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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을 축복하는 세화(歲畵)를 그리자화원소요(畵苑逍遙) -화가의 시각으로 세상과 믿음을 말한다-
  • 기독교헤럴드
  • 승인 2009.04.10 1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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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원소요(畵苑逍遙) -화가의 시각으로 세상과 믿음을 말한다-


 요즘은 예전만큼 성탄카드나 연하장을 주고 받지 않는 것 같다. 불과 10년전만해도 학교앞 문방구점에는 성탄카드를 사러오는 학생들로 붐볐고, 섣달 그믐께쯤이면 정성껏 연하장을 준비해서 한해동안 고마웠던 선배나 지인들에게 보내려고 찾아온 사람들로 우체국은 매우 바빴다.

 그러나 지금 젊은세대는 인터넷이나 휴대폰 문자메세지로 이를 대신하고 나이먹은 세대는 아예 귀찮아서 하지않는다.

 하기는 첨단 통신매체가 발달한 시대에 그런 구시대적인 노동(?)을 하는것이 시대착오적 행위인지도 모른다.

 인쇄된 내용에 달랑 서명만하거나 아예 이름마저 인쇄해서, 보내는 사람의 흔적이라고는 찾아 볼 수 없는 그런 연하장을 받아보면 누구나 조금은 허탈해지는 기분을 느낀다.

 그래도 문인서화가들은 글이나 그림을 그려서로 주고받는 경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그마저 점차 시들해져서 새해를 맞는 기분이 별로 나지 않는다. 조선시대 도화서에서는 새해가 되면 설날 전후에 이를 기념하고 축하하는 뜻으로 임금에게 그림을 그려서 바쳤고, 각 관아에서도 서로 선물로 그림을 그려 주고 받았는데 이러한 그림을 세화(歲?)라고 한다.

 섣달 그믐이나 정초에 하는 인사를 세배(歲拜)라 하듯 한해의 시작을 축복하는 뜻으로 세화를 그렸는데 오늘날의 그림카드나 연하장은 세화의 변형이라 할 수 있다.

 세화(歲畵)의 내용은 십장생과 사군자를 주제로 한 길상, 무병장수, 다산, 승진등의 뜻을 담은 간략한 필치의 그림이나 문인화가 주로 그려졌다.

 10수년 전쯤 인사동 어느 화랑에서 근현대 유명인사들의 연하장을 겸한 이런 세화들을 모아 전시를 한 적이 있었다.

 물론 조선시대 사대부들의 세화는 아니었으나 일제시대와 해방후 어려웠던 그 시대를 살아온 그분들의 손바닥만한 엽서그림에 담겨있는 간결한 드로잉, 굳센 필치의 짧은글, 우정과 존경과 감사의 향기로움이 일반작품의 그림과는 또다른 감동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형식화된 그래서 향기로움이라고는 전혀없는 무성의한 새해인사들을 나누고있지는 않은지, 내가 받은만큼만 답장하고 지난해에 만든 재고카드를 또 쓰고 그래서 희망찬 새해 기분을 오히려 우울하게 만들고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진심어린 감사, 성의있는 필치, 그리고 격조있는 디자인으로 연하장을 만들어 보내기를 제안한다. 어린아이들이 손수그린 카드를 받는 부모의 기쁨이 큰 것은 자녀들의 순수한 사랑이 거기에 담겨있음을 알기 때문인 것처럼.

 지난해말 터진 세계적인 금융위기와 실물경제의 불황으로 2009년은 IMF때보다 더욱 경제가 어려워질 것 같다는 우울한 전망이 쏟아지는 올해는 12간지의 소해가 되는 기축(己丑)年이다. 값비싼 백화점 선물보다 부지런하고 충직한 소를 그려서 선물해도 좋을 것 같다.

 추운 겨울과 이른봄 향기롭게 피어나는 매화 한 가지를 그려도 좋고 눈속에서 꿋꿋한 설죽을 그려도 좋다. 그림솜씨가 없어도 마음과 정성이 담겨있으면 최고의 선물이 될 수 있다. 연필이나 볼펜으로 간결하게 드로잉하고, 아이들 크레파스나 수채물감 아니면 흔한 칼라펜으로 색칠해도 좋다. 그런 과정에서 여유와 낭만, 추억을 즐길 수 있고 문득 우리의 삶이 행복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창세기 1장은 하나님께서 인간을 향해 펼쳐 보이시는 창조세계의 아름답고 완벽한 세화(歲畵)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새해 아침에 창세기 1장을 묵상하면 올 한해도 넘치게 복주실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다.

 우리도 새로운 해를 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선물로 세화를 그려 드리는 것이 마땅할 것 같다. 불안과 절망으로 고통당하고 있는 이시대 가난한 이웃들과 메마른 심령 상처받은 영혼들을 위해서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긍정과 희망을 함께 나누며 긍휼을 베푸는 교회가 되는 기도와 소망으로 가득찬 세화를 기원해 본다.

이 환 영 동양화가
한국기독교미술인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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