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기독교인들은 사순절이 되면 빌라도에게 심문을 당하고,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빌라도는 예수님을 심문한 후에 예수님을 고발한 가야바와 회중에게“내가 그에게서 아무 죄도 찾지 못했다.”(요19:6) 그러나 악한 가야바 제사장이 백성들을 선동하면서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기를 강력히 요구하자 무능한 빌라도는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으라고 말한다. 그래서 진리이신 예수님이 십자가에 달린다.

 당시에 빌라도는 예수님이 하나님의 아들이라 함을 듣고“더욱 두려워하여”(요19:8)라고 했다. 그래서 그는 예수님을 석방해야 한다고 이성적 양심의 소리를 듣는다. 그러나 정치적 이득 때문에 비굴하게 양심을 거역하고, 죄 없으신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는다. 이성(理性)과 양심(良心)을 자기의 이권을 위해 굴복시킨 것이다. 그는 아마 이것이 정치적 수완이라고 생각하면서 스스로 위로를 받았는지 모른다. 그러나 그는 부지중에 역사상 가장 무서운 죄를 범하고 말았다.

 전 세계 기독교인들은 예배드릴 때마다“본디오 빌라도에게 고난을 받으사 십자가에 못 박혀 죽으시고”라고 사도신경을 고백하면서 비굴한 빌라도를 비난한다. 이 비난은 이 땅에 기독교가 존재하는 한 계속 될 것이다.

 왜, 빌라도가 이토록 저주받은 자가 되었을까? ‘아니오’라고 할 때‘아니오’라고 말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신앙생활을 하면서 하나님 말씀에‘예’하기가 쉽지 않지만 세상의 유혹에 대해서‘아니오’하는 것은 더욱 어렵다.

 오늘 우리나라는 위기라고 한다. 정론(正論)이 없기 때문이다. 정치 평론가들이 조금만 유명해지면 집권당에 고용되고, 그 다음부터는‘아니오’라는 말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 누가 빌라도인가? ‘아니오’라고 할 때‘아니오’를 못 하면 그 사람이 바로 빌라도이다. 사람들은 내가 어떻게 그런 극악무도한 빌라도가 될 수 있겠느냐고 하지만, 대답은 간단하다.‘아니오’라고 말해야 할 때 자기의 이성과 양심을 외면하고, 진리를 거스르면 빌라도가 되는 것이다.

 신학자, 칼바르트는“하나님의 말씀이 성경 안에서 우리를 기다린다(Word of God waits for us in the Bible)”라고 했다. 이는 우리가 성경을 읽을 때 하나님과 인격적인 대화를 한다.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맺는다는 뜻이다.

 주변의 사람들을 보면 하나님의 말씀에는‘예’하는 이들이 많이 있다. 긍정적인 믿음이라 참 좋다. 그런데‘아니오’라고 할 때도‘예’하면 그것은 긍정적인 믿음이 아니다. 하나님과의 인격적 만남의 관계를 끊는 것이다. 하나님을 배신하는 빌라도와 같은 사람이다.

 우리 교계의 위기는 긍정적인 믿음을 갖자는 이유 때문에‘아니오’할 때, 빌라도와 같이 슬그머니 외면하고 넘어간다. 이렇게 될 때 이미 하나님과의 관계는 끊어졌는데 관계가 아직도 있는 것처럼 착각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사순절을 맞이해서 우리는 하나님의 말씀에‘예’라고 순종하고, ‘아니오’라고 말해야 할 때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양심 있는 그래서 하나님과 인격적인 관계를 지속하는 일꾼이 한국 교회에 많이 나올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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