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 갈등의 신체적 표현‘신체화’

억압된 아픔의 감정이 신체로 나타나는 현상
교회에서 정서적 치유 사역을 해야 할 필요성

 오랜 시간을 필자와 함께 신앙생활을 한 k부부는 늘 성가대에 나란히 앉아 찬양으로 섬기는 아름다운 부부였다. 사회적으로 유능한 남편집사 그리고 양육을 열심히 받아가며 신앙생활에 늘 최선을 다하는 여 집사에게 아쉬움이 있다면 자녀가 없는 것이었다. 몇 번의 인공수정시술을 시도했으나 번번이 실패하여 많은 물질을 소비하기도 하였다. 그 이유 때문인지 여 집사는 늘 기운이 없는 모습에 소화도 안 되고 여기 저기 아프다며 병원을 자주 드나들었으나 뚜렷한 병명도 나타나지 않았다.

 믿음 생활을 열심히 하는 성도의 문제에 응답이 없을 경우, 목회자들은 마치 자신의 능력 부족이 성도의 기도에 응답을 주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죄책감에 시달리게 된다. 도대체 몸이 어디가 안 좋다는 것인지. 왜 자녀를 주시지 않는지 근심하는 마음으로 보내던 어느 날 그 부부는 이혼을 하겠다는 폭탄선언을 하였다. 놀란 가슴을 진정하며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를 묻자 여집사의 말인즉 남편의 태도 때문에 견디기 힘들다는 것이었다.

 남편의 철두철미한 성격은 자신이 원하는 대로 완벽하게 일을 해 놓아야 하며, 자신이 원하는 것은 어느 상황에서든지 들어주어야 하고, 아내가 원하는 것은 철저히 무시하고 아무런 관심을 가져 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런 생활을 자녀도 없이 20여년 간 지속해 오다보니, 남편이 돌아오는 퇴근 시간에 아파트 계단을 걸어 올라오는 남편의 구두소리만 들어도, 온 몸과 가슴이 새에게 쪼이는 것처럼 쪼여들고 숨을 쉬기도 어렵다는 것이었다.

 그 결과 여 집사는 늘 불면증에 시달리며, 항상 나른하고 피곤했고, 가슴의 통증을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여 집사를 더욱 힘들게 하는 것은 남편의 수입으로 친정을 돕고 있었다는 약점 때문에 자신의 이런 고통스런 이야기를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런 몸의 통증을 알기 위해 여러 병원을 찾아다닌 결과 병명을 찾았지만 실제적인 병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이와 같이 병적 원인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음에도 계속 몸이 아프고 불편하게 느끼는 것을‘신체화’라고 한다. 신체화의 경우 주로 과민성대장 증상이나 소화 장애, 만성피로 증후군 또는 근육통을 호소한다.‘신체화’는 마음에 있는 아픔이 계속 억압된 채 감정을 드러내지 못할 때 몸이 마음의 아픔을 표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마음 상태가 결국 몸의 상태가 드러나게 되고 그 몸의 고통으로 인해 마음 상태는 더 우울하게 되는 것이다.

 하나님이 주신 선물 중에 하나는‘감정’이다. 하나님도 감정을 가지신 분이기에 우리를 창조하실 때,‘ 감정’을 주신 것이다.

 그러기에‘희노애락’의 감정을 드러내고 살아가는 것은 우리가 건강하게 살아가는데 필수적인 부분이다. 안타깝게도 이혼을 하고 만 k부부 남편집사는 인생초기에 배우고 익혀야 할 성숙함의 부분들을 경험하지 못함으로 인해 마치 성장을 멈춘 사람처럼‘성인아이’에 머물고 있는 사람이었다.

 매사에 자기중심적이며, 감정적인 유아성을 드러내며 상대방의 삶에는 관심을 기울여 주지 않는 경우, 그 대상이 되는 배우자는 상대방의 그 유아기적인 감정을 받아드리는 것이 너무 힘들었고, 그에 대한 적개심은 마침내 온 몸과 마음에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위에서 본 k부부가 교회 안에 결코 찾기 힘든 케이스는 아닐 것이다. 가정 내에 감추어진 비밀을 나눌 곳은 없는 성도들은 겉으로 보기엔 열심을 내는 성도 같으나, 결국 내면으로 병들어‘신체화’로 나타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결과이다.

 오늘날 교회 안에서‘회복사역 지원그룹’등을 통해 영적교류 뿐만 아니라 정서적 교류가 일어나 성도 간에 감정을 치유하고 나눌 수 있는 성숙한 교회 현장이 되어져 가기를 소망해 본다.

사모 전정희
평촌이레교회 목사 사모
상담학 박사 수료
목회상담 전문가
비전사라21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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