예수 그리스도가 왜 십자가를 지고 골고다 언덕을 올랐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며 참회와 반성을 하지 않으면 한국교회는 존폐의 위기에 내몰리게 될지도 모른다.
부활 신앙을 가진 기독교인은 어느 곳에 있든지 감사 할 수 있고, 겸손할 수 있고, 이웃을 사랑할 수 있고, 늘 기뻐할 수 있어야 한다.
이 놀랍고도 감격스러운 사건이 2015년 전 그리스도께서 무덤에서 일어나셨기 때문에 가능하다. 고난주간 다음, 우리에게 부활절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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