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들은 그런 죽음 앞에서 여러 가지 반응을 보이게 된다. 우리는 부활절 이전의 6주간, 주일을 제외한 40일을 사순절이라고 부른다. 이때는 우리 구주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 그리고 부활에 초점을 맞추어 묵상하며 보내는 기간이기도 하다.
이 같은 사순절의 키워드는 절제와 경건에 있다고 감히 말한다. 다시 말해 이 기간 동안만은 음식조절, 말을 하기 보단 듣기를 더 하고, 돈과 시간을 아끼며, 분(忿怒)을 참을 줄 아는 절제에 대한 훈련을 하는 기간이다.
여기서 말하는 절제의 의미는 사전적으로는 알맞게 자신을 조절하는 것이다. 사순 절기에는 구체적이고 가시적인 경건행위는 금식이다. 음식에 대한 절제는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결심의 표현이기 때문이다.
고난주간 중 성금요일은 삶의 현장에서 세족 식을 한다는 생각으로 섬김의 시간을 갖는 것이 필요하다. 고통의 현장, 아픔과 한탄의 소리가 있는 곳이 예수 그리스도가 계신 곳이기에 찾아가야하고 어려운 이웃을 위한 기도와 도움을 주는 절기가 돼야 한다.
그래서 이 주간은 예수님의 십자가와 고난을 생각하며 경건하게 지내는 절기가 돼야 할 것이다. 따라서 사순절에는 신앙생활의 기본인 경건의 훈련을 연습해야 한다.
경건은 두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하나는 ‘예배생활’이고, 또 다른 하나는 ‘기도하는 생활’ 이다. 물론 크리스찬이라면 당연히 늘 예배를 드리고 기도하는 생활을 하겠지만 사순절 기간에는 더욱 예배와 기도에 집중을 해야 한다. 그래야 경건함으로 부활의 주님을 기쁘게 만날 수 있다.
인간은 다가오는 죽음에 대해 강력하게 저항해보지만 누구도 그 죽음을 피할 수는 없다. 죽음을 맞이하는 그들의 공통점은 인생을 마감하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고, 진한 허무와 체념이 묻어난다는 것이다. 사순절을 통해 실천해야 할 덕목들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다. 예수께서 당하신 수난을 생각하지 않고 부활을 바라볼 수는 없다.
하나님을 향한 회개와 금식, 이웃을 향한 선행과 용서, 그것이 바로 오늘 우리가 실천해야 할 사랑이다. 사도의 권면처럼 사순절은 입으로 내세우거나 경건을 흉내 내는 기간이 아니라 실천하는 기간이다. 사순절기간동안 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리의 죄를 하나님께 용서 받아야 하나님께로 나아갈 수 있음을 인지하고 깊이 묵상 할 수 있는 시간이 돼야 한다.
“만물의 마지막이 가까이 왔으니 그러므로 너희는 정신을 차리고 근신하여 기도하라. 무엇보다도 뜨겁게 서로 사랑할지니 사랑은 허다한 죄를 덮느니라” <베드로전서4 : 7 ~8>
현대인들이 조금만 어려우면 자신의 목숨을 함부로 버리는데 생명의 주인은 예수그리스도이시다. 예수님의 고난과 십자가의 죽음, 부활을 깊이 묵상하며 나에게 주신 삶의 소명이 무엇인가 깊이 생각해야 할 것이다.
사순절은 주님의 고통에 동참하고 영적 각성으로 교회를 새롭게 하고 고통스럽고 힘들더라도 성도들의 영성회복과 기쁨을 맛보는 계절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무덤가에 서성이며 슬픈 노래를 부르고 살고 있다. 무덤으로 간 사랑하는 사람 때문에 울고, 자신이 무덤 속에 들어갈 것 때문에 운다. 그러나 예수님의 무덤은 빈 무덤이다. 우리의 죄를 지고 십자가에 달리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던 예수님은 무덤에 더 이상 머물러 계실 수 없었다. 무덤을 열고 다시 살아나 ‘부활의 첫 열매’가 되셨다.
만왕의 왕 주 예수님은 시들지 않는 부활의 꽃이 되신 것이다. 부활하여 살아계신 주님을 인격적으로 만난 사람들은 울음과 탄식이 달아난다. 기쁨과 희망의 노래가 절로 나온다. 울음이 웃음으로 바뀐다. 부활하여 지금도 우리 안에 임재하고 계신 예수님만이 인류의 소망이요, 인간의 눈물을 씻어 줄 수 있고, 모든 인생을 웃게 할 수 있는 분이다.
오직 주님을 사랑하고 사모하는 자만이 주님을 만날 수 있다. 잠을 이루지 못하고 뒤척이다가 새벽녘 예수님의 무덤으로 달려갔던 여인 막달라 마리아! 그녀는 예수님을 제자들보다 제일 먼저 만났다. 사랑을 많이 받은 자는 사랑도 많이 할 수 있다. 막달라 마리아는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있기에 컴컴한 밤을 두려워하지 않고, 예수님의 시체라도 보기 위해 무덤으로 달려간 것이다.
부활하신 주님은 제자들이 두려워하며 모인 곳에서 “너희에게 평강이 있을지어다”라고 축복하시면서 ‘평강’을 선물로 주셨다. 주님께서 주신 평강은 세상이 줄 수도 없고, 또 빼앗을 수도 없는 아주 귀한 선물이다.
부활하여 살아계신 주님을 만나고 성령을 체험한 사람들은 말투까지도 달라진다. 더 이상 어둡고 암울한 것을 노래하지 않는다. 그래서 슬픈 노래를 부르지도 않는다. 부활의 새 노래, 승리의 노래를 소리 높여 외쳐 부른다. ‘희망의 찬가’를 부른다. 주님께서도 십자가에 달리기 전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에 올라가셔서 제자들에게 깨어 있으라 하시며 땀이 핏방울이 되도록 기도하셨던 것처럼, 한국 교회 역시 사순절기간, 깨어서 기도에 힘쓰며 마음을 가다듬어 정결하게 하고, 각성하는 기간이 돼야 한다.
“여호와는 나의 빛이요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요. 여호와는 내 생명의 능력이시니 내가 누구를 무서워하리요” <시편 27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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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환 목사의 목회에세이 <1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