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러’로서의 설교자

 설교자란 누구인가? 설교자의 대표적인 이미지는‘대사’로서의 설교자와‘목회자’로서의 설교자의 이미지가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지난번에 살펴본 바와 같습니다. 또 하나의 중요한 설교자에 대한 이미지는‘스토리텔러(storyteller)’로서의 설교자입니다. (번역하자면 ’이야기꾼‘ 혹은 ’이야기하는 자‘라고 번역할 수 있겠지만 여기서는 굳이 번역하지 않고 ’스토리텔러‘라고 하겠습니다.)

‘스토리텔러’로서의 설교자의 이미지를 논하는 학자들은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신앙생활이란 말씀을 듣는 것, 말하는 것, 그리고 그 말씀대로 사는 것 그 이상의 것일 수 없다고 전제하고, 설교란 말씀을 들려주는 것, 말씀을 이야기해 주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이들의 견해에 의하면 근본적으로 복음서 그 자체는 이야기이고, 성서 안에는 시, 잠언, 편지, 교리 등 이야기가 아닌 부분들이 있다 할지라도 전반적으로 성서 자체는 거대하고 넓게 구성된 이야기이며, 이들 또한 결국 이야기의 범주 속에 넣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설교학자는 이렇게 역설하고 있습니다. “성서의 특징을 말하는데 필요한 가장 적당한 이미지는 설화(anarrative) 혹은 이야기(a story)이다.”

 사실 우리는 이야기를 좋아합니다. 이야기하기를 좋아하고, 이야기 듣기를 좋아하며, 우리의 삶 자체가 이야기일 뿐 아니라 우리는 그 이야기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설교자로서의 경험 가운데 하나는 청중이 설교의 대부분은 잊어버린다 하더라도 설교 중에 들은 이야기는 쉽게 잊어버리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대 설교학자들이 이구동성으로하는 말 가운데 하나는 설교에서의 이야기의 파워가 설교의 역사에서 수 세기 동안 무시되어 온 것은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합니다. 왜냐하면 사람은 이야기를 통해서 감동을 받고 설득되어지기 때문에 설교자는 당연히 스토리텔러가 되어야 한다고 여겨지기 때문입니다. 이 말은 설교자가 설교 속에서 많은 이야기들을 해야 한다는 의미 보다는 설교 자체가 마치 하나의 이야기와 같이 되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실 전통적으로 설교해 오고 있는 1, 2, 3 식의 논리적인 형태의 설교보다는 한 가지 주제를 이야기의 형식에 담아 하나의 이야기로 설교하는 것이 훨씬 더 설득력 있고 효과적임을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떤 의미에서‘스토리텔러’의 이미지는‘대사’와‘목회자’로서의 설교자 중간에 놓여 있다고 여겨집니다. 왜냐하면‘대사’로서의 설교자는 메시지 자체에만 관심을 집중하고,‘목회자’로서의 설교자는 청중의 필요와 정황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데 반해, ‘스토리텔러’로서의 설교자는 복음의 메시지에 대한 중요성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청중의 삶의 정황을 고려하여 청중에게 효과적으로 들려지는 설교에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스토리텔러’로서의 설교자는 복음의 이야기뿐 아니라 청중의 이야기도 함께 말합니다.

‘대사’로서의 설교자는 설교자 개인적인 이야기를 꺼려합니다. 그러나‘스토리텔러’로서의 설교자는 설교자 자신의 삶의 이야기를 거리낌 없이 말합니다. 왜냐하면 설교자 자신 또한 청중의 일원일 뿐 아니라 청중으로부터 나왔기 때문입니다. 설교자 자신의 이야기는 듣는 이들 자신의 경험으로 인식되어질 뿐 아니라 그렇게 함으로써 설교자는 청중의 삶에 참여하게 되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여기에도 약점은 있습니다. 가장 큰 약점 가운데 하나는 성서에서 이야기체가 아닌 부분을 소홀히 여길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설교의 전달 방법에 있어서도 언제나 이 한 가지 방법만을 취할 수는 없다는 말입니다. 또 하나의 간과할 수 없는 약점은 세상적인 이야기가 복음의 이야기와 대처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으며 그렇게 함으로써 복음 설교에 있어서 주객이 전도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스토리텔러’로서의 설교자는 설교자를 포함한 청중의 현대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복음적인 메시지와 함께 엮어 감으로써 혼란을 야기 시킬 수 있음을 시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든 설교자는 나는 어떤 설교자인가? 라는 질문 앞에 항상 자기 자신을 비추어 봐야 할 것입니다.

목사 백운주
인천중앙교회 담임목사
서울신대 설교학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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