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베드로의 말인즉 “형제가 내게 죄를 범하면 일곱 번 용서해 주면 되겠지요?” 라는 말은 상대방이 똑 같은 죄를 일곱 번씩 저지르고 잘못했다고 할 때를 말한다. 일곱 번씩이나 똑같은 일을 가지고 자기를 속이고 나쁜 짓 하고 손해를 끼치고 와서 용서해 달라고 한다면 용서하기 만만찮을 것이다. 하지만 베드로는 그러한 것을 다 감안해서 또 예수님의 제자인 것을 감안해서 “일곱 번을 용서하면 충분하겠지요.” 라고 주님께 여쭌 것이다. 혹 주님으로부터 칭찬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말했던 것이다. 그러나 베드로는 490번까지 용서해야한다는 주님의 말씀을 이해하지 못했다.
이에 대한 주님의 대답은 베드로를 그만 낙담하게 만들었다. 아마 이 이야기를 듣고 베드로가 “아, 내가 이 분을 선생이라고 따라 다닐 수가 없겠구나.” “아 나는 자격이 없구나”라고 생각했을지 모른다. 주님의 말씀은 일곱 번이 아니라 일곱 번을 일흔 번씩, 즉 490차례나 똑같은 죄를 연거푸 짓고 돌아와서 용서를 빈다고 해도 용서하라고 말씀하신 것이다. 인간은 못한다. 넓은 아량을 베풀어도 그저 두 세 번이 아닌가? 그래서 우리말에도 삼 세 번이라는 말이 있다. 뭐든지 세 번까지는 해보자 라는 말이다. 하지만 내게 잘못한 사람을 한 번도 아니고 세 번씩이나 용서한다는 것은 우리 정서상 어렵다.
그런데 490번이라는 말은 불가능을 말씀한 것이다. 맞다. 인간은 불가능하다. 예수님의 일곱 번씩 일흔 번이라는 교훈은 숫자가 아니라 “용서자체”에 초점을 맞추신 것이다. 예수님은 실제로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는 로마 군병들과 대제사장의 하속들과 함께 매달려 죽는 강도를 용서하신 분이다. 예수님은 자기를 죽이는 사람들을 위해 자기를 죽이는 그들을 살리기 위해 십자가에서 죽으신 분이시다. 하지만 인간은 무지해서 이해하지 못한다. 그래서 예수님은 용서를 가르치시기 위해 곧바로 비유로 말씀을 하셨다. 일만 달란트 빚을 진 종과 백데나리온의 빚을 진 종의 비유를 말씀하신 것이다.
예수님은 베드로에게 일곱 번씩 일흔 번씩이라도 용서하라는 말씀을 하시고는 용서가 무엇인가를 알려주시기 위해 천국비유를 말씀해 주셨다. 우리가 비유설교를 할 때 “예수님의 천국비유는 땅의 것을 가지고 하늘의 것을 설명하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리고 천국비유는 땅에 살고 있는 우리를 하늘로 연결해 주는 교량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렇다. 주님은 천국비유를 통해 하늘의 것을 깨닫게 하시고 우리를 하늘로 연결되게 하시기를 좋아하신다.
용서를 가르치시기 위해 하신 비유는 어떤 주인이 종들과 결산하는데 한 종이 만달란트의 빚을 졌다. 아니 빚을 져도 분수가 있지 어떻게 일만 달란트의 빚을 질 수 있을까? 그게 도대체 얼마나 큰 돈인가? 한 달란트면 6,000데나리온이고 1데나리온이 장정의 하루품삯(일당 7만원)이라고 할 때 한 달란트면 요즘 돈으로 환산하면 4억 원이고 일만 달란트라면 우리 돈으로 4조원이 되는 돈이다. 당사자와 아내와 자식들과 모든 재산을 다 팔아도 갚을 수 없는 돈이다. 종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 엎드려 조아리며 부탁했다. 주인님, 참아주시면 가 갚겠다고 했다. 그러나 그것은 불가능한 일이고 또 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그런데 주인은 그 엎드려 절하며 간청하는 종을 놓아주고 그 많은 빚까지도 탕감해 주었다.
얼마나 감격스러운 일인가? 얼마나 가슴 벅찬 일인가? 이것은 죄인인 우리가 우리 힘으로는 불가능한 죄의 문제를 그리스도께서 십자가를 지시고 피 흘리심으로 우리의 죄를 다 씻어주신 것을 상징으로 보여주는 메시지이다.
하나님이 죄를 용서하신 것이다. 거기에 어떤 조건이 없고 어떤 이유가 없다. 이것은 순전히 은혜다. 내가 죽어도 영원히 씻을 수 없는 죄를 대신해서 십자가에서 죽으신 것이 아닌가! 490번까지도 용서해 주신 하나님의 사랑이 아닌가? 그런데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생각이 달라졌다. 일만 달란트를 탕감 받은 이 종이 주인으로부터 탕감을 받고 나서부터 사람이 달라졌다. 우선 이 종이 하는 일을 한 번 보라! 그는 당연히 주인에게 감사해야 할 터인데 그는 아무런 말 한마디 하지 않고 떠났다. 주인을 위해서는 내 평생을 종으로 살겠다고 해도 부족한데 그런 헌신의 마음 한번 표현하지 못했다. 세상에 이럴 수는 없다. 한마디 감사의 표현 한 번 하지 않고 나갔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자신이 용서받은 사실을 금방 잊어버리고 말았다. 주인으로부터 방금 일 만 달란트 (4조원)를 탕감 받고 용서받았는데 그것을 잊어버렸다. 놀라지 말라. 이것이 오늘 날 구원받은 사람들의 모임인 교회의 모습이고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다.
여기 일만 달란트를 탕감 받은 종은 오늘의 교회와 성도이다. 예수께서 자신이 십자가에서 흘린 피로 값을 주고 산 자들이 그리스도인들이다. 한마디로 은혜 받은 사람들이다. 그래서 주님은 너희가 거저 받았으니 거저주어라(마10:8)고 하신 것이다. 나는 용서받고, 나는 구원받고, 나는 영생을 얻고, 나는 자유자가 되었으면서 어떻게 다른 사람에 대해서는 무자비하고 야박하게 대하는지, 한마디 말이라도 존경하는 말과 따뜻한 손이면 좋을 텐데 그걸 못하는 것이다. 자기는 용서받고 자기는 구원받았으니 이제 남이야 어떻게 되든 자기 것만 챙기는 이기적이고 자기중심적인 현대교회와 현대의 그리스도인들에게 주는 교훈이다.
우리가 그렇게 살고 있음을 깊이 회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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